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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신고선수' 메이저리거 김현수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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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신고선수' 메이저리거 김현수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2.24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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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프로팀 지명 못받아 연봉 2000만원으로 시작, 강정호-박병호보다 많은 연봉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정교하긴 하지만 파워가 부족하다. 발이 느려 수비도 약하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신일고 재학 시절 최고의 타자에게 수여하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는데도 김현수(27·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특화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어느 팀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2005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는 그에겐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다.

야구를 곧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은 컸다. 김현수는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계약금은 없었다. 연봉은 2000만 원이었다. 동기 류현진이 KBO리그를 초토화하며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할 때 김현수는 칼을 갈았다. 그해 1군 출장은 딱 1경기였다.

▲ 신고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현수가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기쁜 김현수가 홈구장 캠든야즈 앳 오리올 파크에서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사진=볼티모어 오리올스 공식 페이스북 캡처]

2년차였던 2007년, 당시 두산 사령탑이던 김경문 감독은 절박했던 김현수를 알아보곤 기회를 대폭 늘려줬다. 김현수는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08년 타율 0.357로 타격왕에 올랐고 베이징 올림픽 조별리그 일본전서 대타로 나와 천금 동점타를 때려내며 단숨에 국민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최고로 우뚝 섰음에도 김현수는 진화를 멈추지 않았다. 김현수의 KBO리그 통산 타율은 0.318, 출루율은 0.406에 달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는 시즌인 올해엔 리그서 개인 최다 홈런(28개)과 타점(121개)을 기록했고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서 MVP를 거머쥐었다.

▲ 2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가 오리올스 간판 옆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볼티모어 오리올스 공식 페이스북 캡처]

‘눈물 젖은 빵’을 삼키던 시절부터 10여 년이 흘렀다. 김현수는 피나는 노력으로 마침내 야구꾼들이 모두 모인 곳에 입성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24일(한국시간) 김현수와 2년 700만 달러(82억 원)에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는 “김현수 입단을 환영한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KBO리그 선수로는 4호, 야수로는 3호 빅리그 직행이다. 연봉 350만 달러는 앞서 자리를 잡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를 뛰어넘는다. 김현수는 완전한 FA 자격을 얻은, 즉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서 미국으로 향한 1호 선수가 됐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는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눈물을 흘리라면 흘릴 수 있을 만큼 오고 싶었던 곳”이라며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갖고 있는 기술들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겠다”는 미국야구 입성 소감을 밝혔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거가 된 스토리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그 과정에는 스스로를 패배자라 여기는 이들을 다독이는 희망의 메시지, 꿈을 향해 달리지만 속도가 더뎌 걱정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김현수처럼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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