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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Da:Q]‘12년 지기’ 힙합듀오 온앤온 “진짜 우리 음악을 보여줄 차례” (上)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10.14 08:00 | 최종수정 2018.10.15 09: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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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국내 합합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장기 프로젝트로 ‘힙합Da:Q’ 연재를 시작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가요계 변방에 자리 잡았던 힙합은 최근 다수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계기로 가요계의 주류 음악으로 올라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힙합다큐의 네 번째 뮤지션으로는 인디와 오버를 넘나들며 힙합신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힙합듀오 온앤온(On&On, 지구본 & 제이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온앤온(On&on) 지구본과 제이원 [사진 = 프로비트컴퍼니 제공]

 

[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고스트 프로듀싱(Ghost Producing). 무명의 아티스트에게 적은 돈을 주고 대리로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긴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DJ 알렌 워커 (Alan Olav Walker)조차도 고스트 프로듀서를 고용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마르텐 포베르크(Maarten Vorwerk)처럼 운이 좋아(?) 이름이 알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이름을 알리기는 불가능하다. 계약서에 발설 금지조항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 업계에도 고스트 프로듀싱은 분명히 존재한다. 멋진 아이돌에 열광하는 K팝의 어두운 이면이다. K팝 리스너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 사람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선 아이돌 멤버를 위해 고스트 프로듀서와 전담 팀을 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통 하루에 세 시간을 잡니다. 지금은 일을 두 가지나 하고 있어요. 하나는 부동산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이돌 연습생들 보컬 레슨입니다. 물론 제 음악도 할 시간이 필요하죠. 함께 하는 빅헤드 뮤직 크루 멤버들과 공연도 꾸준히 해야 하고요.”(지구본)

 

온앤온 지구본 [사진 = 프로비트컴퍼니 제공]

 

바로 이 사람이다. 한때 누군가의 고스트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음악인. 고등학교 시절 만난 친구와 음악을 시작해 현재 힙합 듀오 온앤온(On&On)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나이 서른의 청년 이상하 a.k.a. 지구본이다.

정식 인터뷰를 요청한 건 가수로서 인생을 묻기 위해서였지만, 그가 가진 명함엔 음악과 관련된 단어가 전혀 없다. ‘다방 프로중계러’OOO 공인중개사무소 이상하 실장. 나이 서른의 청년 이상하가 가진 대외적인 직함이다. 회사의 정식 직급은 무려 본부장이다.

“지구본이 워낙 일을 잘해요. 예전에도 저희 가게로 부르면 일을 도와주던 저 대신에 저희 부모님이나 직원들이 모두 지구본만 찾더라고요. 예의도 바르고 일 머리도 좋아서 다들 좋아하죠.”(제이원)

고등학교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절친 장재원 a.k.a. 래퍼 제이원의 말이다. 부동산업은 “단지 돈을 위해서 뛰어든 직종”이라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른 살의 이상하는 부동산업계에서 매달 4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6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본부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에 따르면 회사 대표가 사무실을 옮기면서 2층 전체를 모두 그에게 위임했다. 최근엔 돈을 모아 아버지 차도 산타페 신형으로 바꿔드렸다. 힙합신에 몸담고 있는 뮤지션답게 SNS엔 롤렉스(ROLEX)를 인증했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 자신의 차를 바꿀까 잠시 고민했지만, 아버지께 효도하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도 덕분에 제대하고나서 바로 같이 부동산업에 뛰어들게 됐어요. 부산에서도 음악 관련된 일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음반은 내야하잖아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서울에서 함께 일하면서 버텨보잔 생각이 들었습니다.”(제이원)

제이원은 친구따라 강남 왔다가 힘들어 죽겠다며 투덜대다가도 절친의 농담 한마디에 신이 난듯 방긋 웃어보였다. 10대에 음악을 시작해 서른이 된 두 청년에겐 무슨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

 

온앤온 제이원 [사진 = 프로비트컴퍼니 제공]

 

◆ 스쿨밴드 록 보컬 이상하와 힙합에 빠진 고등학생 장재원의 만남

“철없을 때 만났지만, 정말 우린 다르면서도 잘 통해요. 지구본은 이성적이고 저는 감성적이죠. 좌뇌와 우뇌를 맡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각자 따로 있으면 말을 잘 못하는데 함께 있으면 그야말로 힘이 나죠.”(제이원)

둘의 인연은 경기도 군포시 출신이었던 지구본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충주 대원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시작됐다. 중학교 때부터 스쿨밴드의 보컬이었던 소년 이상하가 힙합에 한창 취해 있었던 학교친구 장재원과 말을 섞으며 절친으로 거듭났다. 

