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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쎄시봉' 조복래, 충무로 대어급 신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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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쎄시봉' 조복래, 충무로 대어급 신인 탄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1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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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충무로에 걸출한 신인이 탄생했다. 지난 5일 개봉해 112만5000명의 관객을 모으며 따뜻한 복고 바람을 일으키는 영화 ‘쎄시봉’에서 트윈폴리오의 주역 송창식 역을 맡은 조복래(30)는 지난해 상반기 혜성처럼 등장한 ‘한공주’의 천우희를 연상케 한다.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남 몰래 흘리는 눈물’까지 소화하는 짱짱한 가창력부터 젊은 날의 송창식을 ‘재현’한 외모, 능청스러우리만치 자연스러운 연기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신인인 듯 신인 아닌 그와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인터뷰에 돌입했다.

 

◆ 연마해온 기타연주, 오페라 아리아, 7080가요지식 송창식 역 맡아 분출

명문 서울예고를 수석 졸업한 천재 송창식은 1960년대 말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주최하던 ‘대학생의 밤’에 혜성처럼 등장한다. 연세대 의대생인 윤형주(강하늘), 통영에서 올라온 베이스 오근태(정우)와 남성 트리오 쎄시봉을 결성하게 된다. 더벅머리 20대 창식은 훗날 불멸의 히트곡이 되는 ‘웨딩케이크’ ‘한번쯤’ ‘가나다라마바사’를 불러 제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전 ‘토토즐’ 세대인데 노고지리의 ‘찻잔’, 산울림의 ‘꼬마야’나 샌드페블즈, 높은음자리를 더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끌려서 형이 ‘구세대’라고 놀리곤 했죠. 그래서 내 정서와 맞닿아 있던 ‘쎄시봉’ 오디션을 남들과 다르게 임했어요. 한편으론 슬퍼요.(우슴) 항상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지난 건 비울 줄 알아야 하는데 고리타분한 아저씨가 돼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고교시절 밴드부 활동을 하느라 취미로 기타를 치곤했고 대학시절(서울예대 연극과)엔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넘버를 조금씩 배웠다. ‘쎄시봉’ 오디션에 기타연주, 오페라 아리아가 포함돼 있어서 “이러기 위해 배웠나보다” 싶어 자신감을 가졌다.

특히 송창식은 순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좋아하던 가수였다. 음유시인 같은 자유분방함, 낙천과 낭만, 방랑자 면모를 동경했다. 노랫말과 노래 부를 때 얼굴 표정의 에너지가 대단했다. 그의 깊은 연륜과 내공을 표현하긴 힘들지만 20대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 기타을 치며 노래 연습 중인 '쎄시봉'의 송창식(조복래), 윤형주(강하늘), 오근태(정우)

“실존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가창과 표현이 최대 고민이었어요. 어느 날 송창식 선생님이 ‘노래로 넌 날 따라올 수 없으니 그 부분은 과감히 포기해라’라며 조언해 주셨어요. 그러면서부터 모방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어요. 추억, 첫사랑, 청춘의 꿈, 순수했던 시절이 영화의 주제니까 표현에 중점을 뒀죠. ‘피리 부는 사나이’ ‘토함산’ ‘나의 기타 이야기’ 등을 들으며 선생님의 인생관, 사랑의 마음에 조금씩 접근해 갔어요. 옛날 영상을 통해 향기를 맡으며, 느끼기만 하면 됐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그의 마음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극중 트윈폴리오의 히트곡을 통기타 반주로 노래하는 장면에서 윤형주와 앙상블은 꽤 순도가 높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가며, 연주하고 불러가며 연기하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화음을 맞출 때도 (강)하늘이가 잘해서 별반 어려움은 없었고요. 그와 전 보이스가 워낙 달라요. 청량감 있는 달콤한 목소리가 제 목소리와 어우러져 화음을 구축해 갈 때 무척 기분이 좋았죠.”

