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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들 한국행, SK 킹엄 발언 속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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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들 한국행, SK 킹엄 발언 속 진짜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3.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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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손꼽혔다. 연일 확진자가 크게 증가했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부산 KT 농구단 바이런 멀린스(미국)와 대전 삼성화재 배구단 안드레아 산탄젤로(이탈리아)는 앞장서 한국을 떠났다. ‘자진 퇴출’이란 진풍경이 속출했다.

그러나 어느덧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SK 와이번스 야구단 새 외국인 투수 닉 킹엄(미국)의 발언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SK 와이번스 닉 킹엄이 1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멀린스와 산탄젤로가 팀을 떠난 시점은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때였다. 불안할 만도 했다.

멀린스의 팀 동료였던 앨런 더햄은 교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고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에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력적인 국내 무대에서 뛸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길 원했다.

문제는 멀린스였다.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던 그는 오전 팀 훈련까지 소화한 뒤 돌연 입장을 번복해 팀을 떠났다. 이후 멀린스가 향한 곳은 고향인 미국이 아니었다. 스페인 프로농구 리가 ACB의 에스투디안테스와 계약했다. 국내 무대의 불안이 핑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뒤따라 붙는 이유다.

게다가 당시까지 리그 중단을 하지 않던 KBL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팬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멀린스는 스페인에서 단 3분만 뛰었고 이후 ACB도 중단됐다. 17일 현재 스페인 확진자는 9000명, 사망자도 300을 웃돌고 있다. 한국(확진자 8320명, 사망자 81명)에 비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나란히 '자진 퇴출'을 택하며 한국을 떠난 부산 KT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왼쪽)과 바이런 멀린스. [사진=KBL 제공]

 

고국으로 돌아간 산탄젤로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의 고국 이탈리아는 확진자 2만7890명, 사망자 2158명으로 중국에 이어 2번째로 감염자가 많고 현재 가장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큰 나라다.

화성 IBK기업은행 여자배구단 어도라 어나이도 같은 이유로 고향인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은 확진자 4464명, 사망자 78명으로 피해가 7번째로 크다.

프로야구에선 일주일여 전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구단들이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며 외국인 선수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와 달리 호주에서 12일 더 머물다 이날 귀국한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선수 3명과 함께 귀국했다. 특별 휴가를 주려는 구단의 배려와 달리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는데, 댄 스트레일리는 “특별 휴가를 취소하고 정상적으로 한국에 귀국하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며 “가장 결정적인 사유는 ‘우리가 팀과 하나가 돼 계속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는 특별 휴가를 받고 미국에 머무는 대신 선수단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상황이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 국내에선 확진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안정돼가는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선 확산세가 거세게 커지고 있었다.

킹엄의 발언은 외국인 선수들의 달라진 생각을 명확히 짚어준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킹엄은 지난 10일 자신뿐 아니라 아내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상황이 더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킹엄의 선택은 옳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당시엔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한국 상황은 미국보다 나은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다”고 안도했다.

아직 개막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불안한 해외 코로나19 정세 속에 미국 등 고향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젠 앞장서 한국행 비행기 일정을 알아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월 중순까지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말 것을 권고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등 모든 스포츠가 중지된 것이나 마찬가지.

반면 KBO리그는 초중고교 개학 일정에 맞춰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개학을 2주 더 미뤄 다음달 6일로 늦췄지만 현재 현황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 비해선 더 먼저 개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선수들로서도 더 이상 한국이 불안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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