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1 01:04 (토)
[이슈 2016] ④ 최순실-김종 농단에도 박태환이 살려낸 '스포츠의 희망'
상태바
[이슈 2016] ④ 최순실-김종 농단에도 박태환이 살려낸 '스포츠의 희망'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2.28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10~12월 스포츠 결산...두산 투자의 결실 '판타스틱 4'로 왕조 구축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병신년(丙申年)의 마지막은 우울하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는 스포츠 농단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혼돈과 격랑에 휩싸였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는 순간 대한민국 스포츠는 마치 진도 9 이상의 대지진을 겪은 듯 쑥대밭이 됐다. 이후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비롯해 '정유라 승마 게이트'까지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유년(丁酉年)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났다. 두산 베어스는 무한히 샘솟는 화수분으로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고 '마린보이' 박태환은 김종 문체부 전 차관의 협박을 이겨내고 아시아선수권 4관왕과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 3관왕으로 화려하게 부활 물살을 갈랐다.

◆ 10월 = 화수분과 투자의 절묘한 효과, 두산 왕조를 열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1982년과 1995년, 2001년에 이어 4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때만 하더라도 이변과 삼성의 도박 후유증이 맞물린 결과로 여겼다. 삼성 선수들이 도박파문으로 출전금지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 베어스는 완전히 달라졌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에서 완쾌됐고 마이클 보우덴이라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가 들어왔다. 여기에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의 모범 사례를 보여준 장원준과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있었다. 이들은 곰 마운드의 '판타스틱 4'로 불렸다. 두산은 KBO리그 최초로 15승을 넘긴 선발투수 4명을 보유했다.

마운드뿐 아니라 공격도 무서웠다. 도핑 양성반응으로 눈총을 받았던 김재환은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한 타자로 거듭나면서 김현수가 빠져나간 좌익수 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것은 물론이고 37개의 홈런을 때리며 잠실 홈런왕에 올랐다. 김재환을 비롯해 박건우(20개), 민병헌(16개), 양의지(22개), 오재일(27개), 닉 에반스(24개) 등 6명의 타자들이 홈런 15개 이상을 넘겼다.

또 주전 타자 가운데 3할을 넘기지 못한 선수를 찾기가 어려웠다. 박건우(0.335), 김재환(0.325), 민병헌(0.325), 양의지(0.319), 오재일(0.316), 김재호(0.310), 에반스(0.308) 등 7명의 타자가 3할을 넘겼다. 두산의 타자들은 대부분 2군에서 성장해 주전으로 발돋움한 선수들로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느끼게 했다.

두산 베어스의 강력함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졌다. 유일한 대항마였던 NC 다이노스가 올라왔지만 마운드에서부터 상대가 되지 못했다. 10월 29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이긴 두산은 2차전(5-1 승), 3차전(6-0 승), 4차전(8-1 승)을 내리 잡으며 너무 싱겁게 한국시리즈를 끝냈다. 두산은 니퍼트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을 뿐 장원준과 보우덴, 유희관이 모두 승리를 맛봤을 정도로 완벽한 선발 마운드를 자랑했다.

◆ 11월 = 스포츠를 강타한 최순실 게이트, 대한민국 스포츠가 유린당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한 결과 스포츠와 문화계에 걸쳐 마수가 뻗쳐 있었다. 이 가운데 최순실 씨와 함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저지른 스포츠 농단은 심각함을 넘어섰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일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고 여기에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관여됐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지난 2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과정 역시 김종 전 차관이 적극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체부의 농간도 드러났다. 체육계를 허탈감에 빠졌고 일부 체육인은 '김종 라인' 또는 '최순실 라인'으로 분류됐다.

편가르기도 김종 전 차관 차원에서 진행됐다. 특히 김종 전 차관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막는 과정에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김연아를 비롯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에게까지 폭언을 일삼았다. 김종 전 차관은 부인했지만 박태환 측은 동료 선수들에 대한 악담을 들으며 사실상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유라는 정권이 깔아놓은 '꽃길'을 걸었다. 아무런 실력도 없는 선수는 대한승마협회와 최순실 씨에 의해 승마 유망주로 거듭났고 이를 조사했던 문체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출전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정유라는 이를 이화여대 특혜 입학에 활용했다.

이로 인해 평창 동계올림픽도 만신창이가 됐다. 마스코트 선정에도 개입하고 IOC의 분산개최 조언에도 고개를 저었다. 이 과정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독단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 누구 하나 제동을 걸지 못했다. 어는 체육인의 지적처럼 지난 3년 동안은 '스포츠의 유신시대'였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 12월 = 리우서 체면을 구겼던 박태환, 병신년 마지막에 화려하게 부활하다

병신년은 공교롭게도 '박태환 파문'으로 시작됐다. 박태환이 인천 아시안게임을 전후해 금지 약물을 주사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1년 6개월의 선수 자격이 박탈됐다. 이후 자격이 회복됐고 리우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도 통과했지만 대한체육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박태환의 출전을 막아섰다.

대한체육회의 논리는 대표선수 자격 규정이었다. 도핑 양성반응 등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3년 동안 대표선수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를 두고 IOC가 금지하는 이중징계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한체육회는 주위 조언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박태환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고 승소한 뒤에야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훈련에 매진해야 헀던 박태환은 전혀 올림픽 준비를 하지 못했고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마감했다. 메달권은커녕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종목도 있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이제 은퇴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를 악물었고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올림픽 메달권 기록에 근접하는 성적을 냈다. 이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4관왕을 차지했고 12월 캐나다에서 열렸던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자신의 올림픽 부진이 훈련 부족 때문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박태환은 자신이 김종 전 차관에 의해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로 마음고생을 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박태환은 주위 외압에도 불구하고 내년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완벽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박태환이 강한 집념으로 가른 희망 물살은 외부의 어떤 압력과 시련이 있어도 끝내 이겨낼 수 있다는 가치를 보여준 스포츠의 힘이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