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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4기' 김가영, 아픈 만큼 성숙해진 여제 [프로당구 LPBA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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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4기' 김가영, 아픈 만큼 성숙해진 여제 [프로당구 LPBA 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1.0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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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열심히 해왔고 언젠가는 보상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이 그 날인 것 같다.”

2년, 4차례 도전. 김가영(39·신한금융투자 알파스)이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 필요했던 경험들이다. 늘 마지막 문턱 앞에서 유독 흔들렸고 무너졌다. 커다란 벽은 드디어 허물었다. 수 없이 넘어졌던 게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김가영은 4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 방송센터에서 열린 2021~2022시즌 LPBA 6차 투어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강지은(30·크라운해태 라온)을 세트스코어 4-1(11-6 11-6 10-11 11-1 11-6)로 꺾고 통산 2승 째를 챙겼다.

김가영이 4일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8강까지 쾌속 질주한 김가영은 준결승에서 포켓볼 선수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차유람(35·웰컴저축은행 피닉스)을 만났다. 접전 끝에 매 세트 놀라운 뒷심을 보이며 3-0 승리를 거뒀고 LPBA 투어 커리어 5번째 결승 무대에 올랐다.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 출범 첫 시즌부터 좋은 활약을 보였고 6차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나 이후 결승 무대는 모두 악몽과 같았다. 지난 시즌 3차전에선 이미래에 0-3 완패했고 우승 상금 1억 원이 걸린 왕중왕전 성격 대회 월드챔피언십에선 김세연에 2-1로 앞서가다 2-4 역전패를 당했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스롱 피아비에 1-3으로 졌다.

경기 후 김가영은 “첫 번째 우승은 오히려 아는 게 없어서 겁날 것도 없었고 과감했다. 무조건 공격만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 당시에는 제대로 알고 게임을 운영하지 않았다”면서 “점점 알아갈수록 단단하지 못하고 겁나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게임을 제대로 쳐보지 못하고 지는 경기가 나오면 다음 경기가 두렵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좌절했다. 결승까지 올라가면 긴장감에 스스로가 잡아 먹혔다. 지난 3년 동안 이런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망설인다. 준비해왔던 것들이 다시 원상복귀 되는 느낌이었다. 긴장될수록 샷이 뻣뻣해지고 그런 것들이 반복이었다”고 결승 무대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김가영은 오구파울을 범하며 한 세트를 내줬지만 이후 흔들리지 않고 남은 세트를 모두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올 시즌 3차전에서 커리어 2승 째를 챙긴 크라운해태 에이스 강지은.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김가영의 기세를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1세트 끌려가던 김가영은 8이닝 5득점으로 7-4로 역전했고 이후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는 17이닝 장기전이 펼쳐졌으나 역시 마지막에 웃은 건 김가영이었다.

3세트가 위기였다. 앞서가던 김가영은 강지은에게 추격을 허용했고 12이닝 10-10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무난해 보이는 배치에서 수구를 바꿔 치는 오구파울을 범한 것. 강지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하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뻔한 상황도 맞았다.

그간 결승이 떠올랐다. 당장 무너져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적 실수였다. 그러나 김가영은 웃음으로 넘겼고 4세트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첫 6이닝 동안 공타 없이 꾸준히 득점하며 세트를 마무리했다. 5세트 강지은의 초반 공세에 당황하기도 했으나 3이닝부터 시동을 걸어 4이닝 4득점, 5이닝 4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김가영. [사진=PBA 투어 제공]

 

우승상금 2000만 원과 랭킹포인트 2만 포인트를 얻은 김가영은 “3년 동안 했던 모든 노력과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고 너무 행복하다”며 “초반 세트는 적정 수준의 집중이 아닌 과하게 몰입했다. 정신이 없었고 실수도 나오면서 아쉬운 순간도 많았다. 남은 4,5세트를 무너지지 않고 집중력 있게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열심히 해왔고 언젠가는 보상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이 그 날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포켓볼 여제’로 불렸으나 사실상 다른 종목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세부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 3쿠션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수구보다 적구를 눈이 쫓아가는 습관이 있어서 고치려고 하지만 막상 긴장되는 순간에는 놓치게 된다. 샷의 다양성과 속도 조절 등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다”는 그는 “(포켓볼에서 경험으로) 무회전으로 두께를 맞추면 남자 선수들보다 잘 맞춘다. 하지만 회전이 들어가면 방향까지는 맞춰도 속도 조절까지는 어렵다. 포켓 선수들이 3쿠션으로 넘어온다고 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비롯해 이번 대회에만 두 차례 오구파울을 범했다. 김가영은 “‘실수 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하고 스스로 다독였다”며 “제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는 편이다. 실수하면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컨트롤이 어렵다. 머리로는 받아드릴 수 있는데 몸으로 받아드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층 성숙해진 태도를 보였다.

김가영은 "어디가 정상인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보고 싶다.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라고 앞으로 포부를 나타냈다. [사진=PBA 투어 제공]

 

통산 2승. 이미래(TS샴푸 히어로즈·4회), 임정숙(SK렌터카 위너스·3회), 김세연(휴온스 레전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엔젤스), 강지은(이상 2회)과 함께 다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김가영은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3쿠션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에는 잘 친다고 생각이 들다가 그 다음에는 엉망인 경우도 있었다”며 “어디가 정상인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보고 싶다.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많이 기다려왔으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우승하고 기쁨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 반 만에 다시 정상 도전에 나섰던 강지은은 준우승으로 상금 600만 원과 랭킹포인트 1만 점을 추가했다. 공동 3위는 차유람과 이우경. 64강에서 에버리지 1.900을 기록한 이미래는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에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을 수상하며 상금 200만 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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