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6:44 (수)
[리뷰] '드라큘라' 돌풍 주역 김준수의 섹슈얼 파워
상태바
[리뷰] '드라큘라' 돌풍 주역 김준수의 섹슈얼 파워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7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6일 낮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로비. 오후 3시 한류스타 김준수의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기 위해 여성팬들이 북적였다. 일본의 중년 팬들도 상당했다. 2171개에 이르는 좌석은 일부 사석을 제외하곤 거의 팔린 상태. 오후 8시 공연은 완전 매진이었다. 로비 한켠에 마련된 팝업스토어의 공연 기념품 역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공연 시작 이후에도 로비를 지키던 팬들은 공연 이후 김준수의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기 모드였다. 공연의 막이 오르고, 드라큘라 역 김준수가 노래를 마칠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멈추질 않았다.

 

지난 7월15일 한국 초연의 서막을 연 ‘드라큘라’가 공연가의 특급 에이스로 통하는 김준수의 위력을 다시금 확인시키며 흥행가도를 질주 중이다. 고브램 스토커의 동명소설을 뮤지컬로 탄생시킨 ‘드라큘라’는 200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의미 있는 성공을 일궜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지킬 앤 하이드' '몬테 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특유의 드라마틱한 선율이 더해져 웅장한 대작으로 탄생됐다.

작품은 드라큘라 백작의 400년에 걸친 슬픈 사랑 이야기다. 19세기 말, 죽은 부인을 400년 동안 그리워 해오던 드라큘라는 죽은 아내가 환생한 미나를 만난다. 변호사 조나단 하커를 약혼자로 둔 미나는 드라큘라를 밀어내지만, 결국 운명에 이끌려 그를 사랑하게 된다. 미나를 자신처럼 살게 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드라큘라는 뱀파이어 헌터인 반 헬싱 교수의 등장으로 위험에 빠진 가운데 결국 미나를 포기하고 스스로 죽음을 맞는다.

▲ 극중 미나(정선아)와 드라큘라

야심차게 출발한 ‘드라큘라’는 드라마의 만듦새가 매끄럽진 않다. 1막에만 무려 16곡이 대방출되지만 남녀 주인공의 심리가 대사나 노래를 통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함으로써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의 핵심인 드라큘라와 미나의 운명적인 사랑에 쉽게 몰입하기가 힘들다.

반면 4중 턴테이블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디양한 배경을 만들어내는 무대는 인상적이었다. 십자가에 흐르는 피, 안개와 비, 순간이동 등을 표현한 세련된 영상기술은 극의 음산하고도 판타지적 분위기를 잘 형성했다.

짜임새 부족한 이야기임에도 관객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연 김준수 때문이다. 뮤지컬 데뷔 이래 첫 타이틀 롤을 맡아 무대 전체를 끌고 간 김준수는 뜨겁고 섹슈얼한 드라큘라를 만들어냈다. 백짓장 같이 하얀 얼굴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피처럼 붉은 머리, 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색 가죽팬츠로 도발적 변화를 꾀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테스크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하이톤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더욱 탁성으로 변조했다.

▲ 반 헬싱 교수(양준모)와 대결하는 드라큘라

루시, 미나와의 연이은 격정적 키스장면과 2막에서 가슴을 풀어헤친채 벌이는 미나와의 베드신은 상당히 에로틱하다. 김준수는 이를 이물감 없이 소화했다. 그간의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성인돌의 문턱을 성큼 넘은 것이다.

그의 장점으로 꼽히는 무대 장악력과 짙은 감성, 오랜 시간 안무로 다져온 유연한 몸놀림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Fresh Blood’에서는 김준수의 존재감이 선명히 드러나며, 미나에게 자신들의 과거를 설명하는 ‘She’와 듀엣곡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특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1년 ‘천국의 눈물’을 통해 뮤지컬 데뷔한 이래 ‘모차르트’ ‘엘리자벳’ ‘디셈버’ 등 고작 4편에 출연했을 뿐인데 조승우와 함께 뮤지컬계의 특급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김준수가 출연하는 공연 티켓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만큼 인기가 높다. 가수 시절부터 빼어난 가창력을 지닌 그는 이전 네 작품에서 자신과 잘 맞는 캐릭터를 맡으며 ‘신선하고 신비로운 느낌의 스타탄생’을 알렸다.

▲ 드라큘라 백작의 열창 장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연기 영역 확장을 꾀한 이번 ‘드라큘라’를 통해 배우로써 보완해야 할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복잡한 감정선을 풍부하게 표현할 연기력 강화와 아울러 뮤지컬에 최적화된 가창력의 보완이 필요하다. 국내외 팬들의 거대한 팬덤이 뒷받침되고 있는 데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김준수의 제2의 뮤지컬배우 인생이 시작된 느낌이다.

9월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