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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욕설과 칼부림' 리얼리티인가, 클리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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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욕설과 칼부림' 리얼리티인가, 클리셰인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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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6월의 액션 누아르 3파전(‘우는 남자’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부터 7월 개봉될 범죄 액션영화 ‘신의 한수’와 ‘좋은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남자배우 중심의 액션영화가 봇물 터진 듯 쏟아지고 있다. 남자들의 세계, 암흑가 이야기를 다룬 이들 작품에는 살벌한 욕설과 칼부림이 난무한다.

암살조직의 고독한 킬러 곤(장동건)이 고국에서 마지막 임무수행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우는 남자’. 요란한 총격전과 군용칼로 스크린은 피바다를 이룬다. 악당들은 누가 더 세고 잔인한 지 승부하는 듯하다.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이 여자로서의 삶을 위해 범죄조직과 거래함으로써 운명을 뒤바꿀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의 ‘하이힐’에서 욕설과 회칼 ‘출연’은 자연스레 이뤄진다. 부산 최대의 조직 황제캐피탈 보스 상하(박성웅)과 조직원 이환(이민기)의 욕망을 다룬 ‘황제를 위하여’는 첫 장면부터 칼로 시작해 칼로 끝난다.

▲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우는 남자'(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직장인 한경식(36)씨는 “아무리 청불(청소년 관람불가)이라지만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다. 누가 더 자극적인지 경쟁하는 것 같아 거북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혜진(23)씨는 “말끝마다 욕을 해야 상남자 포스가 나는 건지 모르겠다. 카타르시스나 재미보단 불편하고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내기바둑판을 무대로 복수에 나서는 태석(정우성)팀과 악명 높은 살수(이범수)팀의 마지막 한판 승부를 다룬 ‘신의 한수’(3일 개봉)는 신사들의 스포츠라는 바둑에 어울리지 않게 욕설과 회칼로 스크린을 피칠갑한다. 노인과 여자를 가리지 않고 칼이 파고든다.

세 친구가 강도화재사건에 말려들며 파국을 치닫는 ‘좋은 친구들’(10일 개봉)에선 주지훈이 욕설과 칼을 담당한다. 거친 성정의 보험설계사 인철로 등장하는 그의 대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욕이고 고함이다. 친구, 동거녀, 보험사 직원 등 성역이 없다. 극중 비리경찰과 사채조직원들도 짧지만 강렬하게 가세한다.

▲ '신의 한수'(사진 위)와 '좋은 친구들'(아래)

한 시나리오 작가는 “액션영화가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 자극의 강도는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경쟁 구도 속에서 어느 정도 세지 않으면 느낌이 나지도 않는다”고 말한 뒤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황당한 사건들이 속출하는 사회 탓에 사람들의 감각이 무뎌진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비정하고 잔인한 현실을 생생하게 표출하는 욕설은 나름의 미학이 있다. 삶의 속살을 보여주고, 쌓였던 한을 풀어내기도 한다.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극중 욕설은 후련함과 더불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칼부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은 스토리를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영화를 잠식하는 상황이다. ‘남자’와 ‘범죄’를 두 축으로 진행되는 액션영화에 있어 리얼리티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까. 아이러니하게 이런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개 칼침을 몇 차례나 맞아도 죽지 않는다. 리얼리티와 초현실주의가 뒤섞인 모양새다.

영화홍보사 워너비펀의 김영심 대표는 “무조건 욕이 나온다든가, 생뚱맞게 칼부림이 난무하면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반면 영화에 잘 녹여져 있으면 여성 관객조차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경악할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추격자’나 범죄조직·경찰의 이중첩자를 다룬 ‘신세계’ 역시 만만치 않게 거칠고 잔인했음에도 몰입한 이유는 영화적 완성도와 설득력 있는 연기가 뒷받침돼서다. 또 그런 장면들이 무분별하게 나열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쓰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욕설과 칼부림은 장르영화를 구성하는 의미 있는 요소로 자리매김한다.

 

한 드라마 제작자는 “요즘 한국영화에서 조직, 건달을 다루는 시선이 1970~80년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사채를 끌어들여 M&A와 기업운영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상황에서 영역다툼에나 등장할 법한 회칼 패싸움은 구닥다리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명목상 합법적 사업을 하는데 입에 욕을 달고 다니지도 않는다. 의식적으로라도 일반 회사원처럼 행동한다”고 덧붙였다.

범죄액션 장르에 걸맞은 사실성은 중요하다. 문제는 그 사실성을 어떤 시대적 배경에 두느냐다. 시대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현재와 동떨어진 관습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만들기는 관객의 외면을 산다. 클리셰(진부한 표현)에 불과하므로.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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