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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28명-파란손수건-기립, '비운' 전병두 은퇴경기 위한 SK와이번스의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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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28명-파란손수건-기립, '비운' 전병두 은퇴경기 위한 SK와이번스의 예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10.08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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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투수코치로 마운드 올라, 선수단 전부 중앙 모여 진한 포옹

[문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8번 전병두를 위한 한판이었다. 너무 빨리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비운의 사나이’를 위해 SK 와이번스가 똘똘 뭉쳤다.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전병두가 은퇴 피칭을 한다는 소식에 2만 내외의 관중이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2009~2011년 SK 왕조 구축에 크게 기여한 투수를 가까이서 보내려는 진정한 팬들이었다.

SK 관계자는 경기 전 “채병용을 비롯한 선수단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며 “메이저리그 은퇴식은 어떻게 하는지 어떤 이벤트가 전병두를 기쁘게 할지 다들 적극적으로 나서 의논하더라”고 귀띔했다.

▲ 전병두가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1829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라인업 소개부터 남달랐다.

8인의 야수는 평소와 달리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 없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전병두의 이름만 불렸다. 1루 외야 불펜에서 그가 뛰쳐나왔다. ‘28번’ 유니폼을 입은 ‘28명’이 도열해 전병두를 반갑게 맞았다.

1루 관중석을 메운 팬들은 파란 손수건을 흔들었다. 파랑은 전병두 글러브 색깔이다.

“전병두! 전병두!”

SK 팬들은 모두 일어나 전병두를 외쳤다. 2011년 10월 6일 광주(무등) KIA 타이거즈전 이후 1829일 만에 밟는 1군 마운드였다.

구속은 최고 129㎞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비룡군단을 위해 팔꿈치를 바친, 5년간 묵묵히 재활을 견딘 불굴의 사나이를 향해 인천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 1루 스탠드를 가득 채운 팬들은 전병두의 글러브 색깔인 파란색 손수건을 흔들며 은퇴를 축하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전병두는 4구 만에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 처리했다. 1루수 박정권을 필두로 야수들이 전부 중앙에 모여 전병두를 안았다.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라 교체를 지시했다. 공을 넘겨받은 윤희상도 전병두를 진하게 포옹했다.

삼성 선수단도 3루 더그아웃 앞에 도열, 전병두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전병두는 “최선을 다해준 김상수 선수에게 고맙다”며 “1,2구를 가만히 보기에 놀랐는데 3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해서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한 “등판 전에 너무 긴장했었는데 큰 거 하나를 끝낸 듯 속이 후련하다”며 “마지막까지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은퇴식은 주로 슈퍼스타를 위해 개최돼 왔다. SK 와이번스는 관례를 깼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구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프랜차이즈를 예우하면서 시즌 최종전과 전병두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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