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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 메달보다 소중한 명예, 시련 이겨낸 '박태환식 회복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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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1) 메달보다 소중한 명예, 시련 이겨낸 '박태환식 회복력'에 달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1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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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수영> 도핑 자격정지, 오랜 법적투쟁 끝에 리우행…상승세 안세현은 여자 수영 첫 메달 도전

[편집자주] 남미 최초의 올림픽인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도 3주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 선수단은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 획득과 4회 연속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음달 6일부터 22일까지 17일 동안 역대 최다인 206개국에서 선수 1만900여 명이 선의 경쟁을 벌이는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열정적으로 살자(Live your passion)'라는 대회 슬로건에 맞게 '도전의 땅' 리우에서 메달만큼 값진 희망을 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 귀중한 땀방울의 결실을 위해 4년을 달려온 태극전사들의 '희망도전'을 종목별로 따라잡았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박태환(27)에게 올림픽은 영광과 아쉬움이 매번 교차하는 인생이다. 14세 중학생이었던 2004년 첫 올림픽에 나섰지만 두 차례 부정출발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실격을 당했다. 하지만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한국 수영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며 월드스타로 대도약했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다시 한번 부침을 겪었다. 라이벌 쑨양(중국)의 득세에 밀려난 것도 있었지만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처리가 되기도 했다. 발빠르게 한국 선수단이 움직여 박태환의 실격을 무효로 처리,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이미 박태환의 마음에는 큰 생채기가 났다.

그렇다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어떨까? 모두가 지켜봐온대로 대한체육회와 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가운데 얻은 리우행 기회. 이제 20여일 동안 자신의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중대한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박태환에게 메달을 바라기란 무리가 있다. 벌써 20대 후반에 접어든 박태환도 메달 사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올림픽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것은 바로 명예회복 때문이다.

◆ 22년 수영 인생의 마무리, 남은 22일에 달렸다

다섯살 때 천식 치료를 위해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 지 올해로 22년째다. 박태환은 아테네 올림픽을 앞둔 2004년 7월 국가대표에 처음으로 발탁된 이후 비단길을 걸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은메달도 보탰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쑨양에게 밀리긴 했지만 역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그러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병원에서 네비도 주사제를 투여받았고 도핑 검사 결과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 징계와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받았던 모든 메달을 박탈당했다.

여기까지는 자신의 부덕 소치려니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자격정지 징계가 끝난 이후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들어 올림픽 출전을 막을 때는 괴로움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땅으로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 기회도 잡지 못하고 이대로 끝나는가 하는 실망감에 눈물을 흘렸다. 절치부심하며 지난 4월 리우 대표 선발전인 동아수영대회에서 올림픽 A기준 기록을 통과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요지부동이었다.

박태환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국가대표 지위를 회복,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동안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 반대를 외쳤던 일부 팬들은 "메달 때문에 뽑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박태환에게 더없이 큰 부담이다.

박태환은 20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을 2개월 동안 이어진 대한체육회와 갈등으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다. 박태환은 동아수영대회 때만 하더라도 주종목 자유형 400m에서 시즌랭킹 6위에 해당하는 3분44초26의 기록을 냈지만 호주 그랑프리에서는 3분49초18로 뚝 떨어졌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을 당시 3분41초53보다 8초 가까이 뒤진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주종목이 이럴진대 100m와 200m, 1500m는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대해 박태환은 14일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호주 그랑프리는 갑자기 출전을 결정한 대회이기 때문에 기록이 떨어진 것은 크게 신경쓸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박태환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안타깝다.

박태환에게 메달은 목표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과제가 있다. 2014 아시안게임 당시 도핑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던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이 그동안 쌓았던 수많은 업적이 약물이 아닌 자신의 노력과 땀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그다.

이를 위해서는 22년 수영 인생의 결정판이 될 이번 올림픽까지 남은 22일이 더없이 중요하다. 박태환은 "런던 올림픽 때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등 매년 대회에 출전하면서 준비했지만 올해는 공백으로 실전 감각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기록이 메달권에서 벗어난 6위라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예선에서 좋은 레이스를 하고 결승에서 부담을 줄인다면 좋은 메달 색깔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도 있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올림픽 가서 못할 수는 없지 않느냐. 20일 정도 남은 기간 탄력받아서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자료=국제수영연맹>

박태환은 사흘을 쉬고 오는 17일 오전 미국 올랜도로 출국, 막바지 훈련을 하게 된다.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수영 대표팀과 따로 떨어져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다. 던컨 제임스, 우튼 토드 코치 등 전담팀이 있긴 하지만 남은 20여일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 석달 전 한국기록 3회 수립한 안세현은 여자 접영에서 일 낼까

수영 대표팀에 박태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대한수영연맹이 FINA에 보낸 경영 엔트리에는 박태환 외에도 최규웅(국군체육부대), 원영준(전남수영연맹, 이상 남자), 안세현(SK텔레콤), 백수연, 남유선(이상 광주시체육회), 김서영(경북도청), 박진영(대전시시설관리공단, 이상 여자) 등 8명이 출전한다.

