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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명가를 찾아서] (5) 키 작으면 어때? 다윗의 힘을 믿는 홍익대 '토털배구'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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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명가를 찾아서] (5) 키 작으면 어때? 다윗의 힘을 믿는 홍익대 '토털배구' (上)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26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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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포는 없지만 한 발 더 뛰는 배구로 두번째 우승 정조준…선배·학교 지원으로 창단 20년만에 '원팀' 대도약

[300자 Tip!] 화려하진 않지만 조직력으로 똘똘 뭉쳐 또 한 번 일을 내보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창단 20년 만에 대학배구 패권을 거머쥔 홍익대가 평균 신장이 작은 약점을 안고 새 시즌을 맞았다. 주전 센터 두 명이 빠져 높이가 더욱 낮아졌지만 홍익대는 그것을 상쇄하는 스피드를 갖추기 위해 겨우내 많은 땀을 흘렸다. 시즌 출발도 좋다. 사령탑 2년차를 맞이한 박종찬(45) 감독의 조용한 카리스마와 선수들의 조직력이 어우러져 전국대학배구리그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우승을 맛본 뒤 더 빠르고 짜임새가 좋아진 홍익대의 2015년은 어떻게 펼쳐질까.

[화성=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저마다 코트에 몸을 내던진다. 토스 범실을 하거나 2단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감독과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경기도 화성 홍익디자인고체육관에서 홍익대 배구부 선수들은 훈련을 실전처럼 소화하고 있었다. 꽃샘추위가 마지막 안간힘을 토해내던 날씨였지만 코트는 뜨거웠고 선수들의 유니폼은 금세 땀으로 흥건해졌다.

지난해 9월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 추계대회에서 강호 인하대를 꺾고 창단 20년 만에 첫 우승을 맛본 홍익대는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다.

▲ 홍익대 선수들이 훈련장인 홍익디자인고 체육관에서 네트를 두른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3년 신휘수, 1년 방상윤, 4년 김재권, 2년 채영근, 4년 이시몬, 2년 박현우, 1년 한성정, 4년 김준영, 4년 백광현, 1년 이상렬, 1년 황태호, 1년 이대성, 3년 박철형, 2년 김형진, 2년 양승호.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주전을 맡은 센터 김민규와 백준선을 떠나보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레프트였던 이시몬을 센터로 옮겼고 신입생 한상정을 주전 레프트로 돌렸다. 그나마 한상정은 다리에 피로골절이 와 당분간 경기에 나갈 수 없다.

높이가 낮아진 홍익대는 다른 방법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했다. 속공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좌우 날개 공격수의 기량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토스의 질을 더욱 높였다.

13년간 성균관대를 이끌다 지난해부터 홍익대를 맡은 박종찬 감독은 “거포가 없으니 코트에 있는 여섯 명의 선수가 골고루 잘해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기본기를 잘 갖출 것을 주문한다. 단신이 장신을 이기기 위해서는 서브리시브, 어택커버 등 수비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키가 작으면 체력으로, 홍익대 팀컬러는 '토털배구'

사실 홍익대는 1994년 창단 때부터 특급 선수 한두 명이 이끄는 팀은 아니었다. 다른 팀과는 달리 거포가 없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분업화된 배구로 맞섰다. 한양대, 성균관대, 경기대, 인하대 등 ‘빅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여오현(현대캐피탈), 방신봉(수원 한국전력)을 위시해 손재홍(화성 IBK기업은행 코치), 기용일, 홍석민(이상 은퇴) 등 구성원은 알찼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이후에도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 이름을 올린 적이 별로 없다. 최근 다섯 시즌만 놓고 봤을 때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는 2011~2012시즌 최민호(4순위), 2012~2013시즌 송준호(이상 현대캐피탈·4순위), 2013~2014시즌 정성현(안산 OK저축은행·6순위)이 전부다.

거포가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종찬 감독이 꺼낸 회심의 카드는 바로 토털배구.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는 배구를 앞세워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홍익대는 지난 겨울 전지훈련지인 경남 하동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 의신마을에 10㎞를 뛰는 코스가 있었는데, 매일 이 길을 뛰며 지구력을 높였다.

