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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기록' 박인비, 박세리 넘어 '전설의 퀸' 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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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기록' 박인비, 박세리 넘어 '전설의 퀸' 길을 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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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벌써 메이저 6승,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 충분…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 정조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이제는 대선배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를 넘어 레전드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더 큰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박인비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 웨스트체스트 컨트리클럽 서코스(파73, 6670야드)에서 열린 201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선수권(총상금 350만 달러, 우승상금 52만5000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로 5타를 줄였다.

3라운드까지 14언더파 205타로 김세영(22·미래에셋)에 2타 앞선 선두를 달렸던 박인비는 최종합계 19언더파 273타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통산 15승이자 메이저대회 6승째다.

박인비는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를 치른 김세영과 2번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기록하면서 양보없는 접전을 예고했다. 김세영이 3, 4번홀에서 보기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5번부터 8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7번홀에서만 버디를 기록한 박인비가 한때 1타차로 쫓기기도 했다.

하지만 박인비가 9번홀 버디로 전반 9개홀에서 3타를 줄인 반면 김세영이 같은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며 다시 4타차로 달아났다. 김세영이 10, 12번홀 버디를 낚으며 추격전을 벌였지만 13번홀 결정적인 보기를 기록하면서 따라갈 힘을 잃었다. 박인비는 '역전의 여왕' 김세영마저 따돌리며 '메이저 퀸'이 됐다.

◆ 메이저 3연패, 엄청난 전리품을 챙기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수많은 전리품을 챙겼다. 세계랭킹 1위를 20주 만에 탈환했다는 점은 가장 큰 기쁨이다.

박인비는 2013년 4월 16일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내주기 전까지 59주 동안 1위를 지켰다. 이내 1위 자리를 되찾았던 박인비는 지난 2월 3일 리디아 고에게 1위 자리를 뺏기기 전까지 73주 동안 세계 톱을 유지했다.

박인비가 다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면서 올 시즌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013년 6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에 오르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박인비는 지난해 3승으로 다소 주춤했다. 올 시즌 15개 대회가 치러진 가운데 벌써 3승을 챙겨 2년 전 상승세를 재현하고 있다. 아직 올 시즌 대회는 17개나 남아 있다.

또 위민스 PGA 선수권을 3년 연속 제패하면서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10년 만에 나온 단일 메이저대회 3연패를 기록했다. 역대 LPGA에서 메이저 3연패를 기록한 것은 패티 버그(1937~1939년 타이틀 홀더스)와 소렌스탐(2003~2005년 LPGA선수권)에 이어 세 번째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박인비가 'LPGA 레전드'의 길로 들어서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박인비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버그, 소렌스탐 등 골프의 전설 등과 함께 메이저 단일 대회 3연패를 이뤄내며 역사를 썼다는 점은 매우 영광"이라며 "내가 이런 기록을 해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역대 메이저 6승 거둔 13번째 선수, 전설의 자격을 갖추다

여기에 박세리가 갖고 있던 한국 선수 메이저 최다승 5승의 기록을 넘어서 6승째를 올렸다. 2008년 US 여자오픈 우승으로 첫 메이저 퀸이 된 박인비는 2013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재 ANA 인스피레이션), 위민스 PGA 챔피언십, US 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메이저 4승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박세리의 기록을 넘어선 것에 대해 "(박)세리 언니는 현재 LPGA 무대에서 뛰고 있는 젊은 한국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한 선수"라며 "단 한 번도 세리 언니의 메이저 5승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것을 해냈다"고 말했다.

또 메이저 6승은 팻 브래들리, 벳시 킹, 패티 시한, 케이시 휘스워스(이상 미국) 등 쟁쟁한 골프 전설과 함께 공동 9위에 해당하며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승이기도 하다. 박인비 이전에 메이저 6승 이상을 기록했던 12명의 선수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기 때문에 박인비 역시 전설의 대열에 일찌감치 들어섰다. 이제 1승만 더하면 줄리 잉스터(미국), 카리 웹(호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전 대회까지 리디아 고(18·뉴질랜드, 한국명 고보경)에 이어 89만7500 달러로 시즌 상금 2위였던 박인비는 52만5000 달러의 우승상금을 챙겨 올 시즌 가장 먼저 상금 100만 달러(142만2500 달러)를 돌파했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 LPGA 데뷔 후 처음으로 컷오프 탈락, 상금을 챙기지 못하는 바람에 94만2476 달러에 머물렀다.

◆ 남편 외조 받으며 안정, 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 '파란불'

박인비는 지난해 다소 부침을 겪었다. 3승이라는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2013년 6승에 시즌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 기록은 분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스윙코치인 남기협(34) 씨와 결혼한 뒤 안정을 되찾고 더욱 막강해진 경기력으로 LPGA 무대를 누비고 있다. 남편의 외조가 박인비의 상승세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 박인비는 남기협 씨와 포옹한 뒤 함께 두 손을 맞잡고 갤러리들에게 인사를 하는 등 승리를 자축, 금슬을 과시했다.

이제 박인비의 목표는 한국 선수 최초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맞춰져 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웹과 미키 라이트, 루이스 수그스, 잉스터, 브래들리(이상 미국), 소렌스탐 등 6명만이 갖고 있다.

박인비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박인비가 차지하지 못한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다음달 31일부터 8월 3일까지 벌어진다. 이에 앞서 US 여자오픈 등 4개의 대회가 더 있지만 박인비의 초점은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맞춰져 있다.

또 큰 목표는 단연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이다. 세계랭킹 1위의 박인비는 사실상 올림픽 본선 진출을 예약했다. 이미 박인비는 올림픽 목표 때문에 출산까지 뒤로 미루고 오직 골프에만 전념하고 있다.

1904년 이후 무려 112년만에 열리는 올림픽 골프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현역으로서는 첫 기록이라는 역사를 남기게 된다.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게 되면 21세기 최고의 골프 여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 박인비 역대 LPGA 우승 기록

승수 날짜 대회명 성적 준우승자
1 2008.06.30 US 여자오픈 283(-9) 헬렌 알프레드손(스웨덴)
2 2012.07.30 에비앙 마스터스 271(-17) 카리 웹(호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3 2012.10.14 사임 다비 LPGA 말레이시아 269(-15) 최나연(한국)
4 2013.02.24 혼다 LPGA 타일랜드 276(-12)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5 2013.04.08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273(-15) 유소연(한국)
6 2013.04.29 노스 텍사스 LPGA 슛아웃 271(-13)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7 2013.06.10 LPGA 챔피언십 283(-5) 카트리오나 매튜(스코틀랜드)
8 2013.06.24 NW 아칸소 챔피언십 201(-12) 유소연(한국)
9 2013.07.01 US 여자오픈 280(-8) 김인경(한국)
10 2014.06.09 매뉴라이프 LPGA 클래식 261(-23) 크리스티 커(미국)
11 2014.08.18 LPGA 선수권 277(-11)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12 2014.11.02 푸본 LPGA 타이완 챔피언십 266(-22)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13 2015.03.08 HSBC 위민스 챔피언스 273(-15) 리디아 고(뉴질랜드)
14 2015.05.04 노스 텍사스 슛아웃 269(-15) 크리스티 커(미국)
박희영(한국)
15 2015.06.15 위민스 PGA 선수권 273(-19) 김세영(한국)

※ 붉은 굵은 글씨는 메이저 대회.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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