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6:44 (수)
[인터뷰] 배우 겸 뮤지션 진구의 음악 외출 ‘쎄시봉’
상태바
[인터뷰] 배우 겸 뮤지션 진구의 음악 외출 ‘쎄시봉’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11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배우 진구(35)의 변화가 LTE급이다. 지난해 특별 출연한 추적 스릴러 ‘표적’에서 틱 장애를 지닌 백성훈 역으로 놀라움을 안겨줬던 그가 ‘쎄시봉’(2월5일 개봉)에선 작곡가 겸 가수 이장희로 변신했다. 인디밴드의 멤버로도 활약 중인 진구에게 있어 음악영화 출연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개봉 직후 서촌의 한 카페에서 눈빛 좋은 배우와 얼굴을 맞댔다.

◆ 영화에서, 촬영현장에서 ‘가교’ 역할 톡톡히 해내

1960~70년대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무대로 음악에 대한 청춘의 열정과 첫사랑을 그린 ‘쎄시봉’에서 이장희는 젊은 음악가들의 가교이자 해설자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20대의 이장희는 진구, 40대 이장희는 장현성이 맡았다.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었으나 이장희 선배님께서 저와 장현성 선배에게 ‘니들이 알아서 멋있게 해줘’라고 맡기셨다. 20대 이장희는 음악과 친구, 멋을 좋아하는 방황하는 청춘이었다. 내가 20대에 그런 상황에 직면했다면 비슷하게 살았을 거란 생각으로 틀에 갇히지 않은 채 연기에 임했다. 콧수염을 붙이고 분장을 한 뒤 보니 존재만으로도 방황하는 아이콘이구나 싶어 안심했다. 그 뒤부턴 편하고 즐거웠다.”

애초 젊은 날의 이장희는 신인 배우에게 돌아갈 몫이었다. 송창식(조복래), 윤형주(강하늘) 캐스팅이 돼있어서 이장희 역시 신인으로 가려는 분위기였다. 소속사 대표가 제작진에 먼저 부탁을 했고, 진구 역시 작품에 굶주려 있던 상태라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특히 정우, 한효주, 김윤석, 김희애가 출연을 확정지은 상태라 영화에 대한 신뢰가 솟구쳤다. 가장 늦게 캐스팅 대열에 합류했으나 누구보다 빨리 적응, 이장희처럼 배우들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장에서 정우와 내가 고참이었다. 정우는 상업영화 첫 주연인데다 연인 호흡 등으로 인해 부담이 커 보였다. 부담을 덜어주려고 내가 발벗고 나서서 형, 오빠 역할을 했다. 첫 날부터 술자리를 만들어 족보정리를 끝냈고 이후 거의 매일 술자리가 이어졌다.(웃음) 모두 착한 데다 비슷한 성격들이서 화합이 잘 됐다. 이병훈 음악감독이 참석해 음악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흥청망청 술자리가 아닌 예술가들의 술자리 같았다.”

 

처음 대본만 봤을 땐 건조했다. 캐릭터에 대한 세부 묘사가 없어서 이장희의 색깔이 잡히질 않았다. 더욱이 코믹한 요소도 없었다. 하지만 동갑내기 정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레 코믹함을 살려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평생의 친구를 얻게 된 셈이다.

원래 복고풍 팝 마니아다. ‘쎄시봉’ 시절의 가요들 역시 즐겨 들었다. 특히 ‘나는 가수다’에서 국카스텐이 이장희의 ‘한잔의 추억’을 기가 막히게 리메이크한 건 잔상이 강렬했다. 이렇듯 당시의 주옥과 같은 노래들이 포진한 음악영화, 70년대를 바라본 복고풍 영화, 청춘영화, 로맨스영화 등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쎄시봉’에 대해 진구는 “첫사랑에만 국한하는 게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영화”라고 힘주어 말한다.

◆ “독기는 오히려 독이 돼...천천히 걷는 게 더 효율적”

지난해 개봉작 ‘표적’ ‘명량’ ‘봄’에 얼굴을 내밀었으며 ‘쎄시봉’ ‘연평해전’ 촬영을 이어갔다. 만만치 않은 작품 수임에도 “작품에 목말랐다”는 토로가 이상하게 여겨졌다.