“사실 저는 혼자서 힙합에만 심취해 있었어요. 예쁜 여자 연예인이 광고하던 ‘딕셔너리 플레이’란 전자사전에 MP3 파일을 담아 음악을 듣고 독학하기 시작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선 홍대에서 활동하고 싶었지만 나이도 어리고 겁도 났어요.”

지구본은 디자인학과에, 제이원은 영문과에 진학했다. 물론 음악은 계속했다. 두 사람이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을 당시 10살 정도 많은 30대 초반의 형님 A를 만났다. A는 홍대 앞으로 올라가서 음악을 하자고 부추겼다. 결국 지구본은 17만 원을, 제이원은 50만 원 정도를 들고 서울로 향했다.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거처는 고시원을 택했다.

“당시엔 제가 아르바이트를 뛰고 제이원이 방에서 작업을 했어요. 작사 작곡에 시퀀싱까지 저보단 훨씬 능력이 뛰어났거든요. 뭐라도 보탬이 되어야겠다 싶어서 제가 일을 하기 시작했죠. ”(지구본)

지구본은 당시 바이더웨이(BuyTheWay) 본사가 위치했던 건물 지하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꿈을 키웠다. 고시원에 남아있던 제이원은 음악 작업에 몰두했다. 서로 아껴가며 돈을 모으게 됐고, 고시원을 벗어나 신림동에 옥탑방을 하나 잡았다. 한 달 고정 수입은 60만 원. 지구본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게 전부였다. 버틸만하다고 생각했다. 부엌에는 컴퓨터 한 대가 떡하니 자리했다. 없는 돈에 음악을 위해 마련한 유일한 장비였다. 장소는 넓어졌지만 두 배로 불어났다. 둘을 부추겼던 형님 A에, 또 다른 친구 B까지 무려 넷이서 한 방에서 동고동락했다.

“넷이서 방을 하나 잡고 살기 시작했는데 진짜 돈이 많이 부족했어요. 쌀을 사서 밥은 해결했는데 당연히 반찬을 살 돈이 없었죠. 넷이서 ‘다시다’에 밥을 비벼 먹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이없게도 그 밥이 참 맛있더라고요.”(웃음)

10살 많은 A는 이들에게 홍대의 래퍼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공연을 마치면 홍대를 서둘러 빠져나왔다. 제이원은 집에서 음악 작업에 몰두하며 비트를 찍어댔다. 그렇게 데뷔곡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를 만들었다.

“노래는 만들었는데 데뷔 음원을 발매하는 법을 몰랐어요. A형은 저희를 데리고 매일 술을 마시러 다녔죠. 심지어 돈이 없어서 월세도 늦게 내기 일쑤였는데도요. 월셋날이 다가오면 주인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문을 두드리고 창문을 열어보셨어요. 저희는 숨죽이고 무조건 집에 없는 척을 했죠. 창문에 붙어서 숨을 참고 있으면 주인집 할머니가 창문을 쓱 열고 손을 휘휘 저었죠. 얼마나 떨리던지. 그 와중에도 저희를 ‘도령들’이라고 부르시는 게 웃겨서 참느라 혼났어요.”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데뷔에 대한 욕심이 커져갔다. A는 돈 300만 원이 있어야 음원을 발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제이원은 대출을 받아 300만 원을 건넸다. 돈을 갚으려면 또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 A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돈도 갚을 겸 해서 경주로 가자는 거에요. 경주에 나이트클럽에서 DJ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했거든요. 결국 빚을 갚기 위해 경주로 떠났죠.”(제이원)

 

 [힙합Da:Q]‘12년 지기’ 힙합듀오 온앤온 “진짜 우리 음악을 보여줄 차례”(下) 로 넘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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