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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트로트, '팬 문화'도 버전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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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트로트, '팬 문화'도 버전 업!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3.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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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가히 '트로트의 전성시대'라고 할만하다. 지난해 '미스트롯'이 낳은 스타 송가인 단독 콘서트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되고, 올해는 '미스터트롯'이 비지상파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단숨에 '국민 예능' 타이틀을 얻었다. 주목할 공통점은 새로운 스타의 발굴과 함께 이들을 추종하는 거대 팬덤이 형성됐다는 점이다.

2020년, 가장 핫한 장르가 된 트로트의 부흥을 직격으로 맞이하기에 앞서 달라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달라질 트로트 팬 문화를 살펴봤다.

 

[사진=물고기컴퍼니 제공]
임영웅 소속사는 팬들의 후원 계좌 공개 요청에 개인 계좌번호를 공개했으나, 논란이 되자 계좌를 폐쇄했다. [사진=물고기컴퍼니 제공]

 

# 임영웅 후원 계좌 논란? '트로트판'도 이해가 필요해

'내일은 미스터트롯' 경연이 한창 무르익던 2월 중순, 임영웅은 논란에 휩싸였다. 임영웅의 소속사 측이 팬 카페 게시물을 통해 임영웅의 개인 계좌번호를 공개한 것. 이는 팬들의 지속적인 후원 계좌 공개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나, 이 사실이 팬 카페 외부로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의 중심에 서게 됐다.

잡음이 커지자 소속사 물고기컴퍼니 측은 "여러분의 우려 섞인 목소리와 진심어린 걱정의 의견들을 받고 저도 영웅군도 마음 편치 않은 하루를 보냈다"며 "지금은 경연 중이니 영웅 군이 경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금만 힘을 모아 달라. 또 다른 잡음에 대한 우려로 모든 후원은 정중히 사절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영웅 소속사는 결국 후원 계좌 폐쇄 사실을 알렸지만, 트로트 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누리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팬들에게 돈을 받는 게 적절하냐"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다른 트로트 가수들도 후원 문화가 있다"며 이미 자리 잡은 관행일 뿐이라며 해명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양산 통도사 영축문화축제 무대에 선 송가인에게 용돈을 쥐어주려는 팬. 이 팬은 쥐어주려던 용돈을 통도사 시주함에 넣었다는 후문이다. [사진=유튜브 '별별사랑' 채널 캡처]
지난해 10월 양산 통도사 영축문화축제 무대에 선 송가인에게 용돈을 쥐어주려는 팬. 이 팬은 쥐어주려던 용돈을 시주함에 넣었다는 후문이다. [사진=유튜브 '별별사랑' 채널 캡처]

 

이 사건은 새롭게 ‘트로트판’에 진입한 팬과 기존 팬 문화 간 이해 차이에서 온 갈등이었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송가인 지방 행사 공연 영상에서 한 관객이 무대 위에 있는 송가인에게 용돈을 쥐어주려는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충격’이라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트로트 업계 관계자 A씨는 '후원 문화'에 대해 "메이저 문화는 아니지만 팬들끼리 모아서 현금을 주는 경우가 있긴 하다. 아무래도 아이돌 팬덤보다는 연령대가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보니 현실적인 면을 챙긴다. 유명한 가수의 경우에는 팬클럽에 모 기업 회장님, 중소기업 사장님도 있다. 연령대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송가인의 생일 기념 팬미팅에는 '어게인' 천 여명이 참석했다. 선착순 응모라는 경쟁을 뚫고 온 이들이었다. [사진=MBC '전지적참견시점' 방송 화면 캡처]
송가인의 생일 기념 팬미팅에는 '어게인' 천 여명이 참석했다. 선착순 응모라는 경쟁을 뚫고 온 이들이었다. [사진=MBC '전지적참견시점' 방송 화면 캡처]

 

# 5070의 'BTS' 송가인 팬덤, 10대에게서 배우다

지난해 '미스트롯' 방영과 송가인이라는 역대급 트로트 스타의 등장 이후, 화제가 된 것은 송가인 팬클럽 '어게인'의 화력이었다.