“내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라 참여했으나 특별출연, 카메오다보니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표적’ 때 틱 장치 덕분에 좋은 평을 받았는데 차라리 우정출연이란 수식어 없이 조연으로 포지셔닝됐다면 심리적으로 편했을 거다. 남의 현장에 간 느낌이라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쎄시봉’은 목마른 차에 다가온 선물 같았다.”

 

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한 이후 ‘태양을 삼켜라’ ‘광고천재 이태백’ ‘달콤한 인생’ ‘비열한 거리’ ‘기담’ ‘마더’ ‘식객: 김치전쟁’ ‘26년’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질주했다. 그런데 어찌 하다보니 1년 동안 ‘제대로’ 작품에 출연하질 못했다.

“운대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받는 입장인데 내가 이제 필요 없어진 건가 싶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소극적이 되더라. 어느 순간 작품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 ‘이번에 갈고 닦아서 본때를 보여주겠어’보다 우정 출연하면서 나를 트레이닝하고 싶단 마음? 데뷔 무렵엔 독기를 품고 일했는데 그야말로 독이 되더라. 릴렉스하니 좋은 작품이 들어오게 되더라. 천천히 걷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생각의 변화 끝에 만난 ‘쎄시봉’으로 인해 두 달에 걸쳐 기타연주 기초부터 연마하는 기회를 얻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접하는 기쁨을 누렸다.

◆ 2009년부터 원맨밴드 '드라마틱스' 객원보컬·작사가로 활동 중

‘쎄시봉’ OST에서 ‘그건 너’를 녹음한 진구는 2009년부터 원맨밴드 ‘드라마틱스’의 객원 보컬로도 활동 중이다. 1년에 한 곡씩 싱글을 발매하고, 2~3년에 한 차례씩 홍대 등지에서 공연을 개최한다. 이제까지 부른 곡만 7곡이다. 두 번째 싱글 ‘못잊어’에서부터 작사가로도 참여하고 있다. 주연작인 영화 ‘26년’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녹슨 못’이란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연기한 곽진배 캐릭터를 만화가 강풀이 그림으로 음반커버에 박아 넣어 눈길을 끌었다.

 

“원래 노래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엔 연기에 올인할 때라 미뤄뒀을 뿐 포기하진 않았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꿈을 이루려 했는데 이미 음악활동을 하고 있던 후배와 결합, 서로의 장점을 나누게 된 거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깊은 감명을 주면 나만의 OST를 만들기도 한다. 촬영을 마친 ‘연평해전’도 영감을 가다듬고 있다. ‘쎄시봉’의 경우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웨딩케이크’가 영화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으므로 내가 다시 개입하는 건 불필요하다.”

◆ ‘26년’ ‘연평해전’ 출연 우려 일축 “진영 가르는 거 우스워”

광주 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26년’, 2002년 연평해전을 다룬 ‘연평해전’ 등에 출연하는 그를 두고 ‘사회성’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긍정의 혹은 부정적 의미로.

“‘26년’은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알리고 싶은 책임감으로 참여했다. ‘연평해전’의 경우 연평해전이 일어나기 4일 전에 해군에서 제대했는데 한일 월드컵에 미쳐서 엄중함을 흘려버렸다. 현장에 있을 수 있었던 사람인데도. 이제야 그 사건을 바라보니 너무 죄송했다. 망각한 이들이 많을 테니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정치, 사회에 깊은 관심은 없으나 좋지 않은 것, 고쳐야 할 건 고쳐야 한다는 주의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해석될 수 있는 ‘26년’ 출연을 둘러싸고 주변의 우려가 있었으나 그의 대답은 단순명료하다. “돈 받고 연기하는 직업이 연기자다. 어떨 땐 좌파, 우파를 맡은 게 우리 직업이다. 진영을 가르는 게 우스운 얘기다”

 

[취재후기] 지난해 결혼한 진구는 올해 아이 아빠가 된다. 가장의 책임감이 어느 새 어깨에 사뿐히 얹어져 있었다. 배우로서 연기력이 풍성해지고 폭이 넓어질 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버지 역할도 하겠죠?”라고 반문하는 눈빛은 여전히 소년이다.

goolis@sp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