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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흑백 남녀의 희망찾기 '웰컴,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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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흑백 남녀의 희망찾기 '웰컴, 삼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13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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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삼바.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으로 파리의 불법체류자 생활 10년째다. 삼촌의 집에 얹혀살며 레스토랑 접시닦이, 야간경비, 건물 외벽청소 등 일용직을 전전한다. 셰프를 꿈꾸며 틈틈이 요리공부를 하는 그는 호숫가 근처에 근사한 집을 짓는 게 꿈이다. 하지만 당장은 본국으로 추방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10년 거주권 획득이 목표다.

앨리스. 대형 헤드헌팅사 임원이었으나 번아웃 증후군으로 대형 사고를 친 뒤 휴직했다. 정신과 치료 후 심신을 달래며 지내오다가 이민자센터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지난 15년 동안 성공과 경쟁만을 위해 하루 12시간씩 일에 매진하며 살아오다가 ‘방전’됐다. 어느 날 이민국에 체포된 삼바를 도우면서부터 그녀의 삶이 흔들린다.

▲ '웰컴, 삼바'의 오마 사이(사진 위)와 샤를로트 갱스부르

‘언터처블: 1%의 우정’(2012)에서 전신불구의 백인 백만장자와 자유분방한 무일푼 흑인 백수,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의 관계를 휴머니즘 시선으로 바라봤던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감독은 이번엔 로맨틱한 눈길로 이질적인 남녀의 관계를 건져올린다.

영화사 고몽의 신작 ‘웰컴, 삼바’는 이렇듯 두 남녀의 특별한 우정 이야기에 현대인의 꿈과 희망찾기, 프랑스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투영함으로써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으로 정체성을 포지셔닝한다.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하는 불법 이주노동자와 파리 목숨 신세인 비정규직 종사자, 경쟁과 성과주의에 매몰돼 자아를 상실한 화이트칼라, 강박과 불면 등 정신병리 현상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민낯이 파리의 건조한 낯과 스산한 밤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럼에도 영화는 온기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버거운 현실에서도 낙천성을 유지하는 삼바처럼. 그런 삼바로 인해 어느 순간 꿈을 상실한 채 살아가던 앨리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게 된다.

영화에 풍미를 더하는 요인은 배우들이다. 삼바 역 오마 사이는 ‘언터처블: 1%의 우정’에 이어 건장한 남성성을 충실하게 소화한다. 본능과 이성, 가벼움과 무거움, 아이의 순진함과 어른의 성숙함의 경계를 매끄럽게 넘나든다.

▲ 오마 사이의 친구로 등장하는 타하르 라힘(왼쪽)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불리는 여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무표정하고 수척한 얼굴로 무한 걱정, 의욕 제로의 번아웃 후유증에 시달리는 앨리스를 적역으로 연기해낸다. 부서질 듯 약한 면모를 보이다 분노조절 장애로 인해 우악스레 고함을 질러대는 반전에선 웃음을 유발한다. 최근 대세 배우로 부상한 젊은 연기파 타하르 라힘은 삼바의 바람둥이 브라질 친구로 등장하는데 앙상블이 꽤 좋다.

'웰컴, 삼바'는 톨레랑스(관용과 통합)의 나라, 프랑스의 정신을 세련된 감각으로 채운 웰메이드 감성 무비다. 노동의 현장인 고층건물 외벽과 지붕, 오물투성이 수로 등에서 보이는 에펠탑, 센강의 풍광이나 장면과 어우러져 흐르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September’ ‘Boogie Wonderland’,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등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월18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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