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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아르와 블랙뮤직, 임슬옹의 제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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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아르와 블랙뮤직, 임슬옹의 제2막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4.14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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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가수이자 배우 임슬옹(28)은 2막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2008년 2AM 멤버로 데뷔한 그는 정통 발라드 음악을 주로 선보였고, 드라마 '개인의 취향', '호텔킹', 영화 '26년'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신고식도 마쳤다. 올해로 데뷔 8년차,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보낸 JYP엔터테인먼트와는 최근 좋은 이별을 한 후 새 회사(싸이더스HQ)와 계약을 마쳤다. 보다 연기적인 활동에 집중하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음악 장르 활동도 펼쳐보이고 싶은 생각에서다.

이런 새로운 마음가짐 때문일까. 지난달 31일 종영한 tvN '호구의 사랑'에서도 임슬옹은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코믹하고 '찌질'한 인물인 '변강철' 역을 맡아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임슬옹이 '호구의 사랑'에서 연기한 변강철은 좋은 조건을 갖춘 변호사지만, 사실은 온갖 찌질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도도희(유이 분)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해보이지만 손은 덜덜 떨었고, 호구와 싸우면서는 얼굴을 뒤로 한껏 빼고 엉거주춤하는 폼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 내 안의 '찌질함' 극대화한 '변강철’

"이런 '찌질함'을 표현하는 데는 본인의 원래 성격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임슬옹은 긍정의 답부터 내놨다.

"네. 찌질함, 있어요.(웃음) 평소 친구들과 장난칠 때는 짓는 찌질한 표정이 많이 나왔죠. 호구와 오징어포차 앞에서 서로 싸우는 장면은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로 멋있지 않은 액션 신'이라고 기사를 써 주셨더라고요. 액션 신이라고는 하는데 깨물고, 그러는 거였죠."

변강철은 '군'으로 끝나는 독특한 '문어체' 말투를 쓰는 인물이다. 드라마를 마칠 때까지 대사 톤에 대해 고민한 덕분에, 그는 만화적이고 독특한 인물을 표현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연기였지만, 그는 많은 이들이 코믹한 명장면으로 꼽은 '만취 노래방 신'을 두 번의 촬영만에 완성하기도 했다.

 

"다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찍었어요. 부끄러움이 시작하는 순간 어색해지고 의식하게 되니까요. 노래도 현장에서 선택한 거였고,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찍었죠.

보기와는 다르게 농담도 좋아하고 웃기는 걸 좋아해요. 눈이 처져서 조용할 것 같이 생겼지만요.(웃음) 그래도 코미디 연기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해 본 건 처음이라 어려웠어요. 정극, 코미디를 함께 보여줘야 하는데 두 가지 감정을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할지 고민도 됐고요. 그저 열심히, 섬세하게 파고드는 수밖에 없었죠. 시청자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해 생각하면서요."

◆ 사회 담은 '호구의 사랑', 임슬옹의 사회 관심도는? "당연히 알아야"

강철은 독특하고 코믹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안고 있는 고민은 가볍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았던 그는 16회 동안 친구들과 어울리며 점차 변화하고 성장했다.

강철은 강호구(최우식 분)를 자신의 첫 사랑으로 오해한 후 '자신이 게이는 아닐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것이다. 묘한 감정이 흐르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강호구 역 최우식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했다. 촬영 중 가장 많이 함께 한 사람도 최우식이었다.

▲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묘한 감정을 연기한 최우식과 임슬옹. [사진=CJ E&M 제공]

"'벽치기 키스신'을 찍는데 NG가 많이 났어요. 저나 우식이나, 스태프 분들이 다들 웃겨 해서 웃음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몰입하려 노력했죠. 같이 연기한 분량이 많았던 만큼 연기 호흡도 호구와 가장 잘 맞아서, 서로 더 웃기고, 세게 표현하려고 장난도 쳤어요. 괜히 서로 더 세게 껴안고.(웃음) 제가 주연 네 명 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았는데, 다들 20대 초중반이다보니 함께 장난도 많이 치고 재밌었어요."

