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뷰포인트] 지상파 토크쇼 이대로 몰락하나
상태바
[뷰포인트] 지상파 토크쇼 이대로 몰락하나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1.01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편·케이블 채널 토크쇼 상승세

[스포츠Q 오소영 기자] 지난 30일 SBS 예능 프로그램 '매직아이'의 폐지 결정이 알려졌다. 그동안 '매직아이'는 5%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매직아이'를 비롯해 KBS2 '나는 남자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등 지상파 토크쇼 프로그램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지상파를 위협하는 시청률을 보여주는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 화제성과 인기 면에서 눈에 띄는 케이블 채널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 등의 약진과 비교되는 양상이다.

▲ JTBC '마녀사냥'은 남녀 간 연애와 사랑에 대해 솔직하고 수위높은 이야기를 다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JTBC 제공]

◆ 같은 주제라도 더 뜨겁게, 파격적으로…'마녀사냥', '썰전'

이같은 경향은 종편과 케이블 채널들이 지상파가 갖지 못하는 강점을 살린 데 있다. 지상파는 개방적인 특성상 다양한 시청층을 얻는 데는 수월하지만 수위 표현에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종편과 케이블 채널은 시청층은 제한받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재의 선택이나 표현 면에서 자유롭다.

'썰전'은 사회·정치적 이슈를 어렵지 않게 다루면서도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남녀간의 연애와 사랑을 다루는 '마녀사냥'은 농도짙은 '19금 토크'로 인기를 얻었다.

방송사에서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모 작가는 "예를 들어 '라디오스타'와 '썰전'에 출연하는 김구라의 경우 지상파인 '라스'보다는 '썰전'에서 보다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말을 하는 식"이라며 "같은 소재와 주제를 다루더라도 종편이나 케이블이 지상파보다 더 재밌고 파격적인 방송을 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비정상회담'은 기존의 '외국인 토크쇼'를 넘어 토론의 형식을 취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진=JTBC제공]

◆ 진행자 역량보다 프로그램 포맷 중요…'비정상회담', '로맨스가 더 필요해'

지상파 토크쇼가 뚜렷한 선전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진행자 역량'을 꼽기도 한다. 프로그램이 재미없는 이유가 진행자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남자다'의 MC진 일원인 배우 임원희, '매직아이'의 이효리 등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그 예다.

실제로 토크쇼에서 출연자를 상대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진행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때문에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유명인들이 토크쇼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은 프로그램의 이미지와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준다.

그러나 현재는 진행자보다는 프로그램 포맷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어가고 있다.

방송 관계자 이모씨는 "요즘은 진행자의 역량보다는 소재의 힘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예전 '무릎팍도사' 등의 경우는 진행자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식으로 진행자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끄는 '비정상회담'이나 '로맨스가 더 필요해'의 경우 출연진의 이야기만으로도 재미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정상회담'은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을 주제로 한 기존 외국인 토크쇼를 넘어 토론 형태를 취해 성공한 경우다. 또한 tvN의 '로맨스가 더 필요해'는 진행자 중 거물급 스타는 없으나 연애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 SBS '매직아이'는 "연예인의 신변잡기에 치중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사진='매직아이' 제공]

◆ 시청자 피드백 없는 것도 문제…'나는 남자다', '매직아이'

특히 최근 비판의 대상이 된 지상파 토크쇼들의 경우 시청자들의 반응을 발빠르게 반영하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매직아이'는 프로그램 시작부터 폐지 결정까지 계속해서 비판받았다. 저조한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었다. 앞서 이 시간대에는 '심장이 뛴다'가 방송 중이었다. '심장이 뛴다'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뜻은 좋았으나 시청률은 저조했고 폐지가 결정됐다.

때문에 후속 편성된 '매직아이'의 부진은 비난의 화살을 더욱 맞을 수밖에 없었다. 공익적인 프로그램의 폐지 후 편성됐으나 재미도 주지 못하면서 출연진의 신변잡기에 머무는 내용을 방송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을 개편했으나 개편 한 달도 되지 않아 폐지가 결정됐다.

또한 '나는 남자다' 역시 개선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파일럿 당시에는 남자 진행자들, 남자 방청객으로만 채운 스튜디오에 남자와 관련된 주제를 다뤄 신선했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나는 남자다'의 정체성은 흔들렸다. 그저 토크 주제의 대상을 남자로만 한정짓는 결과를 낳게 됐다. '이름이 특이한 남자', '음치 남자'들을 모아놓는 식이다.

지난달 17일 방송한 '나는 여자다' 특집은 프로그램의 구성방식에 큰 약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성 방청객을 대상으로 '이름이 특이한 여자', '음치 여자'를 모아 방송하자 기존 프로그램보다도 좋은 평을 얻었다.

결국 그동안 '나는 남자다'가 지나치게 남자 관련 소재에만 매달리면서, 오히려 '남자 토크쇼'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변화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 KBS '나는 남자다'는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토크쇼'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그러나 파일럿 방송 이후 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방송 캡처]

지상파는 지상파만의, 종편이나 케이블은 이들만의 강점이 있다.

지상파 토크쇼에게 높은 수위나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종편과 케이블 채널이 넘나드는 수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결국 시청자를 붙들 수 있는 참신한 프로그램 포맷으로 재미와 감동을 찾기 위해 지상파 토크쇼 제작진들이 좀 더 머리를 싸매야 한다. 어려울수록 '토크쇼의 본질'에 천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시청자들은 지상파 토크쇼를 점점 더 외면할 수 있다. 지상파가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 축을 형성해온 토크쇼의 위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ohso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