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7:32 (화)
손흥민 EPL 50호골, 토트넘 5년차 그 꾸준한 성장세
상태바
손흥민 EPL 50호골, 토트넘 5년차 그 꾸준한 성장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17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어느덧 50번째다.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입성 후 4년 반 만에 리그 50호골을 달성했다. 아시아인 최초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 시간문제다.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그야말로 ‘믿을맨’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아스톤 빌라와 2019~2020 EPL 26라운드 방문경기에 선발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 포함 멀티골을 작렬, 3-2 승리를 견인했다.

리그 50번째 골 금자탑을 세우며 최근 모든 대회 통틀어 5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수비 실수를 틈타 51번째 골을 만들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을 노리는 토트넘에 귀중한 승점 3을 선사했다. 이쯤 되면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손흥민이 리그 50, 51번째 골로 토트넘에 귀중한 승점 3을 안겼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날 손흥민은 4-2-3-1 전형에서 윙어가 아닌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최근 루카스 모우라를 톱으로 세울 때가 많았던 조세 무리뉴 감독이 제공권이 좋지만 발밑이 다소 투박한 빌라 수비진을 공략하고자 ‘손톱’ 카드를 꺼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적중했다.

경기 초반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자책골로 끌려갈 때 손흥민은 모우라, 델레 알리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한 차례씩 제공하며 연계에서 장점을 뽐냈다. 수비와 힘싸움에서는 밀렸지만 역습 과정에서 수비를 달고 나온 뒤 허를 찌르는 정확한 패스로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최근 코너킥과 프리킥 키커로도 나서고 있는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이적생’ 스티븐 베르바인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처리하러 나섰다. 빌라 골키퍼 페페 레이나에 방향을 완벽히 읽혔지만 튀어나온 공에 재빨리 반응하며 왼발로 밀어 넣었다.

재밌는 점은 손흥민이 이 골로 2015년 8월 토트넘 입단 이후 리그 50번째 골에 성공했는데, 모두 필드골이라는 점이다. 페널티킥 전담 키커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뒤 손흥민은 지난 6일 사우샘프턴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 재경기에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프로 입문 후 첫 페널티킥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은 페널티킥을 놓친 대신 필드골을 만들었다. 

2018년 3월 로치데일과 FA컵 경기에서 한 차례 페널티킥을 차 골망을 출렁였지만 킥 직전 골키퍼를 속이려 멈칫했던 동작이 반칙으로 인정돼 득점이 취소된 바 있다. 손흥민과 페널티킥 악연이 또 이어진 셈이다.

손흥민(오른쪽)의 리그 기록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후반에도 꾸준히 빌라 골문을 위협한 손흥민은 결국 후반 추가시간이 끝나가던 시점 토트넘의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켰다.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빌라 센터백 비외른 엥겔스가 흘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골문까지 가져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리그 9호골이자 EPL 통산 51번째 골이다. 

리그 50골 돌파는 손흥민의 꾸준한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그는 토트넘 데뷔 시즌 부상과 적응기에 따른 부진으로 리그 28경기(13경기 선발)에 나서 4골에 그쳤다. 이후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의 러브콜을 받고 독일로 돌아가려 했던 그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의 설득에 팀에 잔류했고, 두 번째 시즌 34경기(23경기 선발)에서 14골을 작렬하며 부활했다.

2017~2018시즌 37경기(27경기 선발) 12골, 지난 시즌 31경기(23경기 선발) 12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 지금껏 21경기(20경기 선발) 9골이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받은 퇴장으로 총 5경기 출전 징계를 받았으니 나설 수 있는 모든 경기를 뛰었다. 선발 비율은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준다.

시즌 초 득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어느덧 9번째 골을 넣었다. 범위를 모든 대회로 확대하면 16번째 득점포(리그 9골·UCL 5골·FA컵 2골)다. 리그 톱 수준 공격수로 평가받는 기준인 두 자릿수 득점을 4시즌 연속 달성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케인이 4월까지 결장할 예정이라 손흥민이 팀의 제1 득점원 역할을 해야만 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견제에 시달릴 터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손흥민(가운데)의 결승골 장면. 팀이 위기일 때 가장 빛나는 선수로 완연히 자리매김했다. [사진=EPA/연합뉴스]

한 번에 전방으로 공을 배급하는 다이렉트 플레이를 즐기는 무리뉴 감독이 골이 필요한 상황 포스트플레이가 능한 알리를 빼는 대신 손흥민을 끝까지 피치에 남겨 놓는 것은 그의 골 감각을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움 능력도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첫 시즌 기록한 도움은 1개에 그쳤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3시즌 연속 6개씩 남겼다. 그리고 아직 리그 12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벌써 7개째 생산했다. 현재 케빈 데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15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리버풀·10개)에 이어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EPL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됐던 열흘의 휴식기에도 불구하고 몸이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7개의 슛을 시도해 6개를 유효슛으로 연결했고, 2골을 넣었다. 영국 축구전문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매긴 손흥민의 평점은 8.4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높다.

이제 손흥민은 팀이 어려울 때, 본인의 상태가 완벽하지 않을 때도 팀에 큰 기대감을 주는 간판으로 성장했다. 2년 전만 해도 '기복', '몰아치기'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지만 이제는 '골무원'이라는 별명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 50호골 달성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꾸준한 성장세와 더불어 팀에서 입지도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토트넘은 짧은 휴식 뒤 오는 20일 오전 5시 RB라이프치히와 UCL 16강 1차전, 22일 오후 9시 30분 첼시를 리그에서 상대한다. 올 시즌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2연전이다. 어느 때보다 손흥민의 활약이 중요하다.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