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6:44 (수)
미계약 유희관 이용찬, 두산베어스 '얼마면 되겠니' [2021 프로야구 FA]
상태바
미계약 유희관 이용찬, 두산베어스 '얼마면 되겠니' [2021 프로야구 F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05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제 2021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남은 건 단 2명. 두산 베어스 출신 투수 유희관(35)과 이용찬(32) 뿐이다. 

각각 지난해 부진과 부상으로 FA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차우찬(34)이 총액 절반 이상의 옵션 금액으로 LG 트윈스에 잔류한 게 이들에게 힌트가 될 수 있다.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K 와이번스)을 놓쳤지만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를 붙잡으며 최대 총액 170억 원 가까운 지출을 하게 된 두산으로선 이들에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희관은 8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챙겼으나 지난해 부진으로 여전히 미계약 FA로 남아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사면초가 유희관, 반등만이 살 길

8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 KBO리그 3명만 해냈던 대기록에 유희관도 이름을 올렸다. 얼마나 오랜 시간 꾸준한 활약을 펼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5년 이후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할 때 유희관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FA 시장 그를 향한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최고 시속 130㎞ 초반대 공을 던지면서도 날카로운 제구와 팔색조 변화구로 전성기를 이어왔으나 지난해 부진은 뼈아팠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10승(11패)을 달성했음에도 평균자책점(ERA) 5.02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가장 넓은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유희관은 잠실과 비교해 타 구장에서 약했다. 홈런도 잠실(5개)보다 타 구장(9개)에서 2배 가까이 많이 맞았다. 수비가 탄탄한 두산의 덕을 봤다는 평가도 많다. 지난해 연봉 4억7000만 원을 받아 A등급으로 분류된 그를 영입하기 위해선 10억 가까운 보상 금액과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를 내줘야 해 타 구단에선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두산 좌투수 중 최다승(97승)을 기록하고 있으나 FA는 엄연히 미래 가치를 바라보는 투자다. 11승 8패 ERA 3.25로 활약했던 2019년처럼 반등할 수 있다면 두산으로서도 유희관을 놓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이용찬(오른쪽) 역시 아직까지 계약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조급했던 이용찬, ‘건강한 이용찬’은 믿고 쓴다지만

2009년 구원왕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용찬은 팀 상황에 따라 불펜과 선발을 오가면서도 제 역할을 해냈다. 정상급 클로저로 활약하던 그는 선발로 변신해 2012년엔 10승 투수가 됐고 다시 마무리, 선발을 오갔다. 2018년엔 15승 3패 ERA 3.63, 다승 2위에 올랐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유희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상이 원인이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 이탈했고 수술대에 올랐다. FA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용찬은 의외의 선택을 했다. 시장에 쓸만한 선발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몸 상태. 이용찬은 5월 중 복귀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건 없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에서 재활을 해야하는데, 따뜻한 기후의 해외 전지훈련지에 비해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토미존 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이 과거에 비해 심각한 수술로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과거 기량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다는 보장을 하기도 어렵다.

유희관과 마찬가지로 A등급으로 분류된 이용찬은 지난해 연봉 4억2000만 원을 받아 보상금액만 8억 원이 넘는다. 몸 상태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 타 구단의 적극적인 오퍼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한 이용찬은 우려할 게 없다. 그 간단한 문제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역대 4번째 대기록을 달성해 일구상에서 최고투수상을 수상한 유희관(왼쪽)에겐 반등이 필요하다. [사진=스포츠Q DB]

 

◆ 재정난 두산, 불안한 레이스엔 승부를 걸 수 없다

올 시즌 7명의 FA가 무더기로 시장에 나오며 절반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최근 몇 년간 매각설이 나올 정도로 모기업 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자 두산은 과감히 움직였다. 오재일, 최주환은 떠나보내야 했지만 허경민, 정수빈, 김재호에 거액을 썼다.

그렇다고 두산의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다고 보긴 어렵다. 허경민과는 4+3년, 정수빈과는 6년 계약을 맺었다. 총액으로는 거액이나 계약기간을 크게 잡으며 당장 들어갈 지출은 최소화했다. 구단에 가장 필요한 선수부터 최대한 효율적으로 투자를 한 셈이다. 최근 재정 마련을 위해 이천 베어스 파크를 매각하고 임대 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FA 시장에서 투자한 금액 또한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활용한 것.

옵션 금액을 크게 설정한 LG 차우찬의 계약이 유희관과 이용찬, 두산에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이용찬과 유희관에겐 만족스러운 계약 조건을 건네지 않았는데, 그만큼 아직까지 다급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반등할 유희관, 건강한 이용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옵션이다. 차우찬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차우찬은 LG와 2년 총액 20억 원 계약을 맺었는데, 연봉이 3억, 옵션이 매년 7억 원에 달했다. 인센티브가 보장금액의 배에 달한다. 그러나 차명석 LG 단장은 “건강하기만 하다면 충분히 총액을 다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옵션 충족 기준이 소화이닝에 있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같은 성적을 내는 유희관, 아파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용찬에게 많은 금액을 투자하긴 어렵다. 옵션을 통해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유희관은 승리, 이용찬은 소화이닝 등을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두산으로선 보장금액은 적게 책정하더라도 옵션을 달성할 경우 선수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을 떠나는 건 구단이나 팬들 모두 원하지 않는 일이다. 다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선수에게 거금을 투자하는 것 또한 팬들의 원성을 사곤 한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선수와 구단, 팬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계약이 성사되기를 바라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