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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닥터스' 기적 대신 희망을 만들어낸 박신혜의 휴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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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초점Q] '닥터스' 기적 대신 희망을 만들어낸 박신혜의 휴머니티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8.09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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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기적이다."

'닥터스'는 그동안 소개된 수많은 의학 드라마나 의학 만화에 비해 상당히 현실적인 의학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는 고등학교에서 꼴찌를 하던 학생이 갑자기 공부에 눈을 떠 의사로 성공하는 판타지는 존재할지언정, 천재적인 수술실력으로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한 환자나 불치병의 환자를 기적적으로 살려내는 신의(神醫)의 존재는 등장하지 않는다.

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극본 하명희·연출 오충환) 15회에서 등장한 교통사고를 당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는 이런 '닥터스'의 현실적인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신랑(이상엽 분)은 넉넉치 못한 살림에 결혼식도 하지 못한 채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오다가 드디어 3년 만에 제대로 된 결혼식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 SBS '닥터스' 15회에서 홍지홍(김래원 분)은 결혼식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신부의 수술을 가망이 없다며 포기하려 하지만, 유혜정(박신혜 분)은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 SBS '닥터스' 방송화면 캡처]

이상엽은 자신도 크게 다쳤지만, 자신보다는 임신 20주인 아내를 더욱 걱정하며 아내와 태아가 무사하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이런 이상엽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내는 자발호흡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었다.

이 환자의 수술 여부에 대해 홍지홍(김래원 분)은 수술을 해 봐야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고, 수술이 오히려 보호자를 더욱 괴롭게 만들 수 있다며 수술을 거부한다. 유혜정(박신혜 분) 역시 수술로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김래원의 의견에 동조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수술에서는 보호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시되어야 한다"며 보호자인 이상엽이 원한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집도의인 김래원은 결국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이를 보호자인 이상엽에게 통보한다. 그러나 박신혜는 수술불가라는 말에 울부짖는 이상엽을 본 후 "전 아마추어인가 봐요. 보호자를 만나고 확신이 들었어요. 수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라고 김래원의 의견에 반기를 든다.

김래원은 "어설픈 감상을 경계해야 한다"며 박신혜를 나무라지만, 박신혜는 "너무 환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의식이 없는 환자고, 환자 보호자의 결정이 환자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잖아요. 수술을 하든 안 하든 결과는 같아요"라고 주장한다.

김래원은 "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며 계속 반대하지만, 박신혜는 다시 "혹시 모르잖아요. 기적적으로 회복될지도. 수술 안 하면 그 기적이 일어날 기회도 없애 버리는 거잖아요"라고 거듭 주장하며 그럼 자신이 집도를 하겠다고 한다.

그 말에 김래원이 "너 지금 스탭과 펠로우 선을 넘으려고 하는데, 너랑 나랑 사적인 관계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이라고 울컥한다. 하지만 박신혜는 다시 "사적인 관계 생각했으면 이렇게 못 했을 거예요"라며 "제가 저렇게 누워 있으면요? 절 포기하실 건가요?"라며 김래원의 가슴을 직격한다.

▲ SBS '닥터스' [사진 = SBS '닥터스' 방송화면 캡처]

결국 김래원은 박신혜의 말에 자신이 아버지인 홍두식(이호재 분)이 세상을 떠날 때, 아버지의 뜻에 반해 심실세동으로 생명을 이으려고 했던 일 등을 떠올리며 결국 수술을 감행한다. 그리고 사전에 예상한 것처럼 수술은 성공했지만 이상엽의 아내는 결국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상엽은 아내가 깨어날 수 없다는 비극적 현실 속에서도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어떻게든 살아날 실낱같은 희망을 얻게 됐다.

보통의 의학 드라마나 의학 만화라면 주인공은 천재적인 실력과 상식을 깨는 수술법으로 산모와 태아 모두 무사히 구해내는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닥터스'에는 그런 기적 같은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김래원이나 박신혜 등 이 드라마의 의사들은 평균 이상의 실력을 지닌 수준급의 의사지만, 어디까지나 이들은 평범한 의사들 중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이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전설의 신의는 아니다.

그래서 '닥터스'의 많은 이야기들은 그 부족함을 인간 사이의 관계로 채워 나간다. 아들들의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자살하려던 아버지(남궁민 분)를 다시 살아나게 한 것도, 사고 충격으로 말을 할 수 없는 가운데 스토킹을 당하던 여성(한혜진 분)을 구해낸 것도, 모두 기적과 같은 의술이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만들어낸 소소한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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