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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간 덕담에 숨겨진 승부욕, '신치용 시리즈'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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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간 덕담에 숨겨진 승부욕, '신치용 시리즈' 향방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18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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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감독, 제자 둘 중 한명과 챔프전…"올해까지만 삼성화재에 양보하길"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올 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은 어느 팀이 올라오든 흥미진진한 대결이 될 전망이다. 오랜 시간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지도자들이 맞붙기 때문이다.

신치용(60) 대전 삼성화재 감독과 신영철(50) 수원 한국전력 감독, 김세진(41) 안산 OK저축은행 감독은 삼성화재와 한국전력, 국가대표팀 등 세 울타리 안에서 얽힌 인연을 갖고 있다.

1997년부터 신치용 감독이 맡고 있는 삼성화재는 19년 동안 프로배구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슈퍼리그 시절부터 단 두 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 챔프전 우승컵을 안은 삼성화재는 리그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꿋꿋이 정상을 지켜왔다. 그 가운데 신영철 감독과 김세진 감독은 세터와 라이트 공격수로서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18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남자부 삼성화재, OK저축은행, 한국전력 감독 및 선수들이 트로피에 손을 모으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전력 후인정, 삼성화재 고희진, OK저축은행 강영준,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

먼저 신치용 감독과 신영철 감독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치용 감독이 한국전력 코치로 있던 시절 신영철 감독이 팀 내 세터로 활약했다. 김세진 감독과는 1991년 대표팀 코치를 맡을 때 처음 만났다.

오랫동안 연을 이어온 세 감독은 18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사제대결을 앞둔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신치용 감독이 마이크를 들었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천안 현대캐피탈이나 인천 대한항공 아닌 팀과는 챔프전을 치르지 않은 신 감독은 “이 자리에 항상 함께 하던 감독들이 바뀌니 어색하다”며 “7년 동안 우승했다. 언젠가는 질 텐데 이왕이면 나와 오래 배구한 사람에게 지면 기분 좋게 물러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마음 편하게 챔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감독으로 지낸 2010~2011시즌 이미 신치용 감독과 챔프전에서 마주한 신영철 감독은 삼성화재 코치 시절 팀의 주포였던 김세진 감독의 OK저축은행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신영철 감독은 “신치용 감독에게는 사석에서 ‘선생님’이라고 한다. 김세진 감독에게도 ‘세진아’ 하고 부르는데, 코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으로 성공한 걸 보면 신치용 감독님께 잘 배운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며 “두 감독과 함께하게 돼 재미있는 배구가 기대된다. 다만 승부는 양보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감독과는 달리 코치를 거치지 않고 사령탑에 오른 김세진 감독은 창단 2년 만에 OK저축은행을 2위로 이끌며 파란을 일으켰다. 김 감독은 “배구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두 분이다.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두 팀과 비교해 우리는 선수들의 댄스 실력을 빼면 나을 게 하나도 없다”며 “아직 신치용 감독님은 우리 상대가 아니다. 한국전력이 두렵다. 운 좋게 이겨서 기회가 되면 삼성화재와 붙게 될 것”이라고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18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주장 고희진의 발언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챔프전에서 져도 상대가 제자들이니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신치용 감독.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마지막에 표현하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신 감독은 “(우승을 많이 했기 때문에) 10년 동안 좋은 선수를 못 뽑았다. 그래서 나는 늘 위기라고 말한다. 이번 챔프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느 때처럼 엄살(?)을 피웠다.

그러면서도 “딸이 4월에 결혼한다. 결혼시키려면 우승해야 하지 않겠나. OK저축은행도, 한국전력도 올해 첫 플레이오프다. 첫술에 너무 배부르면 안 되니 이 정도까지만 하고 올해까지만 삼성화재에 양보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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