송가인의 공식 컬러인 '분홍색' 옷을 입고 공개방송에 출석하고, 음원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스밍'(streaming)을 돌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젊은 층이 깜짝 놀란 것은 당연했다. 주로 아이돌 팬덤인 10대들의 팬 문화였기 때문이다.

송가인 팬덤 '어게인' 스태프는 단독 콘서트에서 '스트리밍 부스'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뜨거운 열정에도 휴대폰 사용이 서툰 팬들을 위해 직접 음원사이트 가입부터 재생 목록 설정법 등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사진=송가인 인스타그램]
송가인 단독 콘서트에 앞서 송가인을 응원하는 팬들 [사진=송가인 인스타그램]

 

분홍색 모자와 옷, 응원 봉이나 플래카드 등 굿즈(상품)들도 화제였다. 최근 출범한 미래통합당이 상징 색으로 '핑크'를 내세우자 송가인 팬덤 측은 "중 장년 층이 대부분인 송가인 팬들에게 얹혀가려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10~20대 아이돌 팬이 아닌 중장년 팬이 '색깔 전쟁'에 뛰어든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트로트 팬덤의 형성이 놀랍다고 전한 관계자 A씨는 "예전에는 공연 현장에 트로트 팬덤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아이돌 팬들 만큼이나 현장에서도 응원도구를 드는 등 응원 문화가 생겼다. 다른 가수 팬들끼리 경쟁도 한다"며 흥미로운 변화라고 전했다.

 

[사진=유튜브 '신도사' 채널 캡처]
노란색 굿즈와 플랜카드 등을 들고 응원하는 트로트 가수 박서진의 팬들. [사진=유튜브 '신도사' 채널 캡처]

 

# 젊어진 트로트와 팬덤, 앞으로 어떨까?

'어른들의 장르'이던 트로트는 어떻게 젊어졌을까? 그 시작은 KBS '아침마당' 코너 '도전 꿈의 무대'다. 이 방송을 통해 박서진, 임영웅, 영탁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발굴되기 시작됐다. 이어 '미스트롯'의 히트에 이은 '미스터트롯'의 초대박이 '고인 물'이었던 트로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전례없는 부흥기를 이끌고 있다.

트로트 '뉴페이스'들의 등장은 새로운 플랫폼의 성장과 맞물려 더 큰 동력을 얻었다. 이미 유명한 트로트 가수들의 무대를 KBS '가요무대' 등으로만 접하던 시절과는 달리, 유튜브를 통해 지역 행사 영상이 바로 업데이트되는 등 신인 트로트 가수들이 얼굴을 알릴 기회가 늘었다.

관계자 A씨는 "팬덤도 확실히 젊어졌다. 30대까지 내려왔다"면서 SNS 활용도가 높은 30-40대의 유입을 짚었다. 실제로 19일 기준 다음 카페 랭킹을 살펴보면 대부분 인기 팬 카페가 아이돌의 그것인 가운데, 임영웅 팬카페가 1위 자리에 있다. 이찬원, 장민호 등도 20위권 안에 랭크돼 있다.

 

[사진=다음 카페 인기랭킹 캡처]
[사진=다음 카페 인기랭킹 캡처]

 

‘미스터트롯’ 종영 이후 이어진 TOP3 임영웅, 영탁, 이찬원의 스케줄에는 그들의 출퇴근길 사진을 찍는 ‘찍덕(고화질 사진 촬영 후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팬)이 생기기도 했다. 그들의 팬덤 연령층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트로트 가수를 앞세운 제작사들도 팬덤 연령층 확대로 인해 팬카페 등 SNS 유입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체계적인 팬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A씨는 "요즘 아이돌 엔터 사업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것들을 익힌 후에 트로트 시장으로 전향한 회사가 많아졌다. 예전 트로트 가수들은 1인 기획사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전문적으로 매니지먼트 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행사 위주의 활동이었는데 요즘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로트 관련 기획사들 역시) 트로트가 갖고 있는 한(恨), 삶에 대한 얘기를 다루는 진정성은 그대로 담되 대중의 니즈에 맞는 좀 더 젊어진 트로트를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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