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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히말라야' 정우 "연기, 내가 오르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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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히말라야' 정우 "연기, 내가 오르는 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12.16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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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오소영 기자· 사진 이상민 기자] 많은 이들을 울렸던 엄홍길 대장의 '휴먼 원정대' 이야기가 영화 '히말라야'(12월16일 개봉)로 관객을 만난다.

배우 정우(34)는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과 4좌 등반을 함께 하며, 진한 우정을 나누는 박무택 대원 역을 맡았다. 무택은 대원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동료로, 등정을 위해 여자친구(정유미 분)에게 이별을 고하기까지하는 인물이다.

'히말라야'는 네팔, 몽블랑 등 히말라야 현지에서 촬영한 웅장한 자연환경, 다양한 웃음과 눈물로 이뤄진 영화다. 시사회에선 124분 내내 웃고 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눈물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정우 역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울었다"고 털어놨다.

 

◆ 엄홍길·박무택 실화 '히말라야', 실존 인물 표현에 조심스러웠다

정우는 올 초 개봉한 '쎄시봉'에 이어 연말 '히말라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실화를 기초로 한 영화다. '쎄시봉'의 오근태는 실존인물 이익균을 따 만든 캐릭터였고, '히말라야'의 박무택은 2004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명의 산악인의 이야기다.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데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활연기의 달인'으로 통하는 정우의 캐스팅은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실생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표현력과 디테일을 뜻하는 '생활연기'. 하지만 정우는 여전히 무택을 표현하는 덴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실존 인물에 대한 작품이니 육체적, 정신적인 부담감, 힘듦이 있었다. 휴먼원정대 다큐는 원래 알고 있었고 시나리오를 본 후 다시 봤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정우는 산에 오르기 위해 체력과 폐활량을 기르는 훈련을 하는 풋내기부터, 결국 정상에 올라 포효하는 베테랑까지 무택의 성장을 선한 에너지로 그려냈다. 촬영장에서 가장 막내(30대 중반이지만)였던 정우의 실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이런 표현에 힘입어 극적 전환점을 맞으면서는 초중반까지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히기도 한다. 

"초중반까진 어린 무택의 느낌이 많이 들 거다. '왜 귀여운 척하냐'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후반부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발랄하고 유쾌하게 표현했다."

 

◆ 연기, 배우 정우의 산 

영국의 등반가 조지 말로리는 "산을 왜 오르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했다고 한다. 무택은 같은 질문에 아주 명쾌한, 딱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진 못한다. "어…"라는 망설임 끝에야 더듬더듬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그렇게 말로 쉽게 표현할 순 없지만, 목숨이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난 산에 가야 한다니까"라며 결국 길을 떠난다.

"직접적으로 체험하지는 못한 에피소드지만 유사한 감정은 느낄 수가 있었다. 산악인 분들께 '왜 산에 오르세요' 여쭤보진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무택이 오르고 싶어하는 것이 산이라면, 정우에게 이것은 연기다. 정우가 지금처럼 주목받게 될 때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건 이제 유명한 얘기다. 긴 무명을 견딘 것은 꿈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내게 산같은 존재는 연기다. 내게도 '왜 연기를 하느냐'고 물으면 '어…' 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누구나 지금의 일을 하는 덴 각자의 이유가 있을 거다. 먹고 살기 위해서, 즐거워서, 사명감 등.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배우는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산악인도 이 점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정우에게 연기라는 산은 거대하고 쉽지 않은 존재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상쾌함처럼 동시에 가장 기쁨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다. 정우는 "매번 연기는 너무 어렵다. '쎄시봉'을 예로 들자면 기타를 치는 손이 화면에 크게 나온다는 점이 참 어렵게 느껴지더라"며 "물론 일은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이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는 "남성적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다. 예전엔 강한 걸 더 많이했다보니 멜로, 코미디에 대한 걱정을 하셨는데, 이번엔 강렬한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히말라야·무전여행·아이슬란드, 돈 주고도 못할 경험 했다

최근 정우는 1월 첫 방송을 하는 tvN 예능 '꽃보다 청춘' 출연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정우는 "'히말라야' 촬영 후 아이슬란드를 가니 능선을 걸어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고 했지만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여기에 그 사이 있었던 무전여행까지 합하면 대단한 여정이다. 무전여행은 통신사 광고의 일환으로, 정우는 지난 5월부터 31일간 시민들의 요청을 받아 밭일 등을 통해 일당을 받고,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하며 여행했다. 분명 몸이 힘든 일들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힘들 걸 알지만, 경험을 통해 얻는 게 있다는 걸 아니까.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많이 했다.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하게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뭐든 시작 단계에선 그 다음 일을 예측할 수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게 있는 모양이다."

 

[취재후기] 정우의 인터뷰에선 내내 쾌활한 웃음과 친근한 농담이 계속됐다. "상대의 리액션에 따라 성격이 많이 바뀌는 편이어서 그렇다"는 대답에선 배려심도 느껴졌다. 늘 기분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지만 연기에 대해서만은 웃음기를 거두고 호의 대신 쓴소리를 찾는다. "주변 반응은 신뢰하진 않는다. 아무래도 쓴 소리를 덜 하니까. 대학 동기인 친한 감독 형이 직설적으로 말해주는데, 그런 조언을 듣는다. 형이 '이상하다' '후지다' 그런 평을 해 주면 고맙기도 하고 신경이 쭈뼛쭈뼛 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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