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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현대캐피탈 박상하 영입, 두가지 아이러니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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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현대캐피탈 박상하 영입, 두가지 아이러니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6.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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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학교폭력(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뒤 전력을 시인하고 은퇴한 남자배구 미들 블로커(센터) 박상하(34)가 천안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복귀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리빌딩'을 천명하며 같은 포지션에서 리그 톱으로 꼽히는 신영석(35·수원 한국전력)을 트레이드 형태로 내보낸 터라 팬들 사이에서 적잖은 반감을 사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31일 "자유계약선수(FA) 박상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V리그에 데뷔해 2008년 배구월드리그와 2014년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로로 활약한 그는 2016~2017시즌부터 대전 삼성화재에서 뛰다 지난 시즌 도중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월 박상하는 학창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져 은퇴하는 과정에서 폭로 게시글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이후 경찰조사 결과 일부 폭력 사실에 한해 박상하의 결백을 입증하는 증언이 나왔고, 폭로자도 박상하와 중학교 동창일 뿐 일면식도 없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누명을 벗은 그는 프로 무대 복귀를 희망했고, 현대캐피탈이 손을 내밀었다. 2월 은퇴 뒤 그는 FA 신분이었기에 계약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은퇴를 선언한 박상하의 복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KOVO 제공]
삼성화재에서 학폭 논란에 은퇴를 선언했던 박상하가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로 복귀한다. [사진=KOVO 제공]

박상하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코트를 떠나 있던 시간 동안 배구와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의 성원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코트 위에서 펼치는 플레이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대교체를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새로운 색깔의 배구로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팀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구단 관계자는 "팀이 지난 시즌부터 리빌딩을 추진하는 것과 별도로 센터 자원을 보강할 좋은 기회라 박상하를 영입했다"며 "FA 시장에서나 데려올 수 있는 좋은 베테랑 센터를 보상금이나 보상선수 없이 품었다"고 설명했다.

박상하가 은퇴를 선언한 건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 때문이었다. '박상하가 중학생 시절 학폭 가해자였으며, 그와 친구들이 작성자를 아파트에서 14시간 동안 집단폭행 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박상하는 '집단폭행' 내용은 부인했지만, '학창시절 친구와 후배를 때린 일은 있다'며 사과하고 은퇴했다.

그러나 폭로 글은 허위였고, 박상하가 해당 부분에서 누명을 벗자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여러 구단에서 박상하 영입을 추진했다고 전해진다. 박상하는 학폭 논란을 의식해 복귀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철저한 관리로 재기를 돕겠다고 약속했고, 박상하도 배구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리빌딩을 위해 대형 트레이드로 노장들을 내보내고 젊은 피를 수혈했다. 신영석과 세터 황동일,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 중인 김지한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세터 김명관, 윙 스파이커(레프트) 이승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3대3 맞교환을 진행했다.

주장 문성민과 살림꾼 전광인마저 부상 및 군 복무로 이탈한 상황에서 시즌 초반에는 우왕좌왕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이 안정됐다. 젊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승수를 쌓고, 상위권 팀 발목을 잡는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리빌딩 성과가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는 듯했다.

신영석(오른쪽)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포효했다. [사진=KOVO 제공]
1년 전 현대캐피탈은 리빌딩을 하겠다며 34세였던 신영석(오른쪽)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번에 당시 신영석과 같은 나이의 박상하와 계약하며 '전력 보강'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진=KOVO 제공]

팬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박상하가 집단폭행에 가담했다는 폭로는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그는 '학폭' 사실 자체에 대해선 인정했던 인물이다. 이에 책임지고 은퇴했는데, 이렇게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면서 3개월 만에 복귀했으니 아이러니하다. 두 번째로 리빌딩이라는 명분으로 팀에 5년 넘게 헌신한 기량 좋은 센터를 매물로 내줬는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당시 신영석과 나이가 같은 센터를 데려왔다.

박상하의 과오에 있어 경중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당시 그는 일부 폭력 사실을 시인했다. 여전히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에 대한 일체 언급은 없었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소속팀인 삼성화재를 통해 "중학교 시절 친구를 때린 사실이 있고, 고등학교 시절 숙소에서 후배를 때린 사실이 있다"며 "최근 학교 폭력 논란을 보며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중·고교 시절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다. 어떤 이유로도 학폭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이에 책임을 지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구단은 어떤 보상 없이 FA를 데려왔다고 기뻐했다. 현대캐피탈 팬들 입장에선 자칫 몸값 높은 신영석을 내보낸 게 몸집 줄이기의 일환이었다고 들릴 수도 있는 설명이다.

박상하는 집단폭행 건 외 폭력 피해자들과 접촉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캐피탈이 박상하를 영입하는 데 문제가 없겠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박상하와 현대캐피탈이 선수 개인적인 창구든, 현 소속팀 공식 채널을 통해서든 팬들에게 정확한 입장을 고지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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