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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러브라인은 없어서 더 좋다!' '미생' '라이어게임' '나쁜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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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러브라인은 없어서 더 좋다!' '미생' '라이어게임' '나쁜녀석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3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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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기도 하고 대리만족도 안겨주는 드라마. 사람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랑'은 드라마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에서는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듯, 법조계, 의료계 등 다양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러브라인을 무리하게 집어넣다 이도 저도 아닌 내용이 돼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미생', '라이어게임', '나쁜녀석들'은 '러브라인이 없어서 더 좋은' 작품들이다.

▲ 사회 초년생의 직장 적응기를 그리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 [사진=CJ E&M제공]

◆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미생'

드라마 '미생'은 25년간 바둑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장그래'가 갑작스럽게 무역 상사에 입사하게 되며 벌어지는 '생존기'를 그린다.

'미생'의 원작인 웹툰 '미생'은 인기리에 연재됐다. 때문에 드라마화에 대한 얘기도 예전부터 나왔다.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지상파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러브라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6일 '미생의 밤'에 참석한 윤태호 작가는 "지상파 방송국에서 찾아오셨던 분들은 '러브라인이 안 나오면 안된다'고 말씀하셨다"며 "러브라인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러브라인이 나오면 그만큼 이야기가 변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러브라인보다는 뉘앙스 정도만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미생'을 연출하는 김원석 PD도 ""전형적인 러브라인은 없다"고 윤 작가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PD는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미생'은 장그래(임시완 분)와 오상식(이성민 분)과의 버디(buddy)물"이라고 설명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넣지 않은 채로 연출해 원작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변질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배우 강소라 역시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미생'에 출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러브라인이 없어서"라고 밝히며 "대부분 드라마에서는 법정에서든 병원에서든 연애를 한다. 일과 외적인 비중이 많은 드라마를 꼭 하고 싶었다. 해외 드라마처럼 둘 간의 균형이 잘 잡힌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덕분에 이 드라마는 사회 초년생들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곧 '완생(살아있음)을 향해 나아가는 미생'들의 삶을 변질없이 그릴 수 있었다.

▲ tvN 월화드라마 '라이어 게임'은 치열한 두뇌심리게임을 내용으로 한다. [사진=CJ E&M제공]

◆ 메인은 '두뇌심리게임'으로, 사랑은 뉘앙스로만 보여주는 '라이어 게임'

tvN 월화드라마 '라이어 게임'의 경우도 직접적인 러브라인이 형성되지 않는다.

'라이어 게임'은 카이타니 시노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돈 앞에 놓인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담은 극한 심리 추적극이다. 순진한 빚쟁이 여대생 남다정(김소은 분)과 최연소 심리학 교수 출신 천재 사기꾼 하우진(이상윤 분)이, 기획자 겸 MC 강도영(신성록 분)이 준비한 리얼리티 쇼 '라이어 게임'에 참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뇌를 사용하고 서로간 심리를 파악하는 치열한 게임이 매주 펼쳐진다. 복잡하고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게임만을 다루기도 힘든 분량 안에서 러브라인이 들어가게 되면 이야기가 깨지게 된다.

하우진은 남다정의 조력자로 나선다. 까칠하고 냉정하게만 보였던 우진이 다정에게 마음을 쓰면서 다정은 종종 그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이 부분은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 기존의 드라마에서 이쯤이면 두 사람의 사랑이 진전됐을 시점에, 대신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직접적인 러브라인 대신 감정의 뉘앙스 정도만 보여주지만 이는 시청자들에게 로맨스적 재미를 주는 데도 충분하다. 게임에 임할 때는 차가운 인물이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반전적인 모습이 주는 다정함이 더 크게 와닿는 법이다.

▲ OCN 토요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범죄 소탕 과정과 시원한 액션신으로 재미를 주고 있다. [사진=CJ E&M 제공]

◆ 범인 소탕에 충실한 '나쁜 녀석들'

OCN 토요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악랄한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그보다 더 지독한 '나쁜 녀석들'이 모여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하드보일드 수사극이다.

'나쁜 녀석들'의 중심 인물 5명은 오구탁 반장(김상중 분)을 비롯해 박웅철(마동석 분), 정태수(조동혁 분), 이정문(박해진 분), 유미영(강예원 분)이다. 유미영이 홍일점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이해 관계로 부딪치며 살벌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녀 관계에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여타 드라마들과 달리 오히려 기싸움과 대립이 엿보인다. 이들은 범인들을 잡는 목적에 충실하다.

다만 정태수가 관심을 쏟는 여성 박선정(민지아 분)이 있긴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전면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잡느라 빠듯한 와중에 가끔씩만 그려질 뿐이다. 때문에 그의 감정은 더욱 애틋해 보인다.

러브라인이 들어가지 않아도, '나쁜 녀석들'은 사건을 파헤치는 흥미로운 과정과 시원한 액션 장면으로 볼거리가 충분하다. 또한 처음에는 서먹했던 '나쁜 녀석들' 간 관계가 극이 진행되며 끈끈해지는 것도 재미를 주고 있다.

의도했던 이야기에 러브라인이 들어갔다면 본래의 기획의도를 살리지 못했을 드라마들. 과감하게 극중 사랑을 포기했지만 그로써 시청자들과의 러브라인 형성에는 성공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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