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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고유민 사태, '유족 VS 구단' 진실공방 양상으로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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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고유민 사태, '유족 VS 구단' 진실공방 양상으로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8.0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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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 사태를 두고 유족과 구단의 입장 차가 분명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을 비롯해 많은 이들은 악성 댓글과 메시지가 고인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유족은 구단의 고인에 대한 냉소적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고유민 유족은 지난 4일 엠스플뉴스를 통해 “악성 댓글과 (인스타그램 등) SNS 메시지로 (고)유민이가 힘들어했던 건 맞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한 건 구단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임의탈퇴 족쇄였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팀을 이탈해 5월 임의탈퇴 처리되기 전까지 몸 담았던 현대건설 생활 당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전 현대건설 소속 고(故) 고유민. [사진=KOVO 제공]

고유민의 어머니 권 씨는 “많은 분이 잘못 알고 있다.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로 온 뒤 유민이가 변했다.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덧붙였다.

권 씨 표현을 빌리면 고유민은 코칭스태프로부터 ‘투명인간’ 취급 받았고, 구단 내에서 자해하는 동료들을 감싸다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부상 사실을 알렸음에도 적합한 대처가 제 때 이뤄지지 않았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고유민의 선배 등 관련 증언도 나온 상황이다.

고유민이 노트에 남긴 일기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 제 몫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연습도 제대로 안 해본 자리에서...”라며 “주전 연습할 때도 코칭 스태프가 거의 다했지, 전 거의 밖에 서 있을 때마다 제가 너무 한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적혀 있다.

그는 또 “갑자기 들어가야 할 땐 너무 불안하고 자신도 없었다. 같이 (연습을) 해야 서로 상황도 맞고 불안하지 않을 텐데... 저도 불안한데 같이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불안했을까 싶다.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태프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남겨 충격을 자아냈다.

2013시즌 현대건설에 입단한 고유민은 지난 시즌까지 7시즌 동안 윙 스파이커(레프트)로 활약했다. 수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지난 2월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왼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이영주와 함께 잠시 리베로로 전향하는 등 지난 시즌 총 25경기에 나섰다.

고유민이 남긴 일기에는 그가 팀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상세히 적혀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하지만 고유민은 리베로 역할에 큰 부담을 느꼈다. 김연견이 빠진 후 현대건설은 수비 불안 약점을 드러내며 고전했고, 고유민도 전문 리베로가 아닌 탓에 부진했다. 이에 비판이 따랐고 이도희 감독은 이영주를 임시 주전으로 낙점했다.  

이후 그를 웜업존에서도 볼 수 없었고, 인스타그램 계정 역시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팬들과 소통 창구를 닫아 소문이 확산됐다. 그 뒤 팀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고, 임의탈퇴 처리됐다.

어머니 권 씨에 따르면 고유민은 다른 분야 도전을 준비하면서도 선수 복귀를 위해 이도희 감독 등 구단에 임의탈퇴 해제와 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고유민의 등번호(7)가 다른 선수에게 넘어가자 그 스스로 큰 충격에 빠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구단 측은 “(팀 내) 갈등은 없었다”며 반박했다. 이 감독이 리베로 소임에 힘들어하던 고유민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으며, 구단에서도 수면제 복용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터라 신경썼다고 반론했다.

권 씨는 관련 내용이 담긴 딸의 일기장을 경찰에 제출했다며 “잘못된 건 확실하게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 다시는 유민이 같은 아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유민이 팀 이탈 후 스포츠 멘탈코치와 상담하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 [사진=유튜브 '스포카도' 캡처]

이제 시선은 현대건설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쏠린다. 많은 팬들은 이 감독과 구단이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사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길 요구하고 있다. 고유민 외에 자해를 했던 인물에 대한 언급도 나오면서 구단 내부 분위기를 향한 의구심과 우려가 따르기도 한다.

앞서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스포카도’에는 고유민이 팀을 떠난 뒤 스포츠 멘탈코치로부터 상담 받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고인은 “몸이 많이 안 좋아진 걸 요즘 많이 느낀다”며 “밥도 잘 안 챙겨먹고 잠도 잘 안자고 그러니까 확 안 좋아졌다”고 했다. 

“선수 시절보다 마음은 편안하다”며 “운동했을 때는 ‘다음날 또 어떻게 운동하지’ 이런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평일에는 하루하루 견디는 게 많았다”고 토로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리베로 전환 이후 겪은 마음고생에 대해서도 상세히 털어놓았다.

KOVO가 4일 고유민 사태와 관련해 재발 방지와 선수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악플과 전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사건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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