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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배우 정주연의 '스물'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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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배우 정주연의 '스물' 스토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4.13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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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오랜만에 등장한 젊은 영화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스물’(감독 이병헌)이 개봉 3주차에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2일까지 관객 271만명을 살뜰히 챙기고는 300만 고지를 향해 달음박질치고 있다.

어설픈 성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나이인 ‘스무 살’을 소재로 그들이 겪는 선택과 시행착오를 유쾌한 웃음으로 버무려낸 ‘스물’에는 가장 힘들고 치열하게 현실의 강을 건너는 스무 살이 있다. 바람둥이 백수 치호(김우빈)의 순정을 쥐락펴락하는 신인 여배우 은혜다. 꿈과 욕망의 빛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살아가는 은혜를 연기한 정주연(26)과의 청춘 토크.

 

- 이렇게 흥행이 잘 될 거라고 예상했나?

▲ 제작에 들어갈 무렵, 신인들 사이에선 기대와 관심이 많아, 다들 하고 싶어 했던 작품이었다. 촬영 중에도 젊은 배우들이 많아서인지 분위기가 좋았다. 예상보다는 희망했다.

- '썸'을 타는 상대역 김우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 이번에 같은 소속사인 김우빈, 이유비가 함께 출연했다. 사적으로 친분 있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가까워졌다. 남자답고 시원시원한 우빈이와는 동갑내기다. 낯가리는 거랑 주로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는 점, 내숭 없이 털털한 성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호흡 역시 좋았다.

- 이병헌 감독은 은혜 역을 비롯해 모든 캐스팅에 대해 만족하더라. 오디션 당시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나.

▲ 캐릭터 분석과 스타일링 안을 스크랩해서 보여드렸다. 그러고 나서 얘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감독님이 과묵하고 포커페이스라 불안했는데(웃음) “은혜의 성숙함을 네가 가지고 있다”며 “미성숙한 선택을 하지만 여자 느낌이 많이 나는 인물”이라고 말씀하시더라.

▲ '스물'에서 치호(김우빈)과 은혜(정주연)의 스틸컷

- 이후 은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나.

▲ 은혜는 부모 잘 만나서 치열함 없이 사는 애가 아니다. 남자를 좋아하는 감정보다 삶의 피곤함이 많이 묻어나는 캐릭터다. 그의 아픔, 슬픔, 쓸쓸함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나와 성격이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 캐릭터를 고민하며 절로 성숙해지는 게 더 의미 있는 것 같더라. 이번이 그랬다.

- 드라마 ‘폭풍의 연인’ 유애리, ‘오로라 공주’ 박지영, ‘태양의 도시’ 소혜진과 비교해 이번 은혜에서는 가벼움, 자유로움이 더 많이 느껴지더라.

▲ 은혜처럼 나도 현재 신인 여배우라 그의 고충을 충분히 알고, 스무 살의 느낌이 뭔지 잘 알아서 감정선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장 가볍게 몸을 실었던 캐릭터다.

-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정주연의 ‘스물’은 어땠나?

▲ 그땐 데뷔 전이라 평범한 학생으로 캠퍼스(건국대 영화과) 생활을 하면서 순수함과 풋풋함을 간직했던 시기였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배우에 대한 희망을 키웠으나 은혜처럼 성공을 위해 자신을 밀어 넣지는 않았다. ‘정도를 걸으리라!’ 했다. 후후. 그런 선택을 해서 성공한 배우들도 많지 않나.

 

- 관객들은 영화 후반부 ‘소소반점’ 혈투(?) 장면에서 특히 많이 웃던데 스스로 뽑는 베스트 신은?

▲ 둘이 헤어지고 난 뒤 치호가 버스 정거장 화장품 전광판 위 은혜의 얼굴에 점을 찍는 장면. 공허하고 쓸쓸한 표정에서 은혜의 심리가 설명되는 한편 치호의 성격이 드러나서 매우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 이제까지 재벌가 딸, 기자 출신 여배우 등 못되거나 강한 성격의 여자들을 연기해왔다. 갇히는 느낌에 답답하진 않나.