박종찬 감독은 “아마 우리가 대학팀 중에 평균 신장이 가장 작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빠른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이 갖춰져야 한다. 전체 훈련의 70~80% 비중을 체력 향상에 두고 담금질을 했다. 아마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컨디션이 올라올 것이다. 경기할 때 체력훈련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 2년차 세터 김형진(가운데)은 올시즌 팀의 명운을 쥔 키플레이어다. 좌우 쌍포인 김준영(왼쪽), 김재권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 2년차 세터 김형진, 올시즌 명운 짊어진 키플레이어

박 감독은 토털배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세터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봤다. 상대의 허점을 노려 자신 있게 공을 배분해야 공격수도 살고 팀 전체가 살기 때문이다. 그가 뽑은 올 시즌 키플레이어는 김형진(2년)이었다.

신입생이었던 지난해 과감한 토스워크로 주목을 받았던 김형진은 팀 내 주전 세터. 올해도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게 된다.

김형진은 “내 장점은 코트에서 파이팅이 좋은 것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졸업반인 주전 공격수 김재권(레프트)과 김준형(라이트)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재권이형은 이동 공격과 스피드가 빨라 낮고 빠른 토스워크를 하는 편이고 준형이형은 잘 때릴 수 있게 끝을 살려서 올려주면 알아서 잘 처리한다”고 말했다. 2년째 동고동락하고 있기 때문에 호흡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종찬 감독은 “작년에 패기를 앞세우는 플레이를 했다면 올해에는 노련한 볼 배분이 필요하다”며 “공격수들의 키가 작기 때문에 뻔히 보이는 토스를 해서는 안 된다. 볼 배분에 있어 두뇌회전이 빨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 선후배의 끈끈한 사랑과 학교측 지원, '원팀' 만든 원동력

끈끈한 선후배 관계와 학교 측의 아낌없는 지원도 토털배구를 이끄는 힘이다.

예전에는 운동부의 위계질서가 엄격해 선후배 관계가 딱딱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저학년 선수들도 편한 마음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김형진은 “다른 팀보다는 선후배 관계가 편한 것 같다”며 “팀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선배들이 형처럼 잘해준다. 이것이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 2년째 홍익대를 이끌고 있는 박종찬 감독은 "선배들이 교내 행사가 있을 때는 발 벗고 참여하며 내리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며 남다른 선후배 관계를 소개했다.

졸업한 선수들의 후배사랑도 남달랐다. 정성현과 김민우, 조재영(상무) 등은 모교에 자주 들러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는 등 든든하게 챙겨주고 있다.

박종찬 감독은 “여오현 등 대선배들도 학교를 찾는다”며 “특히 교내 행사가 있을 때는 발 벗고 참여하며 내리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학교 측도 꾸준히 지원을 해주며 팀이 발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창단 20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그동안 성적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뒤에서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묵묵히 지원해줬다.

“홍익대가 전통적으로 배구에 애정이 있다”며 말문을 연 박종찬 감독은 “요즘은 성적이 안 나면 예산을 깎거나 해체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홍익대는 성적에 관계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학교의 지원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인하대와 성균관대가 올해도 전력이 좋다. 그래도 지난해에 우승을 해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클 것이라 생각된다. 기본을 충실히 하는 배구로 잘 버텨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보겠다”고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취재후기] 서동철 KB스타즈 감독은 “스타는 없지만 스타즈는 있다”는 말로 조직력을 극대화한 농구를 추구, 올시즌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었다. 홍익대 역시 마찬가지다. 특급 선수는 없지만 ‘원팀’으로 뭉쳐 또 한 번의 역전 드라마를 쓸 준비를 마쳤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홍익대는 모두가 주인공이 돼 코트를 누비는 배구, 공 하나에 목숨을 거는 끈끈한 배구로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 한두 명이 주연이 아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토털배구. 특출난 선수는 없지만 조직력으로 '원팀'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는 홍익대는 올 시즌 사상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아마추어 명가를 찾아서] (5) 꽃샘잎샘도 쫓아낸 뜨거운 '원팀' 담금질 (下) 로 이어가려면.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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