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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백종원의 '집밥' 오징어편 이지리스닝 강의법, 수능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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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백종원의 '집밥' 오징어편 이지리스닝 강의법, 수능이라면?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7.22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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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자녀를 키우다 보면 가장 힘든 게 자식 가르치는 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오죽했으면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내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했겠는가.

‘백주부’ 백종원 신드롬이 좀처럼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21일 저녁에는 tvN ‘집밥 백선생’ 오징어편이 방송됐다. 여지없이 포털사이트와 각종 SNS에는 백종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요리연구가의 인기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지속되는 일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다.

백종원은 21일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 부위별 쓰임새와 손질법 등 친숙한 재료임에도 잘 몰랐던 오징어 요리법을 소개했다. [사진= CJ E&M 제공]

백종원 신드롬의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그에 대한 갖가지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어떤 특정 매력이 한두 가지 있더라도 장기간 사랑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에 ‘집밥 백선생’ 오징어편을 보면서 문득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말 쉽다!’였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요리 재료와 과정을 일컬을 때 ‘레시피’라는 외국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 단어를 듣기만 해도 요리 문외한이나 초보들에게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우선 떠오른다. 요리하기 전에 겁부터 난다.

하지만 백종원의 ‘레시피’를 보고 듣고 있노라면 요리 문외한인 필자가 봐도 오감으로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요리가 저렇게 쉬워?” 보고 들으면서도 의심이 갈 정도다.

하지만 요리과정이 보는 것만큼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아무리 쉽게 설명하더라도 막상 해보면 다를 터다. 그럼에도 백종원 레시피를 보고 있으면 ‘나도 요리사가 될 수 있겠는데’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왜 일까? 백종원은 외모가 남다른 것도 아니다. 미남형이나 호남형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어쩌면 우리 주위의 보통 중년의 모습이다. 진행자처럼 말을 수려하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부담없는 외모와 충청도 사투리가 간간이 튀어나오는 말투 속에는 살아있는 식견은 물론 해학마저 섞여 나온다.

 
백종원의 오징어 손질법 소개 장면 [사진=  tvN ‘집밥 백선생’ 방송 캡처]

백종원이 수능학원 강사라면? ‘집밥 백선생’을 시청하던 중 문득 엉뚱한 가정법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족집게’ 선생으로 이름을 날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방정식이건 어려운 미분적분이건 관계없다.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가르치려다 보면 내 방식의 언어로 이것저것 장황하게 얘기하고 있는 필자를 발견했다. 그러다 ‘이것도 몰라?’하고 핀잔을 주면, 아이는 ‘아빠 싫어’라는 까칠한 답변과 싸늘한 분위기만이 돌아온다.

아이의 눈높이에서가 아니라 부모의 눈높이에서 얘기하고, 기다림보다 욱하는 감정이 앞서는 탓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고, 장광설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꼬집어 설명하는 지혜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잘못은 책망하지 않고 아이만 나무라는 감정표현이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을 방해한다.

‘집밥 백선생’ 백종원은 다르다. 요리초보자의 시선에서 설명하고, 심심할라치면 편리한 팁을 하나씩 제공한다. 나중에 말할 걸 앞서 가지 않는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다.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필요할 때 요점을 대수롭지 않은 듯 농담처럼 얘기한다. 이때 진지한 언어 대신에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투박한 매력이 작용한다. 백종원은 괜히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다. 출연진이나 시청자들은 그냥 편안히 즐기면서 오감으로 전문가의 식견을 체득한다.

“오징어 껍질을 벗길 때는 키친타월을 사용하라”“얇게 썬 오징어를 옮길 때는 젓가락을 활용하라”“채소 썰 때의 포인트는 원재료의 모양과 맞추는 것이다”“깻잎은 미리 풀어두면 안 뭉친다”“식초와 참기름은 상극이지만 잘 활용하면 의외이 궁합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21일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준 간편 요리 상식의 일부 사례다.

‘쉽고 재미있고 단계별로 요점이 쏙쏙 들어오게.’ 수능 강의에 이런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어떨까? 학생들은 졸지 않고 학습 포인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족집게 명강사라는 찬사와 함께 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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