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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함부로 애틋하게' 이야기 몰입 방해하는 너무나 뛰어난 화면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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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함부로 애틋하게' 이야기 몰입 방해하는 너무나 뛰어난 화면 퀄리티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8.12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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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평이하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한 화면 구성이다. 등장인물의 대화신은 마치 공식처럼 얼굴 클로즈업 컷만 가져다 이어붙이고, 대부분의 장면들은 깊이감이나 색감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플랫한 이미지들만 나열한다. 이는 뒤로 갈수록 방송시간에 맞추기 급급한 '쪽대본'과 '생방송 드라마'가 만드는 폐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KBS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극본 이경희·연출 박현석 차영훈)는 이런 한국 드라마들이 가지는 고질적인 영상에서의 문제점을 100% 사전제작을 통해 완벽하게 해결한다. 방송 반년 전부터 드라마 촬영에 돌입해 모든 촬영을 여유있게 끝내고, 후반작업을 통해 색보정으로 영상에 전체적인 통일감을 불어넣었으니 화면의 퀄리티 만큼은 드라마 방송이 시작된 후 부랴부랴 촬영을 하며 방송분량 맞추기에 급급한 여타의 드라마들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함부로 애틋하게'의 이런 높은 영상 퀄리티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는 드라마의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결과도 함께 유발하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첫 회부터 시청률 12.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기세좋게 시작했음에도 반환점을 돈 지금 시청률이 7%대로 주저앉은 것에는 높은 영상 퀄리티도 한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같은 100% 사전제작임에도 불구하고 제2의 '태양의 후예'가 될 수 없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였다. '태양의 후예'는 두 주인공 송중기와 송혜교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에 파병을 나간 군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안에 다양한 로맨스 코드를 양념처럼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 '피사계 심도 조정과 걸쳐찍기...' 영화를 연상시키는 뛰어난 화면구성과 촬영기법이 오히려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스토리 몰입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 KBS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한류 톱스타 신준영(김우빈 분)과 다큐멘터리 PD 노을(수지 분)의 이야기를 드라마의 전면에 배치하며 100% 사전제작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의 참신함을 살리지 못했고, 더욱이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에서도 시한부인생과 출생의 비밀, 재벌가의 횡포 등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코드'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태양의 후예'가 결론적으로는 흔하디 흔한 로맨스물이지만 전면에 뻔한 코드를 내세우지 않으며 드라마의 퀄리티를 높인 것과 반대되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물론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가 무조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결국 큰 성공을 거둔 화제작 드라마들에는 당연하지만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들이 항상 넘쳐난다. 결국은 이 식상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냐는 방법의 문제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드라마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수준 높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퀄리티의 영상미로 마무리된다. 인물들의 평범한 대화신조차도 평범한 얼굴 클로즈업이 아닌 클로즈업에 아웃포커스를 이용해 화면에 깊이감을 더해주고, 길거리의 흔한 풍경도 주변 사물을 이용한 걸쳐찍기로 공간감을 더해준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영상미는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충실함이 가득하다. 사소한 장면 하나까지도 상당한 공을 들였음이 느껴지는 앵글을 보여주고, 살짝 무채색의 톤으로 다듬어진 색보정은 드라마의 영상미를 대폭 살려내는 1등 공신이다.

그런데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이야기를 몰입시키는 방법적인 면에서 '함부로 애틋하게'가 보여주는 높은 퀄리티의 영상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지나치게 영상미에 치중한 나머지 간혹 무리수가 느껴지는 앵글이나 편집을 선보인다.

11일 방송된 '함부로 애틋하게' 12회에서만 해도 김우빈이 길을 걷는 뒷모습을 과도한 아웃포커스로 날려버리는 장면이나, 임주환이 해외로 출국하려는 수지를 막아서는 장면에서 보이는 익스트림 로우 앵글과 화면에 가득차는 햇빛, 그리고 개연성 없이 툭 끼어드는 걸쳐찍기. 여기에 임주은이 호텔 수영장에 빠지는 장면도 마치 한 편의 CF처럼 과도하게 미화된 이미지로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훌륭한 영상미는 영화의 전반적인 퀄리티를 대폭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직접 티켓을 구입해 극장을 찾아가서 보는 '능동적'인 미디어인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보는 중간에도 언제든 리모콘을 이용해 채널을 돌릴 수 있고,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는 것에 대해서 어떤 금전적인 가치도 제공하지 않는 지극히 '수동적'인 미디어다.

당연히 능동적인 관객들이 찾는 영화는 티켓가격에 걸맞는 영상미가 플러스 요인이 되겠지만, 수동적이고 언제든 채널이 돌아갈 수 있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과도한 영상미는 시청자들에게 감탄사 대신 낯설음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런 낯설음이 이야기 중심의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에게 감정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깊이 있는 멜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겨냥하고 있음에도 결국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실패하며 시청률이 하락하는 것은 낡고 진부한 이야기와 함께 어울리지 않게 과도하게 세련된 영상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영상이란 당연히 높은 퀄리티일수록 좋은 것이지만, 무조건 영상만 아름답게 만들기보다 이야기와 영상이 적절한 수위에서 서로 타협을 해야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100% 사전제작이라는 함정에 빠져 이 기본을 망각한 것이 지금의 시청률 저하로 다가온 주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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