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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 전성시대 다시 여는 인하대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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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 전성시대 다시 여는 인하대 배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4.2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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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팀탐방] 경기대 7연패 저지, 4년만에 정상탈환 인하대의 부활

[300자 Tip!] 인하대가 경기대의 아성을 무너뜨린 게 배구계에 화제다. 지난해 대학배구는 경기대 천하였다. 경기대는 춘계대회와 대학배구리그를 석권했다. 성균관대가 추계대회 패권을 가져가며 뒤를 이었다. 2010년 이후 인하대는 어떤 우승컵도 들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인하대는 올해 경기대 아성을 깨면서 2006~2007년 나가면 우승이던 그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공식대회에서 4년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배구명가 부활'을 선언했다. 인하대의 훈련 현장을 찾았을 때 선수단 분위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인천=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인천시 남구 인하대 체육관에 들어서자 12명이 모여 스파이크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정상에 오른 팀답게 서로를 격려하는 파이팅의 함성이 체육관 내에 크게 울려퍼진다.

인하대가 대학배구 정상으로 돌아왔다. 인하대는 지난 8일 경남 남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 춘계대회 결승에서 경기대를 3-2(25-22 16-25 25-20 29-31 15-9)로 꺾고 2010년 하계대회 우승 이후 4년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 인하대 체육관에 들어서자 선수들이 크게 소리를 내며 스파이크 훈련을 하고 있다.

춘계대회 우승은 7년만이었다. 경기대는 대회 7연패 달성에 도전했지만 인하대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근 몇 년간 우승과는 연이 없던 인하대는 최강 경기대를 무너뜨리며 명가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함성이 우렁찼다. 공을 때리는 소리도 매우 커서 서로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한 선수씩 돌아가며 불러내 코트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 ‘악’으로 ‘깡’으로 경기대를 무너뜨리다 

최천식(49) 인하대 감독은 춘계대회 예선 1차전에서 경기대에 0-3으로 완패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다”며 “선수들이 큰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 명지대에 첫 세트를 내줬을 때는 앞이 캄캄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선수들은 바로 페이스를 되찾았다.

▲ 이상래 인하대 코치(왼쪽)가 선수들에게 리시브 훈련을 시키고 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첫 경기 완패가 약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세터 황승빈(22)은 “‘우승후보’라는 말에 자만했다”고 인정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주장 박원빈(22) 역시 “방심했다. 경기대에 크게 지니 자존심이 상했다”고 덧붙였다.

인하대는 준결승에서 홍익대를 3-1로 물리치고 결승에서 다시 경기대를 만났다. 4세트에서 공격수 황두연(21)이 착지하다 발목이 돌아가며 코트를 떠났지만 심민교(20)가 공백을 잘 메꾸며 경기대의 춘계대회 7년 연속 우승을 저지했다.

인하대의 우승엔 주공격수 나경복(21)의 역할이 컸다. 그는 결승에서 28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대학무대 최고의 공격수인 그는 지난 14일 발표된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예비엔트리 32명에도 승선했다. 나경복은 “(황)두연이 형 부상으로 팀이 하나가 돼 '악바리 근성'으로 임했던게 우승 요인이다”라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 나경복은 춘계대회 활약을 바탕으로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 32명에 승선했다. 동료들은 나경복이 "대학 공격수 중 톱"이라고 치켜세웠다.

동료들은 나경복을 크게 칭찬했다. 황승빈은 “경복이는 대학 공격수들 중 톱”이라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센터 천종범(21)은 “탄력이 좋아 타점이 높은 선수”라고 평가했고 라이트 김성민(19)은 “공격력이 좋다. 닮고 싶은 선배”라고 그의 높은 타점에 대해 부러움을 표했다.

◆ 물고 뜯는 인하대 배구, 쉽게 지지 않는다

“코치를 믿죠. 팀에 민폐끼치는 아닌가 걱정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줘 고맙다.”

최천식 감독은 지도자는 물론 해설까지 하고 있다. 현재 SBS스포츠의 해설위원이다. 프로배구 리그 시즌 에는 일주일에 두 번 중계를 한다. 한 경기 중계를 위해 4시간을 투자한다. 해설을 위해 자리를 비울 때도 코치와 선수들이 늘 잘해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 감독은 “프로 경기를 지켜보다보면 각 감독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경기 흐름을 끊는 방법, 작전타임에 이야기하는 것들을 유심히 살피다보면 배우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또한 감독의 공백보다는 그로 인해 얻는 장점들을 언급했다. 나경복은 “해설위원을 병행하시다보니 정보력이 많으시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박원빈은 “현대배구를 접목하려고 하시는게 느껴진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 최천식 인하대 감독은 모교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본인을 '인하맨'이라고 자처했다.

그는 인하부중-인하부고-인하대 출신이다. 2005년 4월에 인하대 감독으로 부임한 그에게 모교가 각별하겠다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물론이다. 애정 많다. 평생 인하맨으로 남을 생각”이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최 감독은 “인하대는 전통적으로 예의 바르기로 유명하다”며 팀을 치켜세웠다. 이어 “선수들 모두 인성이 좋다. 이를 바탕으로 다져진 끈끈한 팀워크가 우리의 강점”이라고 인하대 배구를 정의했다.

