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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생활의 달인' 태백 쫄면, 박고지 김밥, 부산 육수 물회를 관통하는 '지속적인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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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생활의 달인' 태백 쫄면, 박고지 김밥, 부산 육수 물회를 관통하는 '지속적인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가르침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04.30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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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석좌교수는 '혁신'을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해 세계 경영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이다. 

'지속적 혁신'은 성능을 향상시켜 늘 상위시장을 만족시키는 기술 개발을 일컫고, '파괴적 혁신'은 반드시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가격이 저렴해지는 기술이 주제가 된다. 이 혁신 이론은 큰 기업 등에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다. 

 

'생활의 달인' 부산 광안시장 박고지 김밥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를 혁신이라고 한다. 우리가 'OO의 달인'이라고 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도 '혁신'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지난 23일 방송된 SBS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세 명의 '맛의 달인'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같은 생각이 들었다. '달인'들은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맛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방송된 '생활의 달인'  맛집은  '태백 쫄면의 달인'과, 숨은 식당을 찾아나서는 '은둔식달' 코너에서 소개된  '박고지 김밥의 달인'과 '물회의 달인'이었다. 

이들 세 맛집을 꿰뚫는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듯했다. '상식파괴'와 '부단한 연구와 연습', 그리고 '오랜 기다림'이었다. 

세 맛집의 달인들은 한결 같이 내로라하는 요리의 대가들도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상상 이상'의 재료와 조리방법을 적용하고 있었다. 남이 가지 않은 길 위에서 이들은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쉼없이 연구하고 끊임없이 연습을 했다. 

최상의 맛을 위해 '달이기' '반복 찌기' '장시간 숙성' 등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도 고가의 음식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한껏 맛을 즐길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을 만들었다. 여기에 자신의 음식을 먹기 위해 찾는 손님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생활의 달인' 태백 쫄면의 달인 

 

강원도 태백시의 명소인 '태백 쫄면 달인'의 경우,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한 그릇의 쫄면을 만들기 위해 양배추, 대파, 곶감, 옥수수, 정종, 황태육수 등 갖은 식재료가 응용됐다. 감칠맛 나는 양념장 하나를 완성하는데는 곶감과 옥수수물, 대파 진액이 비법이었고,  탄력있는 면발에는 황태육수에 담그는 게 비법이었다. 

'통통한 면발에 매콤 살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쫄면의 유혹'. 정말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격이 다른 명품 쫄면이 탄생했다. 권영례 달인(62)은 이같은 복잡한 과정을 지칠줄 모르고 반복해왔고, 더 나은 맛을 위해 지금도 연구와 연습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쫄면을 만들 때 만큼은 아무 생각이 없죠. 이 쫄면만 신경을 쓰죠. 그러니까 아무 잡념도 없고요." "제가 이 맛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발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전에는 대파만 사용했어요." 이날 방송에서 밝힌 달인의 말은 지금 같은 명품 쫄면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극명하게 설명해줬다. 

 

'생활의 달인' 부산 박고지 김밥의 달인 

 

이날 '생활의 달인' 은둔식달 코너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박고지 김밥의 달인'은 부산 광안시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김밥을 먹기 위해서는 언제나 손님들의 인내가 필요했다. 줄을 선다고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김밥이 아니었다. 김밥이 일찍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은둔식달 잠행단은 '박고지 김밥'을 먹어 본 후 "김밥계의 지각변동이다. 대한민국 3대 김밥 오늘부터 뒤집어야 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줄의 김밥이 탄생하기 위해 가오리, 돼지감자, 누룽지 등 뜻밖의 식재료들이 활용됐다. 

손영미 달인(54)은 가오리를 각종 채소와 함께 찌는 과정을 통해 비린내를 없애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오리 육수를 간장과 장시간 끌여 박고지를 졸여주는 맛 간장을 만들었고,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돼지감자와 누룽지를 이용해 밥물을 만들었다. 돼지감자 덩어리는 달걀과 섞여 지단으로도 탄생했다. 

