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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소처럼 일하는 배우'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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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소처럼 일하는 배우' 이경영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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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소처럼 일하는 이경영’ ‘충무로의 노예’. 배우 이경영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올해만 영화 ‘관능의 법칙’ ‘백프로’ ‘무명인’ ‘또 하나의 약속’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 신의 손’ ‘제보자’ ‘패션왕’, 드라마 ‘미생’ 등 다수의 흥행작에 출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때 “‘인터스텔라’에도 이경영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돌기까지 했다.

내년에도 만만치 않다. 영화 ‘암살’ ‘허삼관’ ‘은밀한 유혹’ ‘소수의견’ ‘협녀, 칼의 기억’ 등에서 조연, 특별출연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 정도 되면 오정세, 라미란 등 내로라하는 신 스틸러들도 명함조차 못 내밀 정도다.

▲ 이경영[사진=올레tv 제공]

올해 나이 쉰 넷. 은발의 50대 배우가 벌이는 정력적인 활약상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웬만하면 ‘겹치기 출연’ ‘식상함’ ‘이미지 소비’ 등의 비판 세례에 직면할 텐데 무풍지대다. 오히려 찬사가 잇따른다. 출연 분량에 욕심 내지 않고 짧은 순간 임팩트 있게 연기한 뒤 빠져버리기에 절로 ‘신 스틸’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올해 그의 화룡점정은 ‘미생’의 최전무 캐릭터다. 무서우리만치 노회한 정치력을 갖춘 최전무 역은 악인 캐릭터로 전락하기 십상인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탈바꿈시킨 것은 온전히 이경영의 힘이다. 영화 ‘신세계’의 골드문 회장, ‘더 테러 라이브’의 보도국장 역시 마찬가지다. 악역에 품격과 페이소스를 실어내는 순간,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한다.

알고 보면 이경영은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훈남 청춘스타였다. 덧니가 살짝 드러나는 푸근한 미소, 연민을 자아내는 촉촉한 눈빛, 허스키한 저음으로 ‘비오는 날 수채화’ ‘영심이’ ‘그 여자, 그 남자’ 등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휩쓸었다. 2000년대 초반 터진 스캔들로 인해 방송출연이 금지된 이후 간간히 영화에서만 볼 수 있다가 2~3년 전부터 영화와 케이블TV를 통해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드라마 ‘불꽃’(2001)에서 천하의 이영애가 빠져들 수밖에 없던 중년남성 이강욱의 멜로적 매력은 더욱 짙어져 올해 영화 ‘관능의 법칙’의 최성재로 이어졌다. 그만큼 그는 그 연배 남자배우 중 보기 드물게 멜로에서 뛰어난 감성을 보인다. 여기에 세월의 선물인 중후함, 냉철함을 장착함으로써 사회물, 액션, 스릴러, 사극 등 전방위 장르와 극단의 선악 캐릭터에 완성도를 불어넣는 배우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올레tv가 영화 편성 및 VOD 수급 담당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경영은 ‘2014년 VOD 스타’ 1위로 꼽힌 바 있다. 대중에겐 올 한해 가장 친숙한 스타였던 셈이다. 조로 사회, 특히나 나이듦을 천형처럼 여기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흰머리와 주름을 빛나는 훈장으로 바꿔버린 이경영이 새해에도 대중의 연인이자 노예로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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