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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아의 눈] '홀로서기' 박소연·김해진 첫 걸음, 평창의 희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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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아의 눈] '홀로서기' 박소연·김해진 첫 걸음, 평창의 희망을 보다
  • 방상아
  • 승인 2015.03.3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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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막내린 상하이 세계선수권 & 2014-2015시즌 피겨스케이팅 분석

[편집자주] 지난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을 마지막으로 2014-2015시즌 피겨스케이팅도 막을 내렸다. 여자 싱글에서는 여전히 박소연(18·신목고)과 김해진(18·과천고)이 한국 피겨를 이끌어나갈 에이스라는 것을 보여줬고 이준형(19·수리고)과 김진서(19·갑천고) 역시 한국의 남자 싱글을 이끌 재목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 종목 출전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레베카 김(17)-키릴 미노프(22)의 아이스댄스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팬들에게 재미있고 알기 쉽게 피겨스케이팅을 해설하고 있는 방상아 위원이 여자 싱글을 중심으로 세계선수권과 올시즌을 분석했다.

▲ 박소연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ISU 세계피겨선수권에서 자신의 연기를 펼치며 러시아의 초강세 속에서도 선전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실수가 나오긴 했지만 트리플 연속점프에 비중을 두는 등 강력한 점프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사진=스포츠Q DB]

[방상아 SBS 피겨 해설위원] 이번 시즌은 김연아(25) 없이 치러진 첫 시즌이었다. 언제나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메달리스트의 은퇴와 불참으로 세계 피겨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예들이 등장하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많은 나라에서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거머쥐는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세계 피겨계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러시아의 압도적인 강세가 계속 이어졌다. 러시아의 득세와 대조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견제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미국 선수 가운데 그레이시 골드는 부상 때문에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웠고 애슐리 와그너는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점프 기술력이 부족했다. 서울에서 열렸던 4대륙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폴리나 에드먼드는 미국 선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

일본도 신예들이 데뷔시즌을 치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러시아를 견제할만큼은 아니었다.

◆ 러시아 틈바구니 속 박소연·김해진의 선전 눈에 띄어

현재 러시아의 여자 싱글은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9), 엘레나 라디오노바(16)가 자국 또는 세계 무대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면서 이끌어가고 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항상 기본점수가 열세였던 툭타미셰바는 세계선수권에서 트리플 악셀이라는 히든카드를 사용하면서 확실히 쐐기를 박았다. 툭타미셰바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을 첫 점프연기로 성공시키며 다른 경쟁자를 앞서갔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2위와 점수차를 8점 이상 벌린 툭타비셰바의 독주 속에 세계선수권은 우승 경쟁이 아닌 2, 3위 싸움으로 변했다.

물론 세계선수권에서 미국 선수들의 약진이 있긴 했지만 미미했다. 그 누구도 툭타미셰바의 절대 강세를 막기엔 무리였다.

이런 가운데 박소연과 김해진은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면서 선전했다. 무엇보다도 김해진이 오랜 부진과 부상에서 벗어나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렀다는 점이 반갑다.

김해진의 첫날 쇼트 프로그램 연기는 분명 그랑프리 대회 때보다 한층 발전했다. 움직임은 더욱 노련해졌고 연기력도 더욱 화려해지고 향상됐다. 점프 역시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박소연은 트리플 연속점프에 비중을 두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점프 연기를 펼쳐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바로 치명적인 실수가 이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그 결과 쇼트 프로그램에서 15위로 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소연과 김해진은 프리 스케이팅에서 선전했지만 여러 차례 실수로 12위와 19위에 그쳤다. 하지만 박소연의 프리 스케이팅 순위는 9위였기 때문에 '톱 10' 진입 목표는 이뤘다고 볼 수 있다.

◆ 중상위권은 난형난제, 다음 시즌 확실한 목표 잡아야 평창이 보인다

이번 시즌을 보면 박소연, 김해진보다 기술에서 떨어지는 선수도 메달권 진입에 성공했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어보이는 선수도 박소연, 김해진을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바꿔서 생각하면 박소연, 김해진도 크게 뒤지지 않는만큼 다음 시즌 확실한 목표를 잡고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컨디션과 기량 회복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김해진은 몸을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후 트리플 연속점프를 구성해야만 톱 10 진입을 바라볼 수 있다. 박소연은 이미 톱 10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제는 톱 6의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전략구성이 필요하다.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3년도 남지 않았다. 2015~2016, 2016~2017 시즌을 치르고 2017~2018 시즌의 중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다. 준비할 시간이 짧긴 하다. 그래도 여유있게 기다리고 격려해줘야만 한다.