특히, 박고지에 껴얹는 맛간장은 명품이었다. 은둔식달 잠행단의 강희재 달인은 제주도 어간장의 풍미가 난다며 놀라워했다. 손영미 달인은 '맛간장'을 다음날의 씨간장으로도 활용하고 있었다. 

잠행단의 김순태 달인은 "가오리가 콜라겐이 되게 많아요. 그러면 간장 자체가 진해지죠"라며 과학적인 가오리 활용법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엉은 우엉 맛이 강하기 때문에, 딱 먹고 나면 '아 우엉 김밥을 먹었구나'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런데 박고지는 식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김밥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더라고요. " 손영미 달인이 박고지를 김밥 식재료로 선택한 이유였다.  

손 달인은 "어젯밤에는 긴장도 되고 얼마나 설레던지 정말 열두 번도 더 깼어요. 맨 처음 마음 그대로 열심히 변함없이 할 겁니다"라며 소녀같은 심정과 한결같은 의지도 드러냈다.  

 

'생활의 달인' 부산 달인 물회

 

'물회의 달인'은 부산 광역시 남구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탱글탱글한 생선살에 비주얼 좋은 육수까지 모두 명품인 '부산식 육수 물회'였다. 특히, "숙성도 숙성이지만 향이 끝내주는 물회"라고 잠행단은 평가했다.   

은둔식달 잠행단의 임홍식 달인은 "국물이 밑에 쫙 깔리는 스타일이에요. 동치미에서 우러나는 산뜻한 맛 있잖아요. 그런 것이 있어서 밥을 말아 먹으니까 괸장히 맛있고 특히 회를 받쳐줘요. 회 맛을"이라고 달인 물회의 비범함을 설명했다.

달인의 부산 육수 물회에도 상상을 초월한 식재료들이 적용돼 최적의 맛을 찾았다. 30년 경력의 김종부 달인(55)은 최상의 물회를 위해 메밀, 동치미 무, 건다시마, 미역, 무즙, 꼬시래기 등을 활용했다. 메밀 물과 동치미 무를 활용해 시원한 달인표 육수를 만들었고, 여기에 육수와 수제 고추장을 섞어 감칠맛을 냈다. 

특히 '생선 숙성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체 불명의 재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숙성회의 모습은 잠행단의 동공을 확장시켰다. 무즙과 꼬시래기로 '건(乾) 숙성'시킴으로써 생선살에 꼬들꼬들한 식감을 냈다.  회에 향긋한 맛과 향을 가미시키기 위해 제주산 해초인 꼬시래기를 넣고, 건다시마와 미역을 깔고 손질된 횟감을 올려줬다. 숙성을 위해서는 무려 닷새가 필요했다. 

 "(물회 육수에서) 단맛과 신맛이 입맛에 느껴지는데 짠! 하고 느껴지진 않거든요. 이 메밀물 때문에 입안에 부드러운 맛이 쫙 느껴지는 것 같아요." "(회를) 그냥 쓴 게 아니에요. 건 숙성을 한 거예요. 제대로 하는 물회 가게는 (일반) 회를 팔지 않아요. " 잠행단의 강희제 달인은 물회 달인의 비범한 비법을 이렇게 호평했다. 

"물회 육수가 어느 정도 맛이 나기 시작한 게 (장사 시작한 지) 3년째... 3년은 손님이 거의 없었죠. 가장으로서 경제를 책임져야 되는데 사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힘들었죠. 그 힘든 과정에서 절실하니까 음식을 더 연구하게 디고 그러면서 결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김종부 달인은 지금같은 물회가 완성되기까지 겪었던 고생담을 털어놨다. 

이날 '생활의 달인'을 통해 공개된 '태백 쫄면' '박고지 김밥' '부산 육수 물회' 맛집의 비법은 '작은 차이가 맛을 좌우한다'는 진리와, '격이 다른 맛'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상상이상의 노력과 연구, 끈기'를 요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달인들의 삶의 자세는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산교훈이 될 것같다. 

[사진= SBS '생활의 달인'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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