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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나영석 PD, '예능'의 참뜻을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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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나영석 PD, '예능'의 참뜻을 일깨우다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5.2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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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꽃보다 할배’...평범한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 화에 탁월한 재능 발휘

[스포츠Q 류수근 기자] “편집 전 촬영분 보면 욕 나온다.”

나영석 PD는 지난해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tvN ‘삼시세끼’의 편집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답변을 했다.

‘삼시세끼’는 '가을편'과 ‘어촌편’에 이어 ‘정선편’을 방송하고 있다. ‘어촌편’에는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 이끌었고, ‘정선편’은 이서진, 옥택연, 김광규가 호스트다.

'가을편' ‘어촌편’이나 ‘정선편’이나 ‘느린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이다. 동일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일상들이 소재다. 도무지 별반 다를 것 없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 지난해 tvN 예능 '삼시세끼' 제작발표회 때 배우 이서진, 옥택연과 나란히 한 나영석 PD(왼쪽).[사진=CJ E&M제공]

“그게 예능이 될 수 있다고?” '삼시세끼'의 첫 제작 소식을 접할 때부터 이같은 의문이 생겼다. 나영석 PD는 KBS 2TV ‘1박 2일’에 이어, tvN으로 넘어온 뒤에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 등 '꽃보다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스타 연출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럼에도 ‘삼시세끼’의 기획 의도는 과연 그가 '히트 메이커’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삼시세끼’에는 ‘1박2일’처럼 스타들의 장기자랑이나 몸을 날리는 모험도 없고, ‘꽃보다 할배’처럼 멋지고 신기한 해외여행 코스도 등장하지 않는다.

'삼시세끼'는 출연진들이 하루 밥 세끼를 때우는 모습을 화면에 담는 프로그램이다. 흔한 어촌에서 이따금씩 낚시를 한 생선으로 요리를 하거나, 옥순봉 아래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로 요리를 한다. 다른 점이라면 호스트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점이다.

가부장적 환경에서 자란 우리나라 남성들은 부엌에 들어가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이들은 설거지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잘 모르는 레시피를 꾸역꾸역 찾고 물어 직접 요리도 한다. 이 과정에 차승원은 숨은 요리실력을 한껏 발휘해 ‘차줌마’라는 특제 별명을 얻었고, 차승원 유해진은 광고에서 성가를 드높였다.

‘삼시세끼’는 이따금씩 게스트를 출연시켜 짭짤한 재미를 본다. ‘천국의 계단’에서 성인역과 아역을 연기했던 최지우와 박신혜는 꼼꼼한 살림꾼이라는 이미지와 자상한 여성미를 동시에 보여주며 '호스트를 뛰어넘는 게스트'로 포털사이트의 이슈를 독점했다.

나영석 PD는 26일 펼쳐진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뒤 가진 첫 수상 소감을 ‘뜬금 없이 상을 주셨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뜬금없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갑작스럽고도 엉뚱하다’는 뜻이다. 어쩌면 대상 수상 소감 중에 가장 이색적이고 정확한 감정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1박2일’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로 이어지는 나영석 PD의 연속 성공기를 대변해 주는 깔맞춤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로 비디오의 화면처럼 흐르는 '슬로 라이프' 속에서 독특한 재미를 끌어내 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에 앉히는 ‘비범함’은 나영석 PD의 탁월한 연출력을 대변해 준다. 정말 ‘뜬금없는’ 연출력이고, 이런 작품으로 큰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으니 정말 ‘뜬금없는’ 일이다.

‘예능(藝能)’은 사전적으로 ‘재주와 기능을 아울러 이르는 말’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따위의 예술과 관련된 능력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쇼, 코미디, 토크 프로그램을 일컫는 명사로 이 단어를 더 자주 쓰고 있다.

그 유래가 어떻든지 간에 ‘예능’이 갖는 ‘재주와 기능’의 원뜻을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에서 상식을 뛰어 넘는 기획과 연출력으로 실천하고 있다.

나영석 PD가 엮어가는 ‘예능’의 끝은 어디일까? 그 기발한 기획과 연출력의 흐름을 지켜보는 일만으로도 최상의 '예능감'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움을 더한다.

philip@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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