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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알아보는 2020 K리그1]➄ '명가 재건' 꿈꾸는 서울·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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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알아보는 2020 K리그1]➄ '명가 재건' 꿈꾸는 서울·수원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2.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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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2020 하나원큐 K리그1이 오는 2월 29일과 3월 1일, 이틀에 걸친 1라운드 6경기를 시작으로 8개월 대장정에 들어간다. 스포츠Q(큐)는 시즌 개막에 앞서 키워드를 통해 올 시즌 K리그1 12팀의 전력과 판도를 분석해본다. 다섯 번째는 FC서울(이하 서울)과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 두 팀의 이야기다.

# 명가 재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첫 경기에서 멜버른 빅토리를 꺾고 승리를 거둔 서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첫 경기에서 멜버른 빅토리를 1-0으로 꺾고 승리를 거둔 서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8 시즌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서울은 작년 3위로 순위를 수직으로 끌어올려 체면을 살렸다. 리그 내 대표적인 ‘슬로우 스타터’로 꼽히는 최용수 감독이 시즌 초부터 좋은 결과를 내며 예상외의 행보를 보여준 점이 주효했다. 서울은 개막 후 5경기에서 3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두며 선두권을 내달렸다. 이후 8~10라운드 무승으로 삐끗했지만 11라운드부터 6승 3무 상승세로 중위권 팀들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단 한 명의 영입 없이 후반기를 치르다 보니 시즌 막바지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고, 대구와 포항 등 경쟁팀들에 비해 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놓칠 뻔한 점은 분명한 오점으로 남았다.

최근 매 시즌마다 ‘명가 재건’을 외친 작년 수원의 도전은 또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시즌 첫 지휘봉을 잡은 이임생 감독이 과감한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개막 후 내리 3연패하며 결과가 좋지 못했다. 다행히 수원은 빠르게 실리를 택했고, 수비 안정을 꾀한 결과 시즌 중반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서 핵심 미드필더 사리치가 알 아흘리로 이적하게 됐고, 베테랑 공격수 데얀이 출전 시간과 관련해 팀에 잡음을 일으키자 순식간에 하락세로 접어들어 최종 성적 8위에 그쳤다. 물론 FA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최다 우승팀’이라는 영예도 안았으나, 대진운이 따랐던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우승하기까지 매번 답답한 경기력을 노출해 부정적인 평가가 큰 시즌이었다.

이제 양 팀은 올 시즌 또 한 번 ‘명가 재건’에 나선다. 물론 전북과 울산이 일찍이 2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고 강원, 포항, 대구 등이 호시탐탐 그 뒤를 노리고 있어 대권 도전은커녕 상위권 도전마저 쉽지 않다는 평이지만, 작년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분위기를 전환한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다.

지난 시즌 초반 선두권을 지키고도 아쉬움을 삼킨 서울은 올해 역시 무기력한 후반기를 조심해야 한다. ‘슬로우 스타터’를 벗어나 작년 초반 재미를 본 서울은 이번 시즌도 빠르게 치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1라운드 울산 전, 4라운드 수원 전을 치른 후, 상주-강원-부산-광주로 이어지는 일정이라 승점 쌓기도 최적인 조건이다.

문제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떨어지는 페이스를 어떻게 다시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서울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지지부진한 영입으로 스쿼드 강화에 실패한 데다,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로 빡빡한 일정을 치러야 하기에 지난 시즌보다 부진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와 더불어 최용수 감독의 로테이션·용병술이 적재적소 터져줘야만 서울이 시즌 막바지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수원은 그들만의 팀 색깔 찾기가 급선무다. 수원은 지난 몇 년간 측면을 이용한 패스 플레이로 생동감 있는 경기 운영을 가져가는 등 리그 내에서 명확한 팀 색깔을 보여준 팀이었다. 하지만 서정원 전 감독 체제 막바지와 이임생 감독 체제로 접어들면서 전술 방향성 자체가 흐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올해 이임생 감독이 지난 시즌 초 사용했던 뒤가 없는 공격 축구, 속칭 ‘노빠꾸(No Back) 전술’을 가져갈지는 의문이나 전체 시즌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뚜렷한 전술 토대가 마련돼야 위기 속에서도 방향성을 잡고 시즌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다.