또한 호구의 가족과 강철의 가족이 대비되는 것 또한 드라마의 포인트였다. 호구의 부모는 자식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지만, 강철의 부모는 아들이 사회 상류층이 될 것을 바라며 압박한다.

"하지만 이 집안도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요. 엄마가 강철이의 오른쪽 뺨을 때렸으면, 아빠는 왼 뺨을 때리든가 하는 '츤데레'예요. 강철의 가족을 보여주면서 가족에 대한 의미도 전했는데, 이런 식으로 '호구의 사랑'은 웃으면서 볼 수 있지만 담긴 의미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임슬옹이 말하듯 '호구의 사랑'은 미혼모, 동성애 등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을 무겁지 않으면서도 흥미롭게 그려냈다. 변강철은 성폭행 피해자 도도희를 위해 그의 편에 서서 소송을 진행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은 있는 편이냐'는 질문에 임슬옹은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나라의 경제, 문화, 사회 문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해외 활동을 할 때도 좀 더 의미있지 않을까요. 말로만 '애국'이라고 하면서 한류 콘서트를 하기보다는 나라에 대해 정확히 알고 가는 게 마음가짐이나 활동적인 면에서도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에 관심있게 생각했던 부분은 범죄에 대한 '형량'이다.

"'호구의 사랑'에서도 성폭행 문제를 다뤘지만, 이런 중범죄에 대한 형량이 좀 적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고, 감정적으로만 다가갈 수도 없는 문제죠. 형량으로 인해서 영향을 받는 문제들이 다양할 것이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수준이 적절할까 생각해 보기도 해요."

 

◆ 뮤지션 임슬옹의 블랙뮤직, 20대 마지막은 누아르와 함께

임슬옹은 새 회사와 계약하며 배우, 그리고 가수로서의 제2막도 예고했다. 2AM 멤버들은 불화로 흩어진 것이 아닌, 계약만료로 인해 각자의 색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회사와 계약하게 됐다. 화목하게 팀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방법을 묻자 그는 다른 멤버들을 추켜세웠다.

"저희 멤버들은 다들 똑똑하고 모난 성품의 사람이 없어요. 서로 지켜주고 싶은 부분은 지켜줄 줄 알죠. 사이가 좋지 않았다면 애초에 끝냈을 거예요. 시대가 어느 땐데.(웃음) 팀으로서 그간 활동하며 배운 건 너무 많아요. 자립심, 경쟁력, 더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 때나 슬플 때 서로 나누는 마음도 배웠죠."

팀 2AM은 계속해 나가지만 솔로가수로서의 활동도 준비 중이다. 솔로 활동에서는 그간 팀에서는 드러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임슬옹은 음악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였다.

 

"발라드도 정말 좋아하지만, 제가 흑인 음악을 워낙 좋아해요. 저의 색을 좀 더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피비 알앤비(PB R&B. 알앤비에 일렉트로니카, 록, 힙합 등 장르를 섞은 장르) 스타일을 좋아해요. 국내에선 흑인 음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보컬 쪽에 관심이 더 큰 것 같은데, 보컬만큼 사운드적인 것도 중요하죠. 사운드에도 중점을 두면서 앨범 준비를 하고 싶어요."

흑인 음악에 대한 관심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됐다. 스티비 원더, 어셔 등의 노래를 좋아하며 일주일 중 거의 매일을 노래방에 가곤 했다.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장르는 록이었으나, 임슬옹과 친구들은 생소했던 '흑인음악 밴드'를 만들었다. '크라이 베이비스'란 그룹명으로 함께 활동한 래퍼 스윙스, '크라이베이비'와는 여전히 친한 동료이자 친구다.

그는 음악 활동에 대한 계획과 함께 앞으로 펼칠 연기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향후 출연해 보고 싶은 작품은 누아르 영화다.

"남자의 로망이죠.(웃음) 20대의 마지막이니, 누아르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취재후기] 임슬옹은 드라마 종영 후 몰려든 인터뷰 및 기타 일정으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친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던 것은 설렘과 기대감 덕분이었다.

"그간 팀이었다가 혼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4분의 1이었던 책임감이 더 커진 걸 느껴요. 걱정도 많이 되고요. 하지만 좀 더 개인적인 부분들을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설레고 너무나 행복합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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