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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예능의 판도 변화' 유재석-강호동 투톱체제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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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예능의 판도 변화' 유재석-강호동 투톱체제 흔들리나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29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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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의 판도는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대형 MC의 '투톱' 체제가 이끌어 가는 그림이다. 하지만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몇 년 사이부터 대한민국 예능의 투톱 시대는 조금씩 흔들리는 양상이다.

두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예전에 비해 낮은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고 폐지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얼마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시청률 하락 추세냐, 아니면 유재석 강호동이라는 두 MC의 식상함이 원인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 [사진= KBS 2TV '나는 남자다' 방송 캡처]

◆ 리얼버라이어티 예능과 함께 만개했던 '유-강 투톱 시대'

유재석과 강호동은 지난 2000년대 중반 대한민국 예능계의 확실한 대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앞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MC들인 김국진, 서세원, 신동엽, 이영자 등 전통의 강자들이 불미스러운 개인 문제 등으로 방송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투톱' 체제가 형성됐다.

방송사들은 부족해진 예능 전문 MC들을 찾아 나섰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소규모 예능 프로그램의 보조 MC나 전문 MC로서 경험을 키우던 유재석과 강호동이 중용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인기는 차곡차곡 쌓여 나갔다. 다만 이때까지도 두 MC가 대한민국 예능을 장악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이 않았다. 하지만 곧바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대한민국 예능 판도가 토크쇼와 실내예능에서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으로의 혁명을 맞게 된 것이다.

시작부터 토크 쪽보다는 버라이어티 형태의 예능으로 경험을 쌓은 유재석과 강호동은 각각 리얼 예능 '무한도전'과 '1박 2일'로 대한민국 예능 판도를 10년 가까이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투톱의 시대는 철옹성처럼 굳어졌다. 몇년 내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두 MC에 맞춰진 대한민국 예능의 스타일과 의존도 때문이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최고 전성기로 평가받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까지 두 사람이 하던 예능 프로그램의 숫자는 우리나라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의 70%에 가까울 정도였다.

▲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월드컵 응원 중 한 장면. [사진=스포츠Q DB]

◆ 왜 투톱 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나

그러나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의 '투톱 체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황을 살펴보면 많은 이유가 있다.

우선 이런 조짐을 촉발하게 한 것은 강호동의 탈세 사건이었다. 지난 2011년 강호동은 탈세 의혹을 받다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1년여 간 잠정 은퇴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1년간의 공백 동안 한쪽 날개를 잃은 대한민국 예능 판도는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다.

유재석이라는 절대 강자가 있었고 예전의 인기를 구가하던 신동엽, 이영자, 김국진, 이경규 등이 복귀했지만 느닷없는 변화는 오히려 예능 프로들에 독이 돼 버렸다.

CJ E&M 예능PD 출신 이 모 대표는 "당시 우리나라 예능은 리얼형식으로 대부분이 바뀌면서 유재석과 강호동의 의존도가 가장 높았고 인기도 절정을 달리던 시기"라며 "하지만 느닷없는 강호동의 이탈로 급작스러운 변화를 맞게 됐고, 급한 변화는 시청자 이탈과 혼란만 가중시킨 것으로 당시 방송가는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당시 강호동의 이탈로 방송사들은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날 인기 있던 진행자들과 신예 MC들을 활용했지만, 큰 인기를 끄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리얼 예능의 난립으로 시청자들에게 '리얼'의 식상함만 느끼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여파는 강호동이 복귀한 이후 계속해서 실패를 맛보게 하는 큰 원인이 되기도 했다.

▲ [사진=KBS 2TV '나는 남자다' 방송 캡처]

◆ 예능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시청률 하락

유재석 강호동 투톱 체제가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전체적으로 식어버린 대한민국의 예능 열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예능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을 살펴보면 주말에는 10%대 중반에서 순위가 갈리고 평일에는 전체적으로 두 자릿수 예능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주말 30%대 시청률을 찍고 평일에도 20%대 시청률이 나오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런 모습은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모바일 시청자층이 늘어났다는 점과 사회 경제적인 영향으로 많은 시청자층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더욱 심각한 것은 방송사들이 기존 스타일의 리얼 예능에 몰입한 나머지, 그런 경향에 식상함을 느껴 이탈한 시청자층을 다시 끌어안는데 실패한 것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방송 예능 쪽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며 "시청자들은 이미 예전 강력한 MC가 이끄는 리얼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에 진부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 강호동이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폐지를 맛 본 SBS '별바라기'. [사진=SBS '별바라기' 방송 캡처]

새로운 리얼 예능의 등장 '투톱 체제 없어도 인기 있다'

유재석 강호동 투톱 MC 체제가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리얼 예능의 등장이다. 최근 예능의 추세는 일반인 혹은 연예인의 실제 생활이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여러 명의 연예인들이 연합해 프로그램을 이끄는 형태의 예능이 대세를 이루는 모습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를 예를 들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이름을 내걸지 않은 리얼 예능을 표방했고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런 스타일의 예능이 인기를 얻으며 한 자리 한 자리씩 프로그램을 채워나갈 경우 유재석과 강호동이 독보적으로 이끌던 대한민국 예능 프로들의 판세는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유재석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사진=MBC 제공]

결국 유재석과 강호동은 새로운 흐름에 맞춰 예능 무대에서의 큰 변화를 추구하든지, 혹은 기존부터 이끌어 오던 본인들만의 장수 예능을 더욱 발전시키든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모양새다.

이 모 대표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화한다는 말이 있는데 언제까지 유재석 강호동이 대한민국 예능 사를 장악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제 굳이 최고의 MC들이 필요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예능이 대세로 자리를 잡는 상황에서 두 사람도 변화를 추구하지 못한다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 사람이 대한민국 예능사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발전시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다 채워주지는 못한다. 이들의 새로운 변신과 부활을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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