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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동빈 '주스아저씨' 넘어 '대중친화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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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동빈 '주스아저씨' 넘어 '대중친화 배우'로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4.20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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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배우 박동빈(46. 본명 박종문)은 지난 1998년 영화 '쉬리'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20여 년 가깝게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사람들에게 '인지'는 됐지만, '임팩트'를 주는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이런 그가 지난해 예능을 통해 '주스 아저씨'라는 별칭을 얻으며 인기의 맛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스 아저씨'라는 이미지는 박동빈의 '배우로서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사진 최대성 기자]  박동빈은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후 '주스 아저씨'라는 큰 이슈를 만들었고 대중적 인지도를 쌓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100% 즐겁지가 않다. 배우로서의 인기는 여전히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그의 가슴에는 지금도 뜨거운 배우의 피가 흐르고 있고 이것을 분출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 "주스 아저씨? 물론 고맙다. 하지만 나는 배우다"

입에 물고 있는 주스를 특이한 방식으로 흘러내리게 하는 장면은 박동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를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주스 아저씨가 먼저 뜰 정도다. 대중적 인기를 맛보게 해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20여 년 내공을 가진 '연기파 배우'로서 선뜻 예능의 전면에 내세우기에 망설임도 있었다.

"사실 젊은 시절에 전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닫고 살았어요. 그들이 원하는 게 뻔하다고 생각했죠. 원하는 것을 빼먹고 끝내는 방식이 예능이라고 생각한 거죠. 배우가 지녀야 할 자존심도 있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니 이런 부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배우 박동빈은 한 아침드라마에서 입에 물고 있던 주스를 흘리는 연기를 통해 '주스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었고 대중들에게 크게 인지도를 쌓았다. [사진=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그래서 지난해 '라디오스타'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출연을 결심했어요. 출연 전부터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죠. 인터넷상에서 제 트레이드 마크처럼 떠돌던 주스 흘러내리는 모습을 원했던 거죠. 이들의 제안이 아주 고마웠지만,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는 막상 '주스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연기에서 이미 보여줬던 장면을 예능에서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죠. 작품을 통해 나온 제 연기를 감흥 없이 예능에서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서였죠."

"전 그래도 배우잖아요. 제 혼신의 연기를 예능에 활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또한, 전 예능을 통해 뭔가 (인기를) 한몫 잡아보겠다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다행히 장수원이 제 대신 주스 흘리기 시범을 보였고 반응이 좋았어요. (웃음)"

 

◆ '쉬리의 아이들' 촉망받던 충무로 배우 '하지만 다른 선택'

예능에서조차  배우가 지녀야 할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박동빈은 일찍이 충무로의 촉망받던 신예였다. 대한민국 영화사의 손꼽히는 흥행작 '쉬리'를 통해 데뷔한 그는 영화계에서 탄탄대로를 달릴 요건들을 갖춘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하는 배우가 됐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쉬리'는 저에게 엄청난 작품이었죠. 강제규 감독님을 비롯해 당시 충무로의 대배우들과 작업을 할 수 있던 기회를 만들어준 작품이었으니까요. '쉬리'가 큰 흥행을 한 이후에 제게도 많은 기회가 들어오기 시작했었죠. 특히 영화가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전 다른 선택을 했어요. 무대에 서고 싶었죠. '햄릿'이라는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어요. 결국, 영화를 뿌리치고 무대에 섰어요."

"하지만 공연을 마친 후 1년이 지났고 다시 영화에 출연하려니 쉬리의 후광은 사라진 뒤더라고요. 다시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화산고' 등의 영화에 출연 기회를 잡았지만, 쉬는 시간이 많았어요. 영화를 위해 3년을 쉬었죠. 또한, 당시 아버지께서 암 선고를 받으시면서 6개월 병원생활까지 같이했죠. 오랜 시간 무수입으로 활동을 못하게 됐어요. 이런 저에게 삶의 희망을 준 것이 드라마였죠."

 

◆ "영화만 할 걸 아쉬움도 남지만 드라마에 고마움 커"

박동빈은 드라마 출연을 시작하면서 배우로서의 인생도 조금은 달라졌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시작한 동료 배우들은 지금 충무로에서 '영화배우'라는 타이틀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반대로 드라마에서 더 익숙한 배우가 됐다.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어요. 특히 강제규 감독님의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 제의가 왔었지만, 당시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출연할 수 없었던 일도 있었어요. 그때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한 배우들(류승룡, 공형진, 안길강 등)은 지금 다 큰 스타가 됐죠.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그때 영화만 할 걸."

"그러나 현재 이런 아쉬움은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영화에 출연할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또한, 제가 가장 힘들 때 제게 힘을 준 드라마에 대해 고마움도 크고요. 앞으로 전 영화든 드라마든 좋은 작품이면 어떤 것이든 최선을 다해서 할 생각입니다." (웃음)

 

◆ "목표요? 대중 친화적인 배우가 될 겁니다"

연기인생 20년 차 박동빈에게는 배우로서의 분명한 목표가 있다. '대중 친화적인 배우가 되자'다. 주스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배우로서 사랑받게 되면서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다.

"지금보다 더 '대중 친화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강하다는 이미지가 센 저였지만, 앞으로는 대중과 호흡하고 같이 숨을 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는 대중이 있어야 하고 이들의 사랑을 먹으며 발전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것을 확실하게 깨달았고 사랑을 받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타당성이 있는 연기라면 단 한 신이 들어와도 어디든 갈 것이고 거침없이 할 생각입니다."

 

◆ "20여 년의 배우 인생. 좋으신 분들도 많이 얻었어요"

박동빈은 인터뷰 도중 20여 년 배우생활을 정리해 달라는 질문에 지난날을 회상하며 잠시 감회에 졌었다. 그는 20여 년의 시간 동안 버텨준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즐겁고 슬픈 시간의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 눈물과 웃음이 쉴 새 없이 반복됐고 포기와 희망이 끊임없이 교차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느냐는 생각마저 들어요."

"지금은 솔직히 배우로서 한 길만 고집하며 걸어온 저 자신에게 고마워요. 많이 힘들었는데…. 이런 제 삶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한 예로 라디오스타 출연 후 박제현 감독님을 비롯해 김흥동 감독님 등 지인분들로부터 감동의 인사를 많이 받았어요. 이렇게 좋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니 제 삶은 틀리지 않았다는 거겠죠."

"이렇게 이겨내면 좋은 배우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제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진짜 배우로서 살겠습니다."

 

[취재 후기] 박동빈은 '곰' 같은 배우였다.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연기를 위해 살아가는 연기밖에 모르는. 이런 그를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더 많이 접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연기파 배우 박동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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