▲ 시작을 센 캐릭터로 해서 좋았다. 마냥 착해 보이고 가녀린 캐릭터는 흘러넘치며 이런 역을 소화할 여배우들도 많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거 아닐까. 소모되는 배우가 아니라 선명한 캐릭터를 하며 멋있는 여배우가 되고 싶다. 이번에 ‘스물’에서 당차고 매력적인 은혜를 표현하며 그냥 예쁘장한 연기자에 그치지 않고, 여운을 줄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악역이 매력적이긴 하나 자주 하면 대중이 지겨워할 것 같아서 환기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긴 하다.

- 당신이 원하는 ‘멋있는 여배우’로 꼽을 만한 이들은 누군가.

▲ 멜로 없이 액션 만으로도 멋있는 밀라 요보비치, 개성 강한 에바 그린을 좋아한다. ‘도둑들’에서 전지현 선배님 역시 멜로라인이 없지만 사랑스러우면서 멋있지 않나. 특히 앤 헤서웨이가 연기한 캣우먼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그러고 보니 내 안에 액션의 피가 흐르다보다. 흐흐.

 

- 요즘 건국대 영화과 재학생 및 동문 배우들이 영화과 통폐합 반대 캠페인 ‘Savekufilm’에 동참하고 있어서 화제다. 건대 영화과는 후발 주자이지만 김정은, 이민호, 유아인, 배두나, 이종석, 고경표, 안재홍, 민호(샤이니) 등을 배출하며 신흥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던 참이었다.

▲ 연기를 병행하느라 휴학을 해 지금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달부터 학교에 다시 나가는 상황이었다. 빨리 내용을 먼저 파악한 뒤 동참을 결정할 생각이다. 커리큘럼과 교수진(문소리, 홍상수 등)이 너무 좋아서 배울 게 많아서 선택한 학교였다. 자부심을 가진 채 다니고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참여해서 바꿔나가고 싶다.

- 아플 수도 있겠으나 공교롭게 드라마 출연작마다 조기종영, 막장논란,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한 제작파행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스물’이 순탄하게 가는 첫 작품이다. 하하. ‘폭풍의 연인’ 때는 첫 작품인데다 비중이 컸다. 선생님들과 작업하는 것도 영광이라 자신감, 다음에 대한 기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 ‘오로라 공주’는 화제성 덕에 나를 많이 알아봐 주셨다. ‘태양의 도시’는 첫 주연이었으며 이전과 달리 털털하고 중성적 캐릭터라 나름 만족했다. 내게 치명적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여긴다.

- 데뷔 6년차다. 배우 정주연은 무엇을 꿈꾸며 사나?

▲ 21세에 싸이더스HQ와 계약을 체결하며 연기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첫 해엔 CF와 화보를 많이 찍으며 얼굴을 알렸고, 이듬해인 2010년 ‘폭풍의 연인’으로 데뷔해 매해 드라마 한 편씩은 해왔다. 과거엔 막연히 결과만 갈구하며 ‘이런 위치에 서고 싶다’란 생각만 했다. 과정을 중요시 여기지 않았다. 일을 즐기기보다 고민만 많이 했던 시기였다. 지금은 과정을 중시한다. 대중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며)서서히 알려지면서 오래 가야 ‘롱런’ 아니겠나. 그래서 현재, 지금 나이가 너무 좋다. 다만 내 색깔이 보다 선명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래야 연기도 무르익지 않을까.

 

- 경험을 많이 하기 위해선 틀에 갇혀 지내선 안 되지 않나. 보통 여배우들은 “평소 집안에 있는 걸 좋아해요”란 말을 많이 하는데 넌센스다.

▲ 난 타인의 시선에 무딘 편이다. 아직은 불편함 없는 자유로운 위치라...(웃음)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 내 인생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의 시선이 왜 중요한가. 사람들과 끊임없이 만나는데 배우는 게 많다. 타인의 삶을 듣다보면 절로 몰입하게 된다. 앞으로도 많은 걸 배우고 또 그러는데 투자를 할 계획이다.

[취재후기] 흔히들 말하는 화려한 미모에 큰 키. 목소리는 또랑또랑해서 ‘센’ 역할을 줄곧 맡아왔다. 자신의 스무 살을 반추하며 찍은 생기발랄한 청춘영화 ‘스물’ 이후 이 여배우는 어떤 작품에서 얼마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까. 6년차임에도 스스로를 ‘신인 여배우’라고 지칭하는 대목에서 그의 말마따나 과정을 즐기려는 야무진 욕망이 비쳐진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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