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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9명이 불사른 '살신투혼', 수원 푸른날개 다시 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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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9명이 불사른 '살신투혼', 수원 푸른날개 다시 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13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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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에만 2명 퇴장당하는 악조건 속 승부차기 승리, 5년 만에 FA컵 4강행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정말 큰 고비를 넘은 느낌이에요. 이제 로메오 카스텔렌까지 들어오니 좀 나아질 것 같아요."

수원 삼성 구단 관계자가 성남FC를 승부차기로 꺾고 2016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에 오르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수원 삼성 팬들 역시 "이젠 바닥을 찍었다"며 즐거워했다.

수원 삼성은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FC과 2016 FA컵 8강전에서 연장 전후반 12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 5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다.

부상 때문에 전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한 이고르와 계약을 해지하고 카스텔렌의 영입을 확정지은 수원 삼성은 지난 10일 수원FC와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뒤 성남과 FA컵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에서 이기고 4강에 올라 도약할 기회를 맞았다.

▲ 수원 삼성 선수들이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4강 진출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 쥐가 나도 아랑곳 않는 투혼

수원은 전반부터 악재가 끼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경고를 받은 이종성이 전반 19분 염기훈의 프리킥 상황에서 성남 김태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물론 김태윤도 함께 퇴장 명령을 받으며 당장 수적 열세를 맞지 않았지만 미드필더에서 1명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중원 약화를 의미했다.

수원이 전반 24분 고차원의 골로 리드를 잡긴 했지만 전반 추가시간 수비수 구자룡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필드플레이어 2명이 빠져나갔다. 골키퍼까지 9명이 싸우는 수적인 열세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서정원 감독은 "1명만 퇴장당하면 4-4-2로 할 것을 4-4-1로 맞추면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만 2명이 퇴장당하는 것은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전술 자체가 잘 안된다"며 "선수들이 연장 전후반까지 1-1로 버텨준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칭찬이 아깝지 않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수원 삼성은 후반 이후 일방적으로 밀렸다. 성남을 상대로 전반까지 단 2개의 슛을 내줬던 수원 삼성은 후반 이후 연장 전후반까지 무려 16개의 슛을 허용했다. 이 가운데 유효슛도 7개에 달했다. 반면 수원 삼성은 후반 이후 단 3개의 슛에 그쳤고 유효슛은 1개도 없었다. 공식 기록으로는 75분, 추가시간까지 합하면 거의 85분 동안 성남의 분위기로 진행됐다.

▲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하지만 수원 삼성 선수들은 한발짝을 더 뛰기 위해 애썼다. 황의조 등 성남 공격진의 슛을 육탄방어하는 허슬 플레이를 보여줬고 근육경련이 나는 선수들은 피까지 뽑아가며 분투했다. '곽대장' 곽희주는 후반 이후 근육경련 때문에 자주 쓰러지면서도 연장 전후반까지 버텨냈다.

서정원 감독도 선수 교체에 신중을 기했다. 구자룡이 빠지자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고차원을 빼고 이정수를 투입한 서정원 감독은 후반 13분 산토스와 조나탄을 빼고 박현범과 고승범을 투입, 중원을 강화함으로써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연장전에 들어가면 연장 때 1명의 선수를 더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남은 1장의 카드를 최대한 늦췄다. 끝내 장호익이 도저히 안된다고 신호를 보냈을 때 신세계를 투입시켰다"며 "박현범과 고승범의 투입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두 선수가 중원에서 잘 버텨주고 공수의 연결고리를 해줌으로써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수원 삼성 골키퍼 양형모(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서정원 감독이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긴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악조건 이겨낸 자신감, 후반기 대반격의 신호탄?

성남은 이날 수원 삼성에 덜미를 잡히면서 FA컵 준결승 연속 진출이 2년 연속에서 그쳤다. 지난 2년 동안 성남의 우승과 4강 진출을 이끌어냈던 김학범 감독은 "수원 삼성 선수들이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뛰었다. 수원의 열정에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서정원 감독도 "우리 선수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계속 추가시간에 실점하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는 등 뼈아픈 일이 많았다"며 "그러나 선수들이 이를 이겨내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그것이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모두가 하나가 돼 역경을 극복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서 감독은 "선수들도 열심히 했지만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주변의 응원도 중요하다"며 "선수가 부족한 악조건을 이겨내라며 옆에서 응원해주고 용기를 준 서포터들이 있었기에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다. 돌아섰던 팬들의 마음이 모두 돌아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성원해준 팬들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서포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승리한 자신감은 수원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수원에는 염기훈이나 곽희주, 조원희, 이정수 등 노장 선수들도 있지만 권창훈 등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리빌딩이 진행되는 팀이다. 수원FC와 더비 매치를 힘겹게 이기고 FA컵 준결승까지 오른 자신감은 앞으로 리그 운영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 수원 삼성 고차원(오른쪽)이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여기에 네덜란드 출신 측면 공격수 카스텔렌의 영입도 수원 삼성에는 '천군만마'와 같다. 아도 덴 하그와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함부르크SV 등에서 활약했던 카스텔렌은 2014년부터 지난 5월까지 호주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에서 활약해왔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에 발탁돼 A매치 10경기 1골의 기록도 갖고 있다.

서정원 감독은 "카스텔렌을 데려와 오른쪽 측면 공격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때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데려오지 못했다가 이번에 기회를 잡았다"며 "부상도 없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지만 휴가 기간이라 2주 정도 몸을 만든 후에 투입하려고 한다. 팀 공격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스텔렌이 오른쪽 측면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해준다면 원톱 조나탄을 지원하는 공격 2선에 염기훈, 산토스, 카스텔렌을 둘 수 있어 취약한 공격력에 힘을 더할 수 있다. FA컵 8강전 승리가 수원 삼성이 바닥을 치고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수원 삼성 곽희주가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2016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4강 진출이 확정된 뒤 팬들의 응원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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