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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개콘 '민상토론', 풍자 코미디의 진화 '연성과 경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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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개콘 '민상토론', 풍자 코미디의 진화 '연성과 경성 사이'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4.2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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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왜 그렇게 손을 떠십니까?"
"담배를 끊어가지고…."
"아. 담뱃값 인상 정책에 대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그냥 금단 증세…."
"증세. 세금을 내라는 정책이다?"
"아니요, 아니요…."

개그를 하기 위해 '바보' 분장을 하고 자리한 개그맨 유민상과 김대성을 둘러싸고 토론 스튜디오가 펼쳐진다. 느닷없이 "박근혜 정부를 중간평가해 보도록 하겠다"는 박영진의 말에 두 사람은 얼어붙는다. "(바보 분장한) 이 꼴로 무슨 말을 하냐"며 멋쩍게 웃자 말꼬리를 잡힌다.

"아.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 '개그콘서트-민상토론'은 여러 사안에 대한 찬성, 반대 의견표명 없이도 웃음을 이끌어낸다. [사진=방송 캡처]

지난 5일 첫선을 보인 KBS 2TV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민상토론'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박대박', '두분토론' 등 토론형 개그 코너에서 강점을 보인 박영진과, 난감한 상황에 몰리며 웃음을 주는 유민상, 김대성이 만났다. 8분 가량의 길지 않은 코너에는 '풍자'가 가득하다.

◆ 찬반 언급 없이도 가능한 풍자 코미디, 중요 뉴스 언급하는 '큐레이션' 역할

코미디와 풍자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앞서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은 각종 코너에서 현재 이슈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며 그를 비판하는 모습으로 공감과 재미를 줬다.

그런데 '민상토론'은 앞서 등장했던 풍자 코미디와는 또 다르다. 사안을 직접 언급하고, 그에 대한 견해를 말하지 않는다. 이 코너의 재미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난감해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나온다.

토론 진행자인 박영진은 두 개그맨을 궁지에 몰아 그들로부터 답변을 얻어낸 후엔 꼭 덧붙인다. "이 의견은 '개그콘서트' 조준희 PD의 의견과는 무관한 유민상 씨 개인의 의견임을 말씀드립니다."

찬성, 반대를 표하지 않으나 사안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다. 19일 방송에서 박영진은 동료 개그맨 (허)경환의 이름이 언급되자 "최경환 부총리를 말하는 거냐"며 경제정책 '초이노믹스'를 말했다.

유민상이 방청객으로 자리한 개그맨들을 보며 "왜 여기 와 있어. 일이 없어? 가"라고 하자 여기에는 "청년실업에 대해 말하는 거냐. '중동'으로 가라는 거냐"고 받아쳤다. 이는 청년실업에 중동 진출을 권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방송사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사안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이는 시청자가 그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 주의 뉴스 중 중요한 것만을 꼽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뉴스 큐레이션'이다.

▲ 19일 방송한 KBS 2TV '개그콘서트-민상토론'에는 드링크제도 등장했다.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 원이 든 드링크 상자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후 이에 대한 패러디로 보인다. [사진=방송 캡처]

◆ 경성과 연성, 우리가 관심둬야 할 곳은?

코너 내내 당황해 하던 유민상과 김대성이 유일하게 웃을 때가 있다. 이는 방청객이 "평소 코너 재밌게 보고 있다. 좋아하는 여성상에 대해 궁금하다"며 화제를 돌릴 때다. 이같은 말에 비로소 두 개그맨은 웃으며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대응한다.(물론 이후 방청객은 돌변해 "그래서 말인데, 좋아하는 대통령 비서실장 스타일을 말해 달라"고 질문한다)

이는 평소 연성 뉴스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모습을 짚어준다. 뉴스는 중요도, 흥미도에 따라 경성 뉴스와 연성 뉴스로 나뉜다. 경성뉴스는 정보의 중요성과 사회적 영향성이 높은 뉴스로 주로 정치, 경제 분야의 뉴스다. 연성뉴스는 흥미를 주로 담고 있는 뉴스를 뜻한다.

경성 뉴스는 사람의 삶에 직접 연결되나 흔히 '어려운 얘기'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여주듯 두 개그맨은 "제가 무슨 말을 하겠냐"며 "다른 얘기를 하자"고 한다. 이렇듯 가시방석에서 빠져나가려 하나 그때마다 박영진에 가로막혀 또다시 난감한 질문들에 대답을 요구받는다.

박영진이 유민상을 곤란하게 만드는 모습은, 그 풍경만으로도 재미를 끌어내지만 이는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하는 '정치' 문제가 사실은 삶의 모든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을 연상케도 한다. 어려운 듯 보이는 사안들은, 사실은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뉴스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라는 것. '민상토론'은 이를 어렵거나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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