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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기억' 첫 회부터 두드러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복수 3부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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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기억' 첫 회부터 두드러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복수 3부작'과 같으면서도 다른 드라마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3.19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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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응답하라 1988'과 '시그널'에 이어 tvN 금토드라마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드라마 '기억'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8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기억'의 첫 방송은 '부활'과 '마왕', '상어'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을 합작해낸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의 합작품답게 그들의 그림자가 처음부터 짙게 깔려 있었다.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가 만드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주인공이 신분을 위장한 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복수'에 나선다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운명의 장난으로 결정된 비극적 상황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해 보려는 의지적 모습이 곁들여 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한 '부활'에서는 쌍둥이로 태어나 서로 떨어져 살다가 겨우 성인이 되어 재회하지만 눈앞에서 동생을 잃은 형 유강혁(엄태웅 분)이 동생으로 신분을 위장해 동생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마왕'에서는 고등학생 시절 실수로 동급생을 죽이게 된 후 죄를 뉘우치며 형사가 된 강오수(엄태웅 분)와 엄태웅에게 형을 잃고 가짜 신분으로 나타난 동생 정태성(주지훈 분)의 대결이 그려졌다.

그리고 '상어'의 한이수(김남길 분)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집안의 여자인 조해우(손예진 분)에게 접근해 복수를 꿈꾸지만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되고, 여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지닌 진실까지 알게 되며 더욱 심한 갈등을 하게 된다.

▲ tvN '기억' [사진 = tvN '기억' 방송화면 캡처]

이런 일련의 흐름은 '기억'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진다.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의 '복수 3부작'처럼 노골적인 복수의 코드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대신 출세를 위해 정의를 버리고 권력의 개를 자청한 변호사 박태석(이성민 분)이 의뢰받은 의료사고 은폐를 위해 고발자인 김박사(강신일 분)를 협박했던 바로 그것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업보가 됐다.

어떻게든 진실을 고발하겠다는 강신일에게 '알츠하이머'를 숨겼다고 몰아세워 그를 죽음으로 몰고갔는데, 정작 강신일의 자살이 TV에 보도되는 순간 이성민 역시 알츠하이머를 선고받게 된 것이다.

'기억'에는 이외에도 기묘한 삶의 아이러니로 점철되어 있다. 이성민이 전처였던 나은선 판사(박진희 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사고로 숨을 거둔 날은, 이성민이 재혼한 아내인 서영주(김지수 분)와의 사이에서 낳은 큰아들 박정우(남다름 분)의 생일이며, 이성민의 불의에 분개하며 누구보다 이성민을 증오하던 어소시엣 변호사 정진(준호 분)은 나중에 누구보다 이성민을 이해해 주는 아군이 된다.

'기억'의 이런 아이러니는 극 중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그 사실을 숨겨오던 강신일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실을 무기로 자신을 협박하는 이성민에게 하는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강신일은 "언젠가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는게 좋아요. 인생의 불행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옵니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요"라며 이성민의 오만과 독단을 지적한다.

이성민은 그 말에 아주 형식적인 답변으로 "박사님의 심정은 이해합니다"라고 말하지만, 강신일은 "이해 못 할 겁니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인간이니까"라고 차갑게 대답한다.

이 대사는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가 '부활'부터 '마왕'과 '상어'까지 '복수 3부작'을 통해 해온 이야기의 핵심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복수 3부작'의 주인공들이 타인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자신만의 고통을 끌어안은 채 복수를 위해 나서듯, '기억'의 이성민은 이 사건 직후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제는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그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기억'은 '복수 3부작'과 행방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 3부작'의 주인공들이 뼈에 사무치는 아픈 기억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야 한다면, 이성민은 오히려 그런 기억들을 하나씩 놓아가면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지켜내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억'은 '복수 3부작'의 잔인한 복수와 갈등이 빠지는 대신, 그 빈자리를 끊임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후회와 번민으로 채워나가게 된다. 방향은 다르지만 '기억'은 '복수 3부작'이 지닌 깊이를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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