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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복고를 부르는 남자 '쎄시봉'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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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복고를 부르는 남자 '쎄시봉' 정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0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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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영화 ‘쎄시봉’(2월5일 개봉)은 1960년대 후반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무대로 전설적 포크듀오 트윈폴리오(윤형주·송창식)의 탄생 과정과 청춘의 첫사랑을 담았다.

배우 정우(34)가 트윈폴리오의 전신인 트리오 쎄시봉의 멤버 오근태 역을 연기했다. 기타 코드조차 잡지 못하는 통영 촌놈 근태는 쎄시봉의 뮤즈인 아름답고 세련된 여대생 민자영(한효주)에 대한 첫사랑을 소중하게 품어낸다. 실화와 허구를 직조한 순도 높은 첫사랑 영화이자 음악영화에서 정우는 숱한 음표를 그려낸다.

 

◆ ‘바람’ ‘응사’ ‘쎄시봉’ 연이은 복고풍 작품 출연

남자다운 박력을 씨줄로, 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심함을 날줄로 엮어낸 근태에게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개구진 순정남 쓰레기의 형상이 설핏설핏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영화 ‘바람’(2009)부터 시작해 90년대, 60~70년대의 복고 여행을 연이어 하고 있다.

“복고를 좋아하긴 하나 시대적 배경보다는 시나리오,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 선택하게 된다. 리얼리티가 배어 있고, 설득이 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번 영화 역시 이야기의 배경보다는 스토리에 설렜다. 플러스 알파로 음악이 있으니 친근감이 생기고 감정이 증폭됐다. 근태 캐릭터는 실존 인물이긴 하나 이야기가 허구였기에 연기하기에 부담이 가거나 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정우는 ‘쎄시봉’ 데뷔 직전 군 입대로 빠지게 된 이익균을 모티프 삼아 만들어진 오근태를 맡은 뒤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한 달 전 ‘쎄시봉’ 콘서트에서 그 때 그 시절의 가수들과 함께 라이브 공연을 하는 이익균을 보고 모두들 놀랐다.

“알고 보니 부산상고 선배였다. 동기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하셔서 한번 더 놀랐다. 내겐 ‘사투리를 잘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이익균 선생님은 자신이 투영된 오근태를 연기하는 내게 믿고 맡겨 주셨다. 촬영에 들어가선 ‘내가 만일 그였다면’이란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응사’ 이후 마음 다잡으려 노력...신중하게 선택한 첫 상업영화 주연작

‘쎄시봉’은 그에게 있어 ‘처음’의 의미를 여러 겹 장착한 작품이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자 ‘응사’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선택한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잘 됐으면 한다. ‘응사’ 이후 겁나는 게 있었다. 멋모를 땐 ‘100억, 200억 짜리 영화 다 할 수 있어’란 치기에 가득 찼으나 현실을 직시하니 ‘내가 감독이나 투자자라면’이란 생각이 딱 들더라. 책임감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구름 위에서 붕붕 떠다니지 않으려는 노력을 깨나 했다. ‘인기몰이 행보’ ‘원톱’과 같은 유혹을 모두 짓눌렀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이런 저런 작품에 출연하지 않은 채 신중하게 작품을 골랐던 것 같다.”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다보니 기타 연주와 노래는 ‘필수’였다. 3개월 동안 하루 3시간씩 맹연습을 거듭했다. 특히 노래와 함께해야 했기에 기타 트레이닝이 가장 힘들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영화 속 윤형주(강하늘), 송창식(조복래), 오근태 트리오가 들려주는 팝송 ‘When The Saints Go Marchin in’의 화음은 기대 이상이다. 정우는 이외 민자영을 향한 세레나데인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등을 묵직한 베이스 톤으로 열창, 수준급 가창력을 과시한다.

◆ LP 판매상 아버지로 인해 ‘그 시절 음악’ 친숙

“편한 느낌 때문에 원래 포크음악을 좋아했다. 아버님이 서점을 운영하시며 LP음반을 판매하셨다. 주로 팝송과 일본가요였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었겠다고? 1층에서 옥상으로 많이 들어서 날랐다. 하하.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60~70년대 음악에 친근감이 있었다.”

정우의 숨결이 입혀진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구멍 많은 모습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고, 바위 같은 단단한 얼굴에서 신뢰와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곤 한다.

 

“근태는 순박하고 어찌 보면 찌질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자들 가운데 찌질하지 않은 남자가 얼마나 있겠나. 하하. 그런 면에서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남성상을 대변하는 느낌이라 매력적이었다. 어떤 연기든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하는 게 있다. 물론 난 사랑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 근태와 같진 않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 악역에서 순정남까지, 액션 멜로 등 다양한 장르서 최적화된 연기

정우는 액션, 멜로와 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장르를 두루 섭렵했다. 단역과 조연시절 주로 소화해온 악역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은 이후 연거푸 순정남 캐릭터까지 스펙트럼의 진폭이 넓다. 특히 개구쟁이 표정은 그만의 전매특허다.

“가족들은 ‘(표정)관리 좀 하라’고 질타한다. 후후. 외적인 감정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표정이 나오더라.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아무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캐릭터로만 간다면 선택의 폭이 좁아 생명력이 짧아지거나 식상함을 줄 수 있는데. 작년과 재작년에 만난 ‘최고다 이순신’ ‘응사’가 그런 한계를 깨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현재 정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산악영화 ‘히말라야’에서 고 박무택 대원 역을 촬영하고 있다. 엄홍길 대장 역 황정민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노래·기타 트레이닝을 졸업하니 암벽등반 훈련이 떡하니 그를 맞았다.

“계속 공부하는 건 감사할 일이다. 배우로서 내실을 쌓고 싶다. 그러려면 좀 더 배워야 한다. 종종 내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보는데 좋은 작품이 많더라. 나아지고 있고. 그런 면에서 만족한다.”

 

◆ “나만의 감수성으로 ‘너는 내 운명’ 같은 멜로 찍고파”

스타덤에 오르기 전까지 겪었던 오랜 무명시절이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한 듯 보인다. 그 역시 고개를 주억거린다.

“‘지금보다 나아지겠지’란 다짐으로 버텨냈던 무명 배우 시절, 여러 역할을 경험했다. 건들거리거나 강한 연기를 줄곧 해왔기에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만약 어린 나이에 대중의 큰 관심을 얻어 스타가 됐다면 지금 근심에 허덕이고 있을 것 같다.”

[취재후기] 틈틈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감독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배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쓰는 수준”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요즘 로맨틱 코미디 장르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단다. 친한 이들에게 보여줬더니 “재밌다고 한다”며 깨알 자랑을 한다. 전체를 보게 되는 것과 아울러 감독의 입장을 이해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배우로서의 소망이 궁금해졌다.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너는 내 운명’과 같이 진한 멜로영화를 하고 싶다고 속삭였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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