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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축구중계 지배한 '감성해설'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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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축구중계 지배한 '감성해설' 이대로 좋은가?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6.27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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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국내 방송가에서 '2014브라질월드컵' 중계방송의 최대 화두는 역시 지상파 3사 간의 해설경쟁이었다. 특히 열띤 경쟁의 과정에서 등장한 해설위원들의 '감성해설(감정이 지배하는 해설)'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만들어 내며 국민들의 가슴에 깊게 파고 들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13일 브라질 대 크로아티아의 조별리그 A조 첫 번째 경기로 시작된 '브라질월드컵'에서 치열한 중계방송 시청률 경쟁을 벌여 오고 있다.

이들 지상파 3사는 안정환 송종국(MBC), 이영표 김남일(KBS), 차범근 차두리(SBS) 등 스타성과 개성이 넘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을 해설위원으로 내세우고 '그들만의 해설'을 만들어 내며 큰 이슈를 모으고 있다.

▲ 국내 지상파 3사의 이번 브라질 월드컵 해설은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을 대거 앞세운 '감성해설'의 장이 되고 있다.  [사진=KBS 이영표 해설위원 방송 캡처]

개성이 톡톡 튀는 해설위원들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지상파 3사의 해설은 그동안 역대 축구해설에서는 볼 수 없던 이른바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해설'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MBC의 경우 안정환의 '독설 해설' '버럭 해설'이 그랬고 KBS는 이영표의 '작두 해설' '편파 해설', SBS는 차두리의 '눈물 해설'이 대표적인 '감성해설'로 주목받고 있다.

◆ '감성해설'은 '양날의 검'

이들의 '감성해설'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순기능적인 측면에서 '감성해설'은 흥미를 제공하고 원초적인 비판 등을 직접 전달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는 카타르시스적인 측면을 꼽을 수 있다.

MBC 안정환 위원의 경우, 그동안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이 어떤 실수를 해도 지적하지 않고 칭찬 위주의 해설을 펼쳐왔던 중계방송의 틀을 깨고 '독설해설'을 시도했다. 경기장 안의 선수들이 저지르는 사소한 실수조차 넘어가지 않았다. 경기 중 벌어지는 답답한 상황에서 곧바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청자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했다.

KBS 이영표 위원 역시 "머리와 가슴이 다른 해설을 한다"는 말을 남기며, 일본 경기 등을 중계할 때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은근히 드러냈다. SBS는 차두리 해설위원은 직접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MBC의 경우 선수들을 질타하는 안정환의 '독설해설'이 인기를 끌었다. [사진=MBC 제공]

이처럼 이들이 시도한 '감정'이 들어간 해설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축구 중계방송으로 쏠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같이 울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내가 직접 하고 싶던 이야기를 과감하게 풀어주는 해설위원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들의 활약상으로 인해 월드컵 한 경기 한 경기가 마무리 될 때마다 축구 경기 자체에 관한 이야기보다도 해설 이야기가 더 많이 나돌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지상파 3사의 '감성해설'은 국민들에게 가장 가깝고 소통할 수 있는 해설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는 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감성해설'에 대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부정적인 측면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해설 자체가 '감정'에 의존하다 보니 객관성과 중립성이 훼손된 해설이 속출했다.

한 예로 이영표 위원은 지난 일본과 코트디부아르 경기의 경우, 제3국 경기 임에도 대놓고 코트디부아르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해설을 펼쳤다.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 대부분의 감정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가는 측면도 없지않았지만 '경기는 경기 자체만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축구팬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 감성해설의 역기능도 고려되야 하는 부분이다. 감성해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KBS 중계방송 캡처]

스포츠던, 정치던, 사회던 모든 분야의 해설은 전문성에 기초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춰야 하는 것이 진리다. 중계방송은 해설위원의 감정이나 독설을 쏟아내는 장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전달해 주는 진실된 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보전달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 전문성 있는 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

이런 현상들은 치열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스포츠해설조차 국민 마음을 직접 흔들어야만 하는 현 방송 체계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결국 방송사와 시청자들 그리고 해설위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해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성과 객관성이 적절히 안배된 그런 깊이 있는 해설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도 "해설이라는 것이 절대 감정에 치우치면 안되는 분야지만 최근 시청률 경쟁 속에서 감성이 이성을 누르는 해설이 속출하는 것 같다"며 "이런 해설이 지속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비전문적인 해설을 듣는 시청자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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