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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준우승 끝에 미소지은 허윤경의 '실패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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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준우승 끝에 미소지은 허윤경의 '실패학'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6.0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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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8기' 허윤경 “많은 승수를 쌓아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 나서고 싶다”

[스포츠Q 신석주 기자] “그동안 준우승만 7번 했다.”

허윤경(24·SBI저축은행)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했던 말이다.

허윤경은 지난 1일 경기도 이천 휘닉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645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번 우승으로 통산 2승째를 안으며 지긋지긋한 준우승 징크스도 함께 날려버렸다. 게다가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더해 상금 순위 1위(2억4429만원)로 뛰어올랐다.

허윤경의 인기는 대회 최종라운드 시청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회 마지막날 최고 시청률은 1.729%(오후 2시18분)로 평균시청률 1.144%를 웃돌았을뿐더러 올 시즌 8개 대회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준우승 7번의 좌절과 실패를 통한 숱한 이야기를 가진 ‘프로 5년차’ 허윤경의 활약 덕분에 골프팬들은 KLPGA투어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 허윤경은 올 시즌 8번째 대회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상금왕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사진=KLPGA 제공]

◆ ‘2010년 한화금융클래식 준우승’ 허윤경을 알리다

2010년 국가대표 타이틀을 반납하고 프로무대에 데뷔한 허윤경은 데뷔 두 번째 대회였던 ‘제3회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허윤경은 이후 이렇다 할 성적 없이 프로 무대에서 3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내며 그저 평범한 선수로 지냈다. 2012년에도 전반기 상금랭킹은 41위에 불과했다.

그랬던 그가 국내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 2012년 한화금융클래식 준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였다.

2012년 후반기 첫 대회였던 한화금융클래식에서 허윤경이 유소연(26·신한금융그룹)과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친 끝에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하자 골프팬들은 ‘허윤경이 누구야?’라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허윤경은 이후 벌어진 2개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기록하며 3개 대회 연속 2위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해 허윤경은 후반기에만 4번이나 준우승을 기록하며 가장 핫한 선수로 주목받은 것과 동시에 ‘준우승 징크스’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그는 “모두 기대 이상의 좋은 플레이를 펼쳤던 대회라 상당히 만족하면서 기분이 좋았는데 언론에서 자꾸 ‘또 2위다’ ‘준우승 징크스다’라는 기사가 나왔고 주위에서도 준우승했다고 위로했다. 왠지 씁쓸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 준우승 트라우마 ‘우승하고 싶다’

준우승에 대한 상처가 생긴 허윤경은 2013년부터 ‘우승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징크스를 털어내고 싶었다.

플레이가 조급해지기 시작한 허윤경은 성적이 중위권을 맴돌며 다시 한 번 부진의 늪에 빠졌다. 준우승이 준 마음의 상처가 여전히 크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숱한 어려움을 겪던 허윤경은 프로 데뷔 4년 만에  60번째 대회인 2013 우리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경험했다. 징크스에서 탈출하며 승승장구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달 뒤 곧바로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또 다시 2위를 차지하며 준우승 징크스가 다시 거론됐다. 올 시즌 6번째 대회였던 우리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세영(22·미래에셋)에 패하며 통산 7번째 준우승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이 대회는 지난해 우승을 경험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여유롭게 앞서 있던 상황에서 역전패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허윤경은 “지난달 우리투자증권 연장전에서 패한 뒤 몇 번이나 준우승했나 세어봤는데 7번이었다. 우승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실력만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허윤경이 올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는 퍼팅의 정확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평균 30.18개로 지난해 31.06개에 비해 낮아져 안정감을 더했다. [사진=KLPGA 제공]

◆ ‘기다림’이 가져다 준 두 번째 우승트로피

7번의 준우승은 허윤경에게 강함을 선물했다. 언론의 평가와 주위의 우려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 단련된 것이다.

허윤경은 많은 준우승을 통해서 ‘기다림’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준우승할 때마다 느낀 것이 많다. 골프가 조금 더 업그레이드됐고 실망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기다리면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확신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순둥이’ 허윤경을 승부사로 탈바꿈하는 데는 7차례의 준우승이 필요했다. 그는 “이전보다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스스로 플레이에 조금 더 집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허윤경은 가능한 많은 승수를 쌓는 것이 목표다.

그는 “지난해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좋아졌고 거리도 10야드 이상 늘어나 플레이가 더 수월해졌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도 충만한 상태다”며 “2016년에는 브라질 올림픽이 있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아 실력을 인정받아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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