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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변주곡, 신흥 돌풍-명가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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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변주곡, 신흥 돌풍-명가 몰락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1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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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결산] 유광우-레오 MVP 집안싸움, LIG-우리카드 사령탑 교체 쓴맛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다사다난했던 5개월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2014~2015 NH농협 V리그가 16일 남자부 삼성화재-한국전력전, 여자부 KGC인삼공사-현대건설전을 끝으로 마감됐다. 오는 20일 IBK기업은행-현대건설, 21일 OK저축은행-한국전력간의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챔피언을 가리기 위한 열전에 돌입한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들은 스포츠팬들을 사로잡았다. 정규리그 전체 관중 46만1625명은 지난해 37만4600명보다 23.23% 증가한 수치다. 포스트시즌을 남겨두고 있어 사상 첫 50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청률도 케이블 TV 기준으로 1.03%를 찍어 지난 시즌 0.95%에 비해 0.08% 포인트 증가했다.

남자부는 올해도 삼성화재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4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을 거둘 경우 통합 4연패와 8시즌 연속 정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변함없는 위력을 발휘한 레오와 유광우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두고 집안 싸움을 벌인다.

▲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4연패에 성공했다. [사진=스포츠Q DB]

지난해 '승점 자판기' 노릇을 했던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은 돌풍을 일으키며 주역으로 거듭난 반면 삼성화재와 부동의 '3강 체제'를 구축했던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무너졌다. LIG손해보험과 우리카드는 시즌 중 사령탑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힘겨웠던 레이스를 겨우 마쳤다.

◆ 올해도 삼성화재-신치용-레오 

결국 또 삼성화재였다. 마지막에 웃은 이는 이번에도 신치용 감독이었다. 그는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8명 정도 외에는 기용하기 힘들 정도로 자원이 없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최고의 지략가답게 위기를 슬기롭게 헤치며 지난 3일 인천 원정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초반 박철우가 군입대로 팀을 떠났지만 김명진이 훌륭하게 공백을 메웠다. 세터 황동일은 김명진이 허리 부상으로 빠지자 라이트로 변신해 깜짝 활약을 펼쳤다. 한국전력에서 자리를 잃었던 곽동혁은 최강팀의 어엿한 리베로가 됐고 유광우는 4년 연속 세트 1위에 오르며 최고 세터임을 증명했다.

레오의 위력은 여전했다.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블로킹 능력마저 더하며 트리플크라운을 5번이나 달성했다. 득점 1위, 공격성공률 2위, 서브 2위, 오픈 1위, 시간차 3위, 후위공격 5위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오르며 팀의 선두질주를 이끌었다.

◆ 변방의 돌풍, OK저축은행-한국전력 

지난 시즌 러시앤캐시(OK저축은행)와 한국전력이 합쳐서 얻은 승수는 단 18승. 올해는 OK저축은행이 25승, 한국전력이 23승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은 8연승, 한국전력은 9연승을 내달리며 나란히 팀 창단 후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다. 두팀은 삼성화재를 상대로도 똑같이 2승씩을 기록했다.

▲ 지난 시즌 7승에 머물렀던 한국전력은 한층 성숙한 전광인의 맹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사진=스포츠Q DB]

이들의 돌풍은 쏙 빼닮았다. 우수한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크게 강화시켰고 지난 시즌 숱한 패배를 통해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한층 성숙했다. 신바람 나는 배구로 안산과 수원팬들을 매료시켜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린 점도 공통점이었다.

로버트 랜디 시몬과 미타르 쥬리치는 주포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송명근과 전광인은 한국 배구를 짊어질 선두주자답게 강스파이크를 내리꽂았다. 수비형 레프트 송희채와 서재덕은 궂은일을 도맡으며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외인과 토종의 찰떡궁합 속에 이들은 1년 만에 환골탈태했다.

◆ 명가의 몰락, 초보 세터들의 혹독한 신고식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세터와 외국인 선수가 문제였다.

프로에 갓 데뷔한 황승빈(대한항공)과 이승원(현대캐피탈)은 선배들의 부진과 부상 속에 주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쓴맛을 봤다.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세터가 흔들리자 강호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마이클 산체스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순위 싸움이 극에 달한 2월초 허리가 좋지 않아 결장했고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을 때마다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케미스트리를 흩뜨려놨다. 지난 시즌 세트당 0.46개에 달했던 서브의 위력도 0.27개로 급감했다. 전역 후 합류한 김학민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리버맨 아가메즈의 무릎 부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케빈 르룩스를 데려왔다. 케빈은 50%도 되지 않는 공격성공률(45.27%)을 기록하며 ‘용병’답지 못한 활약을 보였다. 권영민과 박주형을 보내고 서재덕을 데려오려던 임대 트레이드 계획마저 무산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 강민웅과 경쟁 속에 주전을 꿰찬 황승빈(사진)은 힘겨운 루키 시즌을 보냈다. [사진=대한항공 점보스 제공]

◆ 사령탑 교체, LIG손해보험-우리카드의 악몽 

LIG손해보험과 우리카드는 기억하기 싫은 악몽같은 시즌을 보냈다. 하위권 두 팀은 성적 부진 속에 각각 문용관 감독과 강만수 감독을 떠나보내고 강성형, 양진웅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내년부터 간판을 바꿔달아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LIG손해보험은 또 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했다. 고질병인 리시브는 올 시즌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김진만, 이강원, 손현종, 이경수가 번갈아 코트에 나섰지만 누구도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세터 양준식은 리그 정상급 공격수 에드가의 위력을 살리지 못하는 토스로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우리카드는 초반부터 일찌감치 꼴찌를 확정했다. 함량미달 외국인 선수 까메호는 12월에 짐을 쌌다. 신영수, 박상하, 안준찬의 군입대로 생긴 구멍은 12연패로 돌아왔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체육관 밖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은 선수들은 3승33패(승점 15)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비슷한 처지인 것 같지만 현재 처한 상황은 분명 다르다. LIG손해보험은 새 출발을 도모할 수 있지만 우리카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LIG배구단은 KB금융그룹으로 모기업이 바뀌었다. 1976년 금성배구단으로 창단한 후 40년간 범LG가의 지원 속에 성장했던 그들은 다음 시즌 새 옷을 입고 재도약을 노린다. 우리카드의 상황은 심각하다.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어느 곳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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