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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박인비 올림픽 출전 강행 이유, 도망자-패배자가 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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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박인비 올림픽 출전 강행 이유, 도망자-패배자가 되기 싫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2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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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좋지 않고 두렵다고 해서 피하면 골프 인생 포기나 마찬가지…진통제-소염제 없이 통증 감수하며 경기"

[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올림픽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인제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부터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두렵다고 피하면 앞으로 어떤 대회가 있어도 또 포기하는 패배자가 될 것 같았다. 그러기는 싫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과 컨디션 저하 때문에 끝까지 고민했던 올림픽 출전 강행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주위에서는 "후배의 길을 막는다"는 악플에 가까운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박인비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다면 도망자나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인비는 2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과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한 뒷얘기를 전했다. 지금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웃고 있지만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 박인비가 2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무는 포즈를 하고 있다.

박인비는 "100%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어떻게 아플지 모르기 때문에 결정내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116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 골프이고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자리인만큼 컨디션이 나쁘고 성적이 좋지 않을까 두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은 선수로서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고 이를 통해 박수를 받는 자리다. 하지만 사소한 부상이나 마음 속 두려움 때문에 출전을 포기한다면 올림픽 뿐 아니라 앞으로 그 어떤 대회도 출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며 "가족과 남편이 내게 용기를 불어넣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인비가 힘든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역시 문제는 스윙과 샷 감각이었다. 이 때문에 박인비는 제주도에서 열렸던 삼다수 오픈에 나가기 전에 4주 동안 훈련을 하면서 스윙을 가다듬었다.

박인비는 "부상 때문에 작아진 스윙을 더욱 크게 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삼다수 오픈 때는 훈련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비책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며 "삼다수 오픈이 끝난 뒤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나기 전까지 사흘 동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이 나오는 등 좋은 결과로 이어져 경기를 잘 풀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박인비는 통증을 참아가면서 올림픽 코스 4라운드를 돌았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박인비는 "아파도 집중하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진통제나 소염제를 복용할 수도 있었지만 약을 원래 싫어해서 먹지 않았다. 테이핑도 안했다"며 "고통은 이미 감수했던 것이고 아파도 스윙을 제대로 하자는 마음만 있었다"고 말했다.

▲ 박인비가 29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인비는 올림픽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갇혔던 것.

박인비는 "평생 엘리베이터에서 갇혀본 적이 없는데 문이 열리지 않은데다 한 층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했다"며 "30분 만에 구조됐는데 동료 선수들이 액땜을 한 것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그런데 금메달을 따면서 정말 액땜한 것이 됐다"고 웃었다.

이밖에 박인비는 박세리 감독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시작 전부터 어려운 일이 많아서 박세리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조언을 들었다"며 "대회가 끝난 뒤 그 누구보다도 내 우승을 축하해준 분이 바로 박세리 감독이다. 골퍼로서 우러러보기만 했던 분과 같이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낸 것만으로도 특별한 운명이다. 박세리 감독과 궁합이나 운때도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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