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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4) 개인 2연패보다 단체, 김지연 '사브르 골든에이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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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4) 개인 2연패보다 단체, 김지연 '사브르 골든에이지' 이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7.1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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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단체전 모두 출전…고관절 부상 딛고 '펜싱 코리아' 명성 잇는다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획득하며 스타로 떠오른 김지연(28‧익산시청‧세계랭킹 7위)은 당시 펜싱대표팀 내에서 막내급이었다.

하지만 그 뒤 4년 동안 한국 펜싱대표팀은 급격한 세대교체를 맞았고 이번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맏언니로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아우들을 이끈다.

한국이 런던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던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여자 플뢰레 단체전이 종목 순환 원칙에 따라 리우 올림픽에서 제외됐다. 대신 여자 사브르 단체전과 남자 에페 단체전이 포함된다.

▲ 김지연이 서울 태릉선수촌 펜싱 훈련장에서 검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런던 대회 때는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아 개인전에만 나갔던 김지연은 “이번에 사브르 두 종목 모두 출전하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 후배들 이끌고 리우 피스트 오르는 맏언니, 초점은 개인전 아닌 단체전에

“반드시 하나만 가져가야 한다면 단체전 금메달을 고르겠다.”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만 가져올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빠르게 돌아온 대답이다. 김지연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런던 때는 개인전만 있었기에 단체전을 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번에는 단체전을 더 잘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브르 단체전은 선수 3명이 5점씩 걸고 번갈아가며 총 9라운드로 경기해 45점을 먼저 따내는 팀이 이긴다. 4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전략에 맞춰 선수들을 활용하는데, 가장 경험이 많은 김지연이 마지막 주자로 나설 예정이다.

한국 여자 사브르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맏언니 김지연을 필두로 황선아(27·익산시청)와 윤지수(23·안산시청), 서지연(23·안산시청)이 여자 사브르 대표 자격으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다. 4명 중 올림피아드 경험이 있는 선수도 김지연뿐이다. 이에 개인전 2연패보다는 단체전에 더 신경을 쏟고 있다.

▲ 태릉선수촌에서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는 김지연(오른쪽). 한국 펜싱은 그간 강세를 보인 2개 종목이 리우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지만 여전히 전망은 밝은 상황이다. [사진=스포츠Q DB]

김지연은 “내가 동생들을 이끄는 만큼, 동생들도 나에게 파이팅을 많이 불어넣어 준다”며 “전력분석 영상을 보거나 경기를 뛸 때 서로 ‘이길 수 있다’며 용기를 주고 있다. 단합이 잘 되고 있다”고 웃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 두 가지는 ‘부상 재발’과 ‘평정심 유지’다.

지난해 2월부터 안고 있었던 왼쪽 고관절 부상은 현재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속 보강훈련에 힘쓰고 있다.

김지연은 “부상이 재발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많이 괜찮아졌고 컨디션도 많이 올라왔다.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 관리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15점을 먼저 따야 하는 펜싱 경기에서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신력을 무장하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다. 김지연은 “내 자신에게 의문을 갖는 것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항상 ‘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중”이라며 “런던 때 뛰었던 영상을 보면서 그때 느낌을 잃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국제펜싱연맹>

◆ 강세 보인 종목들 제외, '2개 이상 메달 노린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하고 이상기가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음을 입증한 한국 펜싱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현희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리고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김지연, 남자 사브르단체), 은메달 1개(여자 에페 단체), 동메달 3개(여자 플뢰레 단체, 최병철, 정진선)를 따내며 단숨에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펜싱이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런던에서 꽃을 피운 한국 펜싱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따며 ‘펜싱 코리아’의 기세를 이어갔다.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로테이션에 따라 한국이 강세인 남자 사브르와 여자 플뢰레 단체전이 제외됐지만 여전히 전망은 밝다. 사브르 간판 김정환과 구본길(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플뢰레 남현희(성남시청)와 전희숙(서울시청) 등이 메달권에 근접한 선수들로 꼽힌다.

▲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 왼쪽부터 윤지수, 황선아, 서지연, 김지연. [사진=스포츠Q DB]

조종형 펜싱 대표팀 총감독은 “색깔을 떠나 최소한 2개 이상의 메달을 따야 하지 않겠느냐. 5천만 국민과 함께 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메달 2개 이상 획득을 목표로 내걸었다.

조 감독은 “한국이 가장 강한 두 종목이 빠져서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 [Q] 아시나요? 올림픽 펜싱 '유럽 100년 아성' 허문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임을

올림픽에서 유럽의 힘이 가장 크게 지배해왔던 대표적 종목이 펜싱이다. 1986년 제1회 올림픽 출범 9개 종목 중의 하나로 그동안 펜싱에서 나온 209개 금메달 중 93%(194개)를 유럽국가들이 휩쓸었다.

종주국으로 대접받는 프랑스가 48개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수확했고, 이탈리아(금 44), 헝가리(금 35)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금메달을 하나 이상 따낸 24개국 중 79%(19개국)이 유럽나라다. 나머지 비유럽국가가 중국(금 4), 쿠바(금 4), 한국(금 3), 미국(금 3), 베네수엘라(금 1)다.

