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포럼현장Q] 슈틸리케가 제시한 오답노트, 기술 진보 없이 강팀 이길 수 없다
상태바
[포럼현장Q] 슈틸리케가 제시한 오답노트, 기술 진보 없이 강팀 이길 수 없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2.09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패스 미스·볼 컨트롤 실수로 애써 잡은 공격 기회 놓쳐…유소년 때 기술 완벽하게 숙지해야"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현주소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졌다. 현재 한국 축구의 문제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모든 것은 유소년 축구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9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5년 대한축구협회 기술세미나 강연에서 자신이 지난 14개월 동안 A대표팀을 맡으면서 좋았던 부분과 아쉬웠던 문제점에 대해 여과없이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올해 슬로건인 '변화하라(Time for Change)'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을 만회하고 오랫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춘 슬로건이지만 나는 다르다"며 "성적도 중요하지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고 선수들이 어떻게 인식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슬로건은 선수와 대표팀뿐 아니라 현장에 있는 각급 지도자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며 "올해 대표팀이 20경기에서 16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좋은 결과를 얻어냈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의 첼시에서 보듯 한순간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한국 축구가 많은 것을 개선시키고 발전해야만 러시아 월드컵까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적한 것은 기술과 집중력에 대한 문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의 경기 영상자료를 보여주면서 한국 축구 선수들의 기술 부족에 대해 집중적으로 되짚었다. 영상에는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 볼 컨트롤 실수 장면이 주로 들어 있었다.

정확한 패스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 압박이 없었는데도 패스 미스를 하고 부정확한 패스로 기회를 놓친다"며 "이런 부분이 계속 나온다면 결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 이내의 강팀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볼 컨트롤 실수에 대해서도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은 공을 받아서 바로 공격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동작을 이어가야 하는데 첫 볼 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또 골키퍼도 수비수로부터 공을 받은 뒤 곧바로 공격으로 팀 리빌딩해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골키퍼도 볼 컨트롤을 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양질의 패스 조건도 언급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패스의 정확도는 단순히 방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의 빠르기와 강도 역시 패스의 정확도에 들어가는 부분이다. 이것이 정확하게 맞아야만 양질의 패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이 유소년 축구에서 제대로 숙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술은 만 18세에 완성이 돼야 한다. 18세 이후 성인 선수가 되면 기술 연마가 아니라 빠르고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며 "유소년 단계에서는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잘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보다는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소년 단계에서는 이기는 축구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기술 완성에 더욱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슈틸리케 감독은 '생각하는 축구'도 함께 주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체력훈련만 잘해서는 안되는 시기다. 머리를 잘 쓸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긍정적인 부분도 함께 봤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장점은 배우려는 의지와 부지런함,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규율이 잘 잡혀있다는 것"이라며 "세 가지 장점에 기술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레스터 시티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에서 보듯 기술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포지션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으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취재후기] 슈틸리케 감독은 송년 기자간담회를 가진 바로 전날만 하더라도 "2015년은 대만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 드러난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내년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 이대로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패스 실수 하나에 완벽한 공격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상대 역습의 빌미가 돼 실점으로 연결된다면 절대로 경기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 지금 슈틸리케 감독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인 자신의 임기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도약하고 발전한 한국 축구로 만들기 위한 개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