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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의 추억, '강남 1970' vs '쎄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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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의 추억, '강남 1970' vs '쎄시봉'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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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이 무르익어 가고, 급속한 산업화로 치닫던 수출만이 살 길이라던 시대. 여배우 트로이카(문희-남정임-윤정희)와 가수 남진-나훈아 라이벌 경쟁이 은막과 브라운관을 잠식하던 1970년. 당시를 조망한 한국영화 2편이 연이어 극장가에 간판을 내건다.

‘강남 1970’과 ‘쎄시봉’은 그 시절을 살아간 20대 청춘의 초상을 그린다. 당시 트렌드의 메카인 강북의 무교동과 명동을 활보하던 청춘은 낭만에 취해 살아가는 반면 황무지나 다름없던 강남에 입성한 청춘은 생존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대조적 양상을 보여 흥미롭다. 이와 더불어 그 때를 재현한 풍성한 아이템이 낭만과 정서를 증폭한다.

◆ 강남 땅개발 시기, 두 남자의 욕망과 배신 '강남 1970'

지난 21일 개봉해 120만 관객을 모은 ‘강남 1970’은 1970년대 서울 영동(영등포 동쪽)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1970년대 초 강남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이다.

▲ '강남 1970'에서 강남 땅투기에 나선 종대(이민호)와 민마담(김지수) 일행

그저 잘 살고 싶었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의 땅 그리고 돈을 향한 욕망을 담아낸 작품이다. 고아 출신으로 넝마주이로 근근이 입에 풀칠하기 급급하던 이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선 건장한 몸과 단단한 주먹뿐이라 조폭 세계에 입문, 각기 다른 길을 걸어간다.

70년대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압구정동, 대치동, 청담동 등 강남땅을 둘러싼 정치인, 관료, 투기꾼들의 이권다툼 속에서 권력에 소비돼 가는 젊은 청춘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유하 감독은 “물신화, 양극화 현실에 대한 은유로 70년대를 다뤘다. 단순히 과거의 추억 찾기나 향수를 소비하는 작품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70년대 시대상을 빌어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하고자 했다는 의미다. 부가 지상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지금의 한국 사회가 어떻게 태동됐는지를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는 의미다.

◆ 포크음악의 낭만과 첫사랑의 감성 하모니 '쎄시봉'

한 시대를 풍미한 포크음악과 한 남자의 절절한 첫사랑을 담은 ‘쎄시봉’(2월5일 개봉)은 당시 유행을 주도하던 서울의 무교동과 명동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1963년 오픈한 이후 통기타 음악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이 배출한 윤형주, 송창식의 트윈폴리오가 원래는 트리오였다는 설정으로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에 포커스를 맞춘다.

▲ 트리오 쎄시봉 멤버들이 통기타 반주에 맞춰 'When the saints is marching in'을 부르는 모습

영화에는 쎄시봉에서 주최하던 ‘대학생의 밤’에 출연해 인기몰이를 하는 윤형주(강하늘), 이장희(진구), 송창식(조복래), 김세환 등 실존 인물이 속속 등장한다. 여기에 트리오 쎄시봉의 원년 멤버였던 이익균을 모티프 삼은 오근태(정우)와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의 가슴 설레는 사랑 이야기가 녹아든다.

'쎄시봉'은 포크음악의 낭만과 첫사랑의 감성이 하모니를 이룬다. 이병훈 음악감독은 “‘쎄시봉’에 사용된 음악에는 이야기가 있다. 모든 노래는 캐릭터를 설명해주거나 극의 진행을 위해 맡은 역할이 분명하다. 애틋한 러브스토리에 절묘하게 녹아 들어있는 풍성한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 70년대 부동산·건달 용어, '제3한강교' '아낙' OST 리얼리티 배가

그 시절을 다룬 만큼 영화에는 70년을 재현한 볼거리, 들을 거리로 중년 관객의 공감과 향수를 자극한다. 젊은 관객에겐 낭만의 뉘앙스를 살리는 장치로 신선함을 선사한다.

▲ '강남 1970' 속 성인들의 무도회장인 캬바레 장면

‘강남 1970’에는 철거민과 넝마주이,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국책 표어, 보잉 선글라스와 와이드 칼라 셔츠, 캬바레와 제비족, 조폭들의 전당대회 난입사건 뿐만 아니라 다양한 70년대 용어들이 등장한다.

‘복부인(부동산 투기를 하는 가정주부)’ ‘반지를 돌리다(사기치다)’ ‘데두리 친다(매물가 올려 부르기)’ 등 부동산 은어부터 ‘족쟁이(제비족)’ ‘대끼리(최고)’ ‘생활을 하다(조직구성원으로 활동)’ ‘단통 승부(올인)’ 등 70년대 일상과 건달 세계를 아우르는 용어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보는 재미와 디테일을 더한다. 각본을 맡은 시인 출신 유하 감독의 꼼꼼한 취재에 근거했다.

70년대 OST도 시선을 모은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와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제3한강교(한남대교)가 건설된 직후의 장면과 춤바람 난 사모님들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는 등 절묘한 타이밍에 흐른다. 특히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의 ‘아낙(Anak)’은 아시아권 노래 최초로 빌보드 차트 5위에 오른 곡으로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엇나가는 아들에 대한 걱정을 담은 노랫말로 인해 극중 종대의 양아버지 강길수(정진영)의 테마곡으로 사용됐다.

◆ '웨딩케이크' '나 그대에게' 포크가요 향연,,,패션, 대마초파동 등 시선장악

‘쎄시봉’은 배경과 인물에 걸맞게 주옥같은 팝송과 번안가요, 포크송이 넘실댄다. 팝송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딜라일라' ‘웨딩케이크’를 비롯해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의 히트곡인 ‘조개껍질 묶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왜 불러’ ‘담배가게 아가씨’ ‘그건 너’ 등을 출연 배우들의 기타 연주와 노래로 감상할 수 있다.

▲ '쎄시봉' 중 광화문 네거리를 걷는 네 청춘

또한 미니스커트, 원피스, 쇼트 팬츠, 청바지, 9대1 가르마 헤어스타일 등 1960~70년대 무교동·명동을 무대로 젊음을 불살랐던 젊은이들의 패션 스타일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구제 샘플과 해외에서 공수해온 패션 서적 등을 참고해 의상을 제작했다.

명동 입구에 위풍당당한 자태를 드러낸 미도파 백화점과 쎄시봉의 내부 풍경, 달걀 노른자위를 동동 띄운 커피, 지글지글거리는 사운드의 LP판과 뭉툭한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 70년대 가요계를 강타한 대마초 파동, 길거리의 미니스커트와 장발단속, 비틀스의 애비로드 컷을 패러디한 네 남자의 광화문 네거리 일렬 행진 장면 등도 깨알재미를 준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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