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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섬뜩한 공포 '오피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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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섬뜩한 공포 '오피스' [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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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해 개봉된 독립영화 ‘마녀’(감독 유영선)는 사무실을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신입사원 세영이 주도하는 엽기적인 스토리로 주목 받았다.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 역시 현대인에게 있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사무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공포 스릴러다. ‘마녀’가 사무실이 주요 공간으로 활용됐다면, ‘오피스’는 타이틀에 걸맞게 철저하게 사무실을 비롯해 회사 내에서 이야기가 이뤄진다.

고아성이 주연을 맡은 공포 스릴러 '오피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아 호평 받았다

충격적 사건이 도입부를 장식한다. 착실한 회사원인 김병국 과장(배성우)이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사라진다. 형사 종훈(박성웅)은 회사 동료들을 상대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모두들 말을 아낀다. 특히 김과장과 사이가 좋았다는 인턴 이미례(고아성)는 무언가를 숨기는 눈치다. 김과장의 종적을 찾지 못하며 사건은 점차 미궁에 빠진다. 동료들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 이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계속 일어난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받은 ‘오피스’는 일가족 살해범을 추격하는 범죄스릴러 장르를 차용하는가 싶더니 회사 안 다양한 군상들을 응시하며 도시의 평범한 일상에 잠재한 광기를 묘사하는데 치중한다.

직장 내에서 이뤄지는 치열한 경쟁과 줄서기, 인턴-사원-대리-과장-부장의 계급질서에서 종횡으로 이뤄지는 갑을관계가 얼마나 소름끼치도록 폭력적이고 공포스러운 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묘사한다. 비정규직의 불안은 공포영화 속 살인마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희생자의 그것과 별다름이 없음을 은유한다.

냉정한 홍지선 대리(류현경)가 영업실적을 닦달하는 김상규 부장(김의성)을 향해 “제가 살려고 일하는 건지 죽으려고 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러다 병날 거 같으니 그만 두겠다”고 절규하는 대목은 공포영화가 다루는 죽음이 경쟁과 도태가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 ‘오피스’에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고 현실적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웅변한다.

 

스테이플러, 가위, 커터칼, 복사기와 같이 사무실 내 다양한 집기라든가 책상 아래, 회의실, 화장실, 흡연 계단, 지하 주차장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공포감의 조성은 매우 영리하다. 파티션을 최대한 이용하는 촬영기법은 관계의 단절과 질식할 것만 같은 폐쇄감을 증폭한다.

이야기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몇 군데 대목은 눈에 거슬리며 다소 뻔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촘촘한 시나리오와 세련된 연출, 실제 회사원만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신선한 스릴러 탄생을 알린다.

‘죽도록’ 최선을 다하는 인턴 사원을 연기한 20대 여배우 고아성의 묘한 질감과 인상적인 파워는 ‘스릴러 퀸’으로서 손색이 없다. 두 얼굴의 김병국 과장을 연기한 배성우의 퀭한 눈빛 역시 잔상이 강렬하다. ‘추격자’ ‘작전’ ‘황해’ ‘내가 살인범’과 같은 스릴러 장르물의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친 홍원찬의 감독 데뷔작이다. 러닝타임 1시간51분. 15세 이상 관람가. 8월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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