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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영화 속 '길거리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 전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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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영화 속 '길거리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 전시로 만난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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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베일에 싸인 삶을 살다간 미국의 길거리 사직작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를 영화에 이어 전시로 만난다.

40여 년간 거리로 나가 사진을 찍으며 필름 30만장을 남긴 무명작가 비비안 마이어. 누구에게도 공개된 적 없던 필름 15만장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마이어의 천부적 재능은 SNS를 타고 인정받았지만, 그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거의 없다. '비브' '미스 마이어' '비비안' 등 이름도 여러 개였으며 '비밀 스파이였다' '정신 이상의 수집광이었다' 등 소문만 무성했다.

 

1950년대 원조 셀피족, 카메라를 목에 건 유모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 떠난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감독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는 불과 35개 상영관에서 지난 4월30일 개봉한 뒤 쏟아지는 호평과 강추 릴레이에 힘입어 이번 주부터 CGV신촌아트레온, 소풍, 대전, 광주터미널, 롯데시네마 아르떼 광복점 등으로 상영관을 확대했다.

지난 2007년 젊은 부동산 중개업자 존 말루프는 시카고의 동네 경매소에서 박스에 담긴 15만장의 필름을 단돈 380달러에 손에 넣는다. 이후 본명도, 직업도 숨긴 그녀를 추적한다.

이 여정에서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들로 이뤄진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국제다큐멘터리협회상 최우수 각본상, 더블린 영화비평가협회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마이애미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부문 심사위원상, 팜스프링 국제영화제 존 슐레진저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인 어머니의 고향인 샹소르에서 살다가 51년 뉴욕으로 돌아온 그녀는 거리의 풍경을 상자모양의 롤라이플렉스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뉴욕과 시카고의 남의 집을 전전하며 유모, 가정부, 노인 돌보미로 살았던 그녀는 중성적인 옷차림에 자기 주장이 강한 인물이었다. 평가는 엇갈린다. 똑똑하고 용감하며 너그럽고 따뜻했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어둡고 기이하며 폭력적이고 강박적인 인물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사진들은 인생의 모순, 인간 본성, 환경과 거리에 대한 이해를 집약하고 있다. 공원 벤치에서 자는 노숙자, 걸어다니는 사람들, 이민자, 홈리스, 구두닦이 소년들, 귀부인의 일상, 경찰에 의해 질질 끌려가는 취객 등 당시 화려했던 뉴욕과 시카고 거리 그리고 이면의 빈곤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쇼윈도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는 것을 즐기기도 했다. 피사체에 최대한 근접한 사진에는 장난기와 유머, 따뜻함이 자리했다.

필름이 담긴 상자 200개를 들고 평생 떠돌았던 그녀는 70대 이후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2008년 길에서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듬해 타계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위대한 예술가의 발굴 과정을 미스터리 스릴러 터치로 스크린에 복원한다. 마이어를 처음 세상에 알린 존 말루프의 내레이션과 함께 지인 인터뷰를 적절하게 삽입하며 그녀의 이중성을 조명,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영화는 비비안 마이어를 규정짓기 보다 묻힐 뻔했던 예술작품과 시대를 앞서 살았던 한 여성 예술가의 특별한 시선, 정신세계를 품으려 노력한다.

오는 7월2일부터 9월20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는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을 실제 만나볼 수 있는 '내니의 비밀(The Revealed World of Vivian Maier)'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동시대에 활동했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산 포토그래퍼 게리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Women Are Beautiful)'전과 함께 구성한 대규모 특별전이다.

 
 

'내니의 비밀'에는 총 114점의 사진이 공개될 예정이며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전시용 작품이 아닌 본인의 순수한 욕망으로부터 타인의 인생을 몰래 엿보듯 은밀하게 촬영된 매력 넘치는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암스테르담의 포암미술관을 비롯해 베를린, 런던, 오슬로, 뮌헨, 뉴욕, 로스엔젤레스, 부다페스트, 토론토, 모스크바와 이탈리아, 벨기에, 스웨덴 등에서 전시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비비안 마이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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