이 가운데 여자 접영 100m와 200m에 출전하는 안세현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3개월 전 동아수영대회에서 세 차례나 한국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대회 MVP에 선정된 안세현은 호주 그랑프리 수영대회에서도 예선 3위로 결승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세현이 이처럼 기록 단축에 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해 호주 브리즈번에서 훈련을 받은 영향이 컸다. 박태환의 스승이었던 마이클 볼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은 안세현은 스트로크를 가다듬으며 접영 100m와 200m에서 결선 진출을 노린다.

그동안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서 결선까지 오른 사례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의 남유선과 박태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오직 박태환만이 메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영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당일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안세현이 박태환에 이어 두번째, 여자로는 첫번째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2016 리우 올림픽 수영 한국 출전선수
 *[종전 올림픽 성적]

- 박태환(26 인천시청) = 남자 자유형 100m,200m,400m,1500m
  [2004년 400m 실격/ 2008년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 2012년 200m 은메달, 400m 은메달]

- 최규웅(26 국군체육부대) = 남자 평영 200m
  [2012년 평영 200m 25위]

- 원영준(18 전남수영연맹) = 남자 배영 100m

- 남유선(30 광주시체육회) = 여자 개인혼영 200m
  [2000년 개인혼영200m 27위/ 2004년 개인혼영 400m 7위/ 2008년 개인혼영 400m 28위]

- 김서영(22 경북도청) = 여자 개인혼영 200m
  [2012년 개인혼영 400m 17위]

- 백수연(25 광주시체육회) = 여자 평영 200m
  [2012년 평영 200m 9위]

- 안세현(21 SK텔레콤) = 여자 접영 100m, 200m

- 박진영(19 대전시설관리공단) = 여자 접영 200m

- 우하람(18 부산체고) = 남자 다이빙

■ [Q] 아시나요? 역대 올림픽 최연소 한국선수가 수영에서 탄생한 것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수영 여자 평영 100m에 출전한 변혜영이 13세 35일로 한국 역대 올림픽 출전자 중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46명이 출전한 이 종목에서 30위를 기록했지만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에서 김윤미가 금메달을 따내며 세운 종전 최연소 기록을 48일 경신했다.

한국 수영 경영 종목 사상 최다 20명이 나섰던 1996년 올림픽에서 대전여중 1년생 변혜영은 여자 평영 200m에서 28위를 기록한 동갑내기 노주희(대청중 1년)보다 생일이 3개월 빨라 최연소 기록을 썼다. 당시 400m 혼계영에서 18위를 기록한 변혜영은 4년 뒤 시드니 올림픽 평영 100m에서 25위로 올림피아드를 마무리했다.

올림픽 수영 역사에서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여자 평영에서 11세 327일로 물살을 가른 푸에토리코의 리아나 비센스가 최연소 출전자로 남아 있다.

한국 수영 남자 출전사에서는 박태환이 최연소 출전 부문 역대 2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자유형 400m 예선에 14세 323일로 출전한 박태환은 1996년 올림픽에서 다이빙에 14세 212일로 플랫폼에서 뛰어내린 권경민에 이어 버금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남자 경영 선수로는 단연 최연소 출전의 족적을 남겼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새로운 출전사가 씌여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결선 진출(7위)의 위업을 이룬 남유선이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하게 되면 31세로 4년 전 런던에서 백일주(26세 351일)가 세웠던 한국 수영 최고령 출전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2000, 2004, 2008년에 이어 4번째 올림픽 풀에 뛰어드는 남유선은 한국 수영의 철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을 포함해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수영선수 79명의 평균 나이가 17.5세인 점을 생각할 때 남유선의 도전은 '불굴의 물보라'로 기억될 만하다.

□ 역대 한국 수영 올림픽 출전 인원과 결선 이상 성적

- 1960 로마 = 1명 (다이빙)

- 1968 멕시코시티 = 3명 (경영 1, 다이빙 2)

- 1972 뮌헨 = 1명 (경영)

- 1984 LA = 4명 (경영 3, 다이빙 1)

- 1988 서울 = 32명 (경영 15, 다이빙 2, 싱크로 3, 수구 12)

- 1992 바르셀로나 = 4명 (경영)

- 1996 애틀랜타 = 24명 (경영 20, 다이빙 4)

- 2000 시드니 = 23명 (경영 17, 다이빙 4, 싱크로 2)

- 2004 아테네 = 21명 (경영 19, 싱크로 2) *남유선 사상 첫 결선 진출 (여자 개인혼영 400m 7위)

- 2008 베이징 = 17명 (경영 16, 다이빙 1) *박태환 사상 첫 메달 (남자 자유형 400m 금, 200m 은)

- 2012 런던 = 19명 (경영 15, 다이빙 2, 싱크로 2) *박태환 2연속 멀티메달 (자유형 200m 은, 400m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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