그가 바라보는 ‘쎄시봉’은 그 시절 음악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시적인 노랫말과 아날로그 감성을 배경으로 차별화된 사랑의 향을 흩뿌리는 멜로영화다.

 

◆ 성우 지망 소년 연극배우로...극단 목화 거쳐 ‘장진 사단’ 합류

부산이 고향인 조복래는 유년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빠져 살았다. 목소리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국어시간에 낭독할 땐 서울말로 해 친구들을 깔깔댔고, 앞에 나서서 사회를 즐겨 봤다. 고2 무렵엔 성우지망생 카페에 가입, 스터디를 했다. 하지만 대학을 결정할 때 성우과가 없어서 연극영화과를 지원하게 됐다. 입시를 위해 연기학원을 다니던 당시 강사들이 연극배우라 공연을 보며 무대 위 에너지에 매료돼 배우로 터닝했다.

서울예대 졸업 후 송혜숙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연출가 오태석을 소개받아 극단 목화에 입단했다. 위대한 연출가가 있는 전설적인 극단에 들어가는 행운을 거머쥔 셈이다. 고시원에 기거하며 자부심 가득 찬 극단생활을 시작했다. 연극 ‘내 사랑 DMZ’의 사마귀 역을 시작으로 연극에 빠져 살았다.

“세트를 만드느라 망치질을 하고, 소품을 만들고, 바닥 청소를 하면서 연극정신인 모두가 하나 되는 공동체적 삶을 배웠어요. 무대 위에서 상대와의 호흡, 시너지 효과, 사람 대하는 법 등 배우의 자세를 모두 배운 시기였죠.”

그러던 중 대학 동아리 선배이기도 한 장진 감독이 연극열전 작품인 ‘리턴 투 햄릿’을 연출한다는 얘기를 접했다. 천재인 그가 어떻게 연출을 하는지 궁금해 찾아가 “하고 싶다”고 말해 리딩 기회를 얻어냈다. 운이 좋게 도식 역에 더블 캐스팅돼 ‘장진 사단’에 합류했다. 장진 감독의 제안으로 이후 코믹소란극 ‘서툰 사람들’ 등 내리 6편을 했다.

 

차츰 영역을 넓혀 영화 ‘소원’ ‘몬스터’ ‘하이힐’ ‘명량’ ‘우리는 형제입니다’와 창작뮤지컬 ‘디셈버’의 앙상블로도 출연했다. 특히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영화 ‘하룻밤’(2014)에서 스무살의 재수생 게이 용우 역을 맡아 베드신까지 소화하며 열연해 관객의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 맸다.

“작품을 하게 되면 텍스트를 보면서 상상에 빠져들어요. 연기란 게 상상을 구현하는 작업이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재밌을까 생각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죠. 작품 선택할 땐 과감한데 나중에 보면 ‘어떻게 저걸 했지?’ 싶을 때도 있죠. ‘하룻밤’ 때도 용우의 순수한 아우라와 놀았는데 나중에 보고나니 혼비백산했죠. 지금도 사촌들이 ‘복래야! 이해해, 괜찮아”라고 놀려요. 하하.”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오달수, 이성민, 박해일 등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학로 무대에서 담금질을 한 뒤 스크린 스타로 우뚝 섰다. 될성부른 떡잎 조복래 역시 선배들의 뒤를 이어 핀 조명이 떨어지는 자리를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르게 기회가 온 것 같아서 불안해요. 빨리 조명을 받게 돼서 당황스럽고요.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조명이 꺼질 날도 올 테니 늘 해왔던 대로 차분하게 해나가고 싶어요.”

 

[취재후기] 특출나게 잘 생긴 얼굴을 아니나 어떤 역이든 자유자재의 변신이 가능한 배우의 얼굴이다. 조복래 역시 특별히 하고 싶은 캐릭터가 없단다. 주어진 캐릭터에서 영감을 얻으며 열정이 솟구침을 확인하는 스타일이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9)에서 당대 청춘스타 정우성과 이정재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신인 이범수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났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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