툭타미셰바는 2000년에 피겨에 입문했고 라디오노바와 안나 포고릴라야(17),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7) 같은 선수들은 툭타미셰바가 입문한 2년 후인 2002년에 피겨를 시작했다.

일찌감치 피겨를 시작함과 동시에 러시아의 집중적인 육성정책을 통해 이들이 세계에서 기량을 마음껏 떨치고 정상권에 오를 수 있었다. 툭타미셰바와 라디오노바, 포고릴라야는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했고 리프니츠카야는 우수한 실력에도 러시아 대표에 뽑히지 못했다. 그만큼 러시아의 선수층은 두껍다.

반면 우리의 피겨 여건은 그대로다. 김연아가 힘들게 훈련을 하면서 세계 정상까지 오르긴 했지만 지금은 김연아가 훈련했을 때보다 특별하게 나아진 것이 없다. 어쩌면 김연아 같은 선수를 또 기다리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박소연과 김해진이 이만큼 해주는 것도 대견하게 느껴진다.

◆ 남자싱글 이준형·김진서, 4회전 점프는 선택이 아닌 필수

남자 싱글은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시즌이었다. 올시즌 그랑프리에서는 일본과 러시아, 스페인이 3파전 양상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하뉴 유즈루(21)와 뮤라 다카히토, 마치다 다츠키에 무라카이 다이스케의 활약으로 남자 싱글 강국의 건재함을 알렸다. 지난 시즌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던 하뉴는 차이나컵에서 한 선수와 충돌사고를 당해 기량 발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까스로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했다.

이런 와중에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4·스페인)과 데니스 텐(22·카자흐스탄)의 역습이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이미 2012-2013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유럽피겨선수권을 제패한 강자이고 '의병장의 후손'으로 잘 알려진 데니스 텐은 4대륙 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갖고 세계선수권에 임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선두로 나섰던 하뉴는 세계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에서 4회전 점프를 비롯해 최고 난이도인 트리플러츠와 트리플 토룹의 3회전 연속 점프, 트리플 악셀을 보여줬다. 기본 구성은 경쟁자인 데니스 텐과 같았지만 1분 25초 뒤에 수행하는 점프에 주는 특별 가산점을 이용해 기본점수를 끌어올렸다.

한동안 부상 후유증에 시달렸던 데니스 텐은 기사회생했다. 현란한 스텝과 안무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프리 스케이팅에서 1위에 올랐다. 쇼트 프로그램 부진으로 아쉽게 3위에 머물렀지만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또 페르난데스는 남자 싱글 최종 승자가 되며 스페인에게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페르난데스는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연속 동메달에 그쳤던 한을 풀며 새로운 남자 싱글 강자로 떠올랐다.

이준형과 김진서도 올 시즌 선전했다. 김진서는 그랑프리 두 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9위에 오르며 다음 시즌 출전티켓 2장을 확보했다. 이준형은 한국 남자 싱글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는 기록을 낳았다. 또 세계선수권에서 프리 스케이팅에 진출하는 목표를 이뤄내며 19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의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4회전 점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세계선수권 프리 스케이팅 진출자 24명 가운데 18명이 4회전 점프를 프로그램에 넣었기 때문이다. 또 이준형과 김진서 모두 감점을 줄일 수 있는 정확한 기술이 필요하다. 정확하면서도 기본점수가 높은 고난이도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절실하다.

아이스댄스는 13년만에 구성돼 세계선수권에 나간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한국에 남자 선수가 적어 페어나 아이스댄스 조를 구성하지 못해 외국에서 남자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 조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면서 나름 선전했다.

비록 쇼트 댄스에서 실수가 있어 프리 댄스에 나가지 못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한국 아이스댄스를 이끌어나갈 재목이라고 생각한다.

 sangahb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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