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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대항마가 코리안? LPGA 주류가 된 '교포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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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대항마가 코리안? LPGA 주류가 된 '교포 파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9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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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리디아 고 이어 이민지도 우승 신고…올 시즌 신인왕 및 내년 올림픽 메달 경쟁 예고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적은 한국 선수다? 역설적이지만 올 시즌 LPGA 투어의 특징이다.

이민지(19·하나금융그룹)가 18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 리버코스(파71, 6379야드)에서 끝난 LPGA 킹스밀 챔피언십(총상금 130만 달러, 우승 상금 19만 5000달러)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민지의 우승으로 올 시즌 벌어진 12개의 대회 가운데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선수들이 합작한 승수가 10승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10승 모두 한국 국적 선수의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국적이 다르다.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 한국명 고보경)가 2승을 챙겼다. 이민지도 호주 교포다. 10승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3승을 차지할 정도로 교포 선수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리디아 고는 18세의 나이에 세계 여자골프계를 호령하고 있고, 이민지 역시 루키 신분으로 승수를 챙겨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 무서운 신예 교포 선수들의 등장, LPGA를 호령하다

이미 LPGA에는 골프 팬들에게도 낯익은 교포 선수들이 뛰고 있다. 미셸 위(26·미국, 한국명 위성미)는 리디아 고가 데뷔하기 전까지 가장 유명하고 성공을 거둔 교포 선수다.

겨우 10세의 나이에 아마추어 선수권 본선에 진출하면서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미셸 위는 183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를 바탕으로 LPGA에서 4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US 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리디아 고가 단숨에 LPGA 그린을 휩쓸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 2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지난해 3승, 올해 2승으로 통산 7승을 달성했다. 17세 9개월 8일이라는 최연소 신기록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리디아 고는 지난달 29홀 연속 언더파 기록을 세우며 '레전드' 안니카 소렌스탐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리디아 고가 주도하는 교포 선수들의 상승세에 이민지가 가세했다.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아마추어 시절 호주를 휩쓸었고 리디아 고가 프로로 전향한 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실력자다.

지난해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앨리슨 리(19·미국, 한국명 이화현)와 함께 공동 수석을 차지한 이민지는 시즌 개막 전 김효주(20·롯데), 김세영(22·미래에셋), 장하나(23·BC카드)와 함께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다.

시즌 초반은 다소 부진했다. 시즌 개막전이자 데뷔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12위에 올랐던 이민지는 세번째 출전 대회였던 ISPS 한다 호주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첫 톱10에 들었다. 그러나 JTBC 파운더스컵과 기아 클래식,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연속 컷오프 탈락하며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전 대회인 노스 텍사스 슛아웃에서도 컷오프 탈락했지만 이민지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평균 285야드 장타를 터뜨리며 거물급 신인의 자질을 비로소 드러내기 시작했다.

◆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코리안 대 코리안?

앨리슨 리 역시 시즌 두 번째로 톱10에 들었다. 앨리슨 리는 3라운드까지 이민지와 1, 2위를 다투며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3위에 올랐다. 앨리슨 리 역시 올 시즌 세 차례 컷오프 탈락하기도 했지만 기아 클래식에서 4위에 오르는 등 만만치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민지, 앨리슨 리의 가세로 올 시즌 신인왕 경쟁도 더욱 뜨거워졌다. 김세영과 김효주, 장하나가 신인왕 레이스 1위부터 3위를 점령한 가운데 이민지가 4위로 뛰어올랐다. 아직까지는 김세영이 689점, 김효주가 608점으로 '투톱'을 형성하고 있지만 장하나(381점)과 이민지(376점)이 맹렬한 기세로 추격한다면 접전이 될 수도 있다.

이민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모두 30만 9651달러를 벌어들여 올 시즌 LPGA 상금 랭킹 13위로 뛰어올랐다. 또 리디아 고, 김효주와 함께 올 시즌 LPGA 우승을 차지한 10대 선수가 됐고 19세 생일을 치르기 전에 LPGA 정상에 선 역대 7번째 선수가 됐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신인으로 우승을 차지한 세 번째 선수가 됐고 세계 여자골프 랭킹도 59위에서 19위로 뛰어올랐다.

세계 여자골프 랭킹의 상승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에 가깝게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이민지는 카리 웹(16위)에 이어 호주 선수로는 두번째로 높은 세계 랭킹에 올라 현재 순위를 계속 이어갈 경우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현재 리디아 고가 세계 랭킹 1위로 올림픽 출전이 거의 확실해졌고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김효주,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양희영(26·KB금융그룹) 등 15위권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가깝게 다가섰다. 여기에 미셸 위도 올림픽 출전 가시권에 있다. 올림픽에 모두 60명이 나가기 때문에 전체 10%가 넘는 7명이 한국인의 피를 받은 선수들이다.

LPGA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할 때마다 한국계 선수들의 승수도 함께 포함하곤 했다. 어떻게 보면 '플러스 알파'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당당히 LPGA의 한 주류가 됐다. '한국 국적 선수'를 위협하고 견제하는 세력으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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