이 중에서 1904년 유럽 펜서들이 거의 출전하지 않아 쿠바가 개최국 미국과 피스트에서 겨룬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을 제외하면 사실상 나머지 4개국이 ‘비유럽 반란’ 주자들이다.

▲ 남자 사브르 한국랭킹 1위이자 세계랭킹 2위인 김정환은 리우 올림픽에서 종목 순환 원칙에 따라 개인전만 열리는 남자 사브르에 출전, 2012년 단체전 우승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진=스포츠Q DB]

사실상 비유럽 국가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나라는 중국. 1984년 LA 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루안주지에가 금빛찌르기에 성공했다. 1924년 처음 채택된 이 종목에서 60년 만에 비유럽 선수, 아시아선수 1호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순도면에서는 총 47개 금메달 중에서 5개를 비유럽 3개국이 따낸 여자 펜싱의 반란은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다. 올림픽 종목으로 신설된지 그다지 오랜 세월이 흐르지 않아 유럽의 빗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1996년 도입된 에페 단체전에서 중국이 2012년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이나, 2004년 시작된 사브르 개인전에서 미국이 2회 연속 정상에 오르고 한국 김지연이 2012년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 그렇다.

유럽 펜싱계를 깜짝 놀라게한 최대 사건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한국 김영호가 따낸 금메달이다. 1회 올림픽 세부종목에서 104년 만에 유럽의 아성을 깨는 대표적인 ‘변방의 역습’이었다. 이 아시아 남자 펜싱 1호 금메달을 신호탄으로 2008년 사브르 개인전에서 중국, 2012년 에페 개인전에서 베네수엘라가 각각 1세기의 유럽 패권주의를 깨는 종목별 비유럽 1호 금메달을 신고했다.

특히 2012년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구본길 원우영 김정환 오은석)이 세부종목 채택 104년 만에 비유럽 남자 단체전 첫 금메달을 획득, ‘팀의 힘’으로도 유럽의 피스트 헤게모니를 깨뜨려 큰 주목받았다.

유럽은 2012년 런던에서 금 2, 은 1, 동메달 3개를 따내 비유럽 국가로서 단일 올림픽 최고 성적(펜싱 종합 2위)을 거둔 ‘펜싱 코리아’에 대한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힘과 기술로 대변되는 유럽에 대항하기 위해 21세기 들어 ‘발 펜싱’ 등 독자적으로 완성한 맞춤형 훈련으로 압축성장을 이룬 한국 펜싱에 대한 시기와 견제는 조종형 한국 대표팀 총감독의 말처럼 여전히 심한 편이다.

▲ 올림픽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남자 플뢰레 단체가 이번 리우 대회에는 나서지 못하게 된 가운데, 허준이 개인전에서 유일하게 출전을 확정하며 고군분투를 예고했다. [사진=스포츠Q DB]

■ 역대 올림픽 펜싱, 출전 세부 종목별 한국 선수 최고성적

△ 남자

- 1964 도쿄 (4명) = 플뢰레 개인 1회전 / 에페 개인 2회전

- 1884 LA (5명) = 에페 단체 7위

- 1988 서울 (15명) = 플뢰레 단체 9위 / 에페 단체 7위 / 사브르 단체 11위

- 1992 바르셀로나 (10명) = 플뢰레 단체 8위 / 에페 단체 10위

- 1996 애틀랜타 (9명) = 플뢰레 단체 7위 / 에페 단체 10위 / 사브르 단체 11위

- 2000 시드니 (5명) = 플뢰레 개인 금메달(김영호) / 에페 개인 동메달(이상기) / 사브르 개인 32위

- 2004 아테네 (6명) = 플뢰레 단체 7위 / 에페 개인 12위 / 사브르 개인 23위

- 2008 베이징 (5명) = 플뢰레 개인 9위 / 에페 개인 5위 / 사브르 개인 13위

- 2012 런던 (7명) = 플뢰레 개인 동메달(최병철) / 에페 개인 동메달(정진선) / 사브르 단체 금메달(구본길 원우영 김정환 오은석)

△ 여자

- 1964 도쿄 (1명) = 플뢰레 개인 1회전

- 1984 LA (5명) = 플뢰레 단체 8위

- 1992 바르셀로나 (5명) = 플뢰레 단체 10위

- 1996 애틀랜타 (4명) = 플뢰레 개인 32위 / 에페 개인 8위

- 2000 시드니 (2명) = 플뢰레 개인 30위 / 에페 개인 22위

- 2004 아테네 (6명) = 플뢰레 개인 8위 / 에페 개인 7위 / 사브르 개인 19위

- 2008 베이징 (5명) = 플뢰레 개인 은메달(남현희) / 에페 개인 14위 / 사브르 개인 12위

- 2012 런던 (10명) = 플뢰레 단체 동메달(남현희 정길옥 전희숙 오하나) / 에페 단체 은메달(신아람 최인정 정효정 최은숙) / 사브르 개인 금메달(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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