유광우(삼성화재), 김요한(LIG손해보험), 임시형(영구제명) 등과 함께 재학 시절 인하대 전성시대를 누렸던 이상래(28) 코치는 “인하대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물고 뜯고 늘어지는 팀이다”라며 “상대에서 '붙기 싫다'는 말이 나오는 배구, 쉽게 지지않는 배구가 특징”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황승빈은 “인하대 배구는 특출나게 잘난 부분은 없다”고 웃으면서 “그렇다고 크게 빠지는 부분이 없다. 모두가 고른 것이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김성민은 “소통이 잘 된다. 이번 결승에서도 느꼈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적어 위기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 춘추전국시대 대학배구, '예측불허'

대학배구는 지난해까지 ‘3인방’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이상 러시앤캐시)가 버틴 경기대와 전광인(한국전력)의 성균관대가 2강이었다. 데뷔 첫 해 프로무대에서도 수준급의 활약을 펼칠 정도로 대단했던 그들의 부재 속에 인하대가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 황승빈(왼쪽)의 토스를 받은 천종범(가운데)이 속공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14 시즌 첫 대회를 석권한 인하대의 목표는 당연히 전관왕이다. 다만 모두가 섣부른 전망은 삼갔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가운데 매 경기에 조금 더 심혈을 쏟는 팀, 당일 경기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팀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춘계대회 우승은 준결승에서 경기대와 성균관대가 풀세트 접전을 펼쳐준 운도 작용한 것”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황두연과 김성민의 부상을 메워야 한다. 두 명이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성민은 1학년임에도 주전 라이트를 맡고 있다. 춘계대회 직전 공을 잘못 맞아 부상 치료중이다. 멀리서 안타깝게 훈련을 바라보며 “경기대만 경계할 것이 아니다. 성균관대도 조직력이 대단하다. 다른 팀들도 우습게 볼 상대는 없다”고 앞으로의 판도를 전망했다.

황승빈 역시 “우리가 우승했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다. 팀들간 실력차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로 장단점도 다 파악됐기 때문에 본 모습을 보이는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올시즌 대학배구 흐름을 가늠했다.

일단 인하대의 출발은 좋다. 지난 25일 홈에서 치른 2014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리그 첫 경기에서 홍익대를 3-1(25-21 25-19 21-25 25-17)로 꺾었다.

◆ “마무리잘하자 친구야”, 4학년 콤비 박원빈-황승빈 

박원빈과 황승빈은 올 시즌을 마치고 V리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다. 인하대에 4학년생은 둘뿐이다. 팀을 앞장서 이끌어야만 하는 위치다. 인하대는 이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짜릿한 우승으로 2014년을 상큼하게 열었다.

▲ 주장인 센터 박원빈(왼쪽)과 세터 황승빈은 "좋은 성적으로 대학생활을 마무리해 상위 순번에서 지명받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박원빈은 춘계대회 MVP를 차지했다. 고비마다 터진 블로킹으로 상대방의 맥을 끊었다. 그는 “높이가 있어 블로킹만큼은 자신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아직 한참 멀기는 했지만 신영석 선배처럼 속공도 잘하는 센터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승빈은 춘계대회 우수세터상을 받았다. 본인의 배구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우승이었다. 그는 “세트를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는 것이 내 경쟁력”이라고 어필했다. 그는 세터답게 “내 토스에 상대방 센터들이 속을 때 쾌감을 느낀다”며 “몸관리 잘하고 멘탈을 가다듬어서 최태웅 선배님같이 오랜 기간 활약하는 세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원빈은 황승빈에 대해 “다른 팀 세터 누구보다도 최고”라고 극찬하며 “마지막이니까 우승 많이 하자”라고 다정하게 말했다. 황승빈은 부끄러운 듯 말을 아끼면서도 친구의 애교가 싫지 않은 듯 밝게 웃어보였다. 둘은 “올해 마무리를 잘해서 상위 순번으로 프로 지명받자”라고 약속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4년째 호흡을 맞춰온 서로를 굳게 믿는 것이 느껴졌다.

■ 인하대 배구부는 

▲ 인하대 선수들이 춘계대회뿐 아니라 대학배구리그도 거머쥐겠다고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76년 창단했다. 초대 유석철 감독, 2대 문용관 감독을 거쳐 현재 최천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2006년에는 전국체육대회를 비롯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기도 했다. 문용관(LIG손해보험), 김종민(대한항공) 감독, 박희상(현대캐피탈) 코치를 비롯해 권영민(현대캐피탈), 김요한, 유광우 등 숱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최천식 감독과 이상래 코치가 이끄는 인하대 배구부는 4학년 황승빈 박원빈, 3학년 황두연 조진구 천종범, 2학년 나경복 박의남 심민교 차영석, 1학년 김성민 강승윤 오형섭 천창범 박광희 이중길 정용우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전국대학배구리그는 

전국대학배구리그는 지난 24일 개막돼 오는 7월 11일까지 예선을 치른다. 챔피언결정전은 8월 22~27일 펼쳐진다. 예선경기는 각 학교 체육관에서 홈-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4강전과 결승전은 제3의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인하대를 비롯해 경기대, 경남과학기술대, 경희대, 명지대, 성균관대, 조선대, 중부대, 충남대, 한양대, 홍익대 총 11개 학교가 출전한다. 대학배구리그를 마치면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추계대회가 예정돼 있다.

[취재 후기] 인하대는 오랜만에 탈환한 챔피언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경기대는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성균관대, 한양대도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고 있다. V리그만큼이나 대학배구리그 판도가 궁금하다. 졸업반인 박원빈과 황승빈은 어느 프로팀으로 가서 활약할지도 관심거리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나경복의 성장기 또한 주목할만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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