# 살인 일정

올해 ‘명가 재건’을 위해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두 팀에 예상치 못한 암초가 나타났다. 바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나서는 중국 슈퍼리그 클럽 경기 일정을 연기한 탓에 양 팀은 불가피하게 ‘살인 일정’을 치러야 한다.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조정으로 이번 시즌 K리그1 역시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리는 10라운드, 6월 23일과 24일에 열리는 18라운드 일정이 조정될 예정이지만, 연기된 일정의 여파가 리그 후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은 4월 한 달 동안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매번 치러야 한다.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3차전인 치앙라이 전과 성남-강원 전으로 이어지는 원정 3연전이 4월 성적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높다. 이후 평이한 일정을 치르고 나면 22·23라운드 3일 사이에 울산과 전북을 차례로 만난다. 대권 도전을 노리는 서울 입장에서는 이 두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그 전까지 얼마나 좋은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월에 서울과 똑같은 8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오히려 상주와 강원 등 빡빡한 일정 속 만나기 껄끄러운 팀들이 껴있어, 자칫 잘못하면 쉽게 연패로 빠질 수 있다. 게다가 AFC 챔피언스리그 맞대결 상대인 광저우 헝다는 2018년 준우승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작년까지 리그 우승을 차지한 강호라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그나마 홈 경기가 서울보다 2경기 많은 5경기라는 정도가 위안거리일 뿐이다.

수원은 이 1차 고비를 잘 넘긴다 해도 후반기 2차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26라운드부터 포항-대구-상주-강원-전북-서울 전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하는데 수원보다 지난 시즌 성적이 모두 좋은 팀이고, 전력 또한 수원보다 우위에 있다고 점쳐져 후반기 막판 반등을 노리기에도 어려워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양 팀은 7월 1일 FA컵 4라운드가 예정되어 있고, 만약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6월 중순 2경기를 추가로 더 치러야 해 여름철 일정 관리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두 팀은 선수들 체력 관리에 신경을 쓰고, 유연한 로테이션 체계를 수립해 효과적인 시즌 운영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 빈약한 스쿼드

작년 11월 21일 수원에 입단한 캐나다 국가대표 수비수 도닐 헨리 [사진=수원삼성블루윙즈]
작년 11월 21일 수원에 입단한 캐나다 국가대표 수비수 도닐 헨리 [사진=수원삼성블루윙즈]

양 팀이 살인 일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스쿼드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하지만 두 팀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며 빈약한 스쿼드 상황을 지속 중이다. 오히려 시·도민구단이나 2부 리그 일부 팀보다 드문 영입 소식에 각 팀 팬들의 불안감과 분노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서울은 올 겨울 이적 시장 최대 화두였던 기성용 영입 실패로 팬들에게 큰 저항을 받았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기성용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에서 활약한 선수로, K리그 복귀 시 친정팀 복귀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만큼 서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다. 2020년 겨울 뉴캐슬과 상호 계약 해지한 그는 서울 복귀를 추진했는데 서울이 연봉과 위약금 문제 등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풀지 못했고, 기성용의 서울 행은 결국 무산됐다. 그가 서울 시절 팀에서 차지한 비중과 헌신을 차치하더라도 3선 미드필더가 절실한 서울 입장에서 매력적인 카드를 놓친 셈이다.

다행히 서울은 소위 ‘빅 네임’들을 부랴부랴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한 숨 돌렸다.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해 김진야를 인천에서 데려왔고, 전남의 미래라고 꼽힐 정도로 유망한 미드필더인 한찬희까지 손에 넣었다. 2018 시즌 영플레이어상 수상자인 한승규의 임대 영입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또한 서울은 작년 반등에 일조했던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지켜냈다. 여기에 2015 시즌 최용수 감독 지휘 하에서 만개했던 아드리아노까지 힘을 더한다. 그가 작년 전북에서의 부진을 끊고 부활에 성공한다면 기존 공격수인 페시치, 박주영과 호흡을 통해 강력한 공격진을 꾸릴 수 있다.

이에 비해 수원 이적 시장 상황은 갑갑하기만 하다. 지난 시즌이 채 종료되기도 전, 캐나다 국가대표 수비수 헨리를 영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올 겨울 폭풍 영입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후 영입은 가뭄에 콩 나듯 이뤄졌다. 전북의 명준재나 K3리그 화성의 이용혁 등 타 팀 주전 경쟁에서 밀렸거나 검증되지 않은 하부 리그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그쳤다.

어쩔 수 없이 수원은 기존 자원과 신인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형국이다. 수비진에서 구자룡의 전북 이적을 제외하면 주축 멤버를 대다수 지켜내 수비 공백을 막았다. 이적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 김민우와 홍철, 타가트를 지켜낸 점 역시 다행이다. 그리고 ‘대형 신입생’ 수비수 이풍연이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전지훈련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안찬기와 이이기, 이용언 등 대학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스쿼드에 힘을 더해 한층 젊고 생동감 있는 축구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서울과 수원은 한때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의 집합소였다. 하지만 양 팀은 모기업의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호화군단의 면모를 잃었고, 다른 팀들과 경쟁에서도 점점 뒤처져갔다. 이른 시즌 시작으로 두 팀은 겨우내 준비를 착실하게 하며 올 시즌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최근 몇 년 간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고개를 떨군 서울과 수원이 올해는 과연 ‘명가’의 